오늘은 간만에 네비올로(Nebbiolo).
이게 다 아침목장에서 온 화식칡소 때문이다.
아침목장은 충남 아산에 위치한 프리미엄 식육 브랜드. 직접 키운 소고기와 한돈 돼지고기, 그리고 직접 만든 특제 양념으로 재운 양념고기 등을 판매한다. 처음엔 이 집의 양념 한우 소불고기가 너무 맛있어서 맛을 들였는데, 취급하는 돼지고기도 사 봤더니 값도 싸고 품질도 좋았다. 그래서 이 집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화식칡소도 시도해 본 것.
소에게 주는 여물에 상당히 신경을 쓰시는 듯. 한우 등급 부여 시 기준이 되는 마블링을 키우기보다는 소가 건강하게 자라서 쇠고기 본연의 맛이 좋아지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는 듯싶다.
그래서 일반 한우에 비해 화식을 한 소들은 조금 더 연하고 훨씬 더 진한 맛이라는 설명.
그런데 칡소는 뭘까? 우리가 보통 먹는 한우는 흔히 볼 수 있는 황소인데...
위 리플릿 이미지에서도 살짝 드러나지만 일반 한우보다 약간 짙은 황색에 검은색 털이 얼룩얼룩 섞여 있다. 원래 한국의 토종 소이고, 일본 와규(和牛)를 개량할 때 사용되었다는 설도 있던데 확실치는 않다.
故 이중섭 화백이 그린 '황소'가 바로 칡소를 그린 거라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털의 질감과 컬러를 표현한 게 칡소와 상당히 유사한 듯.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노래에 나오는 얼룩소가 젖소가 아니라 바로 이 칡소인 셈.
어쨌거나 직접 키운 칡소를 2주간 잘 숙성시켜서 파시는데, 온라인으로 손쉽게 주문할 수 있다.
참고로 나는 아침목장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 완전히 내돈내산. 품질 좋아서 소개하는 거임. ㅇㅇ
이번 도축분은 2등급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일반 한우에 비해 마블링이 잘 안 나오기 때문에 육질에 비해 낮은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화식칡소 등심은 300g에 2.7만 원이다. 100g 당 9천 원 꼴.
화식칡소 채끝은 300g에 3만 원으로 100g 당 1만 원. 등심, 채끝 둘 다 정육점에서 일반적으로 파는 한우 1+ 등급에 비해서는 가격이 저렴하다. 만족감은 과연 어떨지.
굽기에 앞서 와인을 열어보자.
트레디베리 랑게 네비올로(Trediberri Langhe Nebbiolo). 처음 보는 생산자인데 일단 레이블이 마음에 들어서 샀다.
트레디베리는 2007년 바롤로 라 모라(La Morra) 지역에 설립한 비교적 신생 와이너리다. 이름이 '베리(Berri)의 셋'인데 베리는 라 모라 지역의 서쪽 끝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베리 출신 아빠와 아들인 페데리코와 니콜라 오베르토(Federico and Nicola Oberto), 그리고 친구인 블라디미로(Vladimiro)가 함께 설립했기에 트레 디 베리가 된 것. 베리 지역 5 ha를 기반으로 라 모라 지역의 크뤼급 포도밭으로 인정받는 로케 델라눈치아타(Rocche dell’Annunziata)와 토릴리오네(Torriglione) 등도 소유하고 있다. 신생 포도원이므로 모던한 타입이지만, 전통에 기반한 방식을 지향하는 듯.
채끝 먼저 구웠다. 1cm 정도로 썰어져 왔는데, 스테이크 스테일보다 직화로 구워 바로 먹는 우리집 스타일에 적당한 두께다. 다른 두께를 원한다면 주문할 때 메모란에 적으면 된다. 원하는 대로 썰어주시는 듯.
양파 등 야채를 먼저 굽다가 프라이팬 온도를 좀 높여서 고기를 올렸다. 그리고 적당히 구워진 후 식탁으로 옮겨 마저 구우면서 취식. 먹느라 등심은 찍지도 못함;;;
일단 처음 화식칡소를 먹어 본 소감. 채끝의 경우 일반 1+ 한우에 비해 확실히 질기다. 아니, 질기다는 표현보다는 씹는 맛이 있다는 게 더 적당한 표현일 것 같다. 조금만 안 씹혀도 아까운 한우 1+을 쉽게 뱉어내는 애들이 다 씹어서 삼켰으니까. 이 정도의 식감은 등급 판정 상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고, 감칠맛이 강하고 육향도 진한 것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고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만족할 듯. 등심의 경우는 특유의 씹는 맛이 있으면서도 부분에 따라 적당한 기름기가 있어 심지어 부드럽기까지 했다. 등심을 바로 더 주문해야 하나 살짝 고민했을 정도.
일단 다음 도축분을 다시 구매해 봐야겠다. 다음에는 몇 등급이 나올까.
Trediberri, Lange Nebbiolo 2018 / 트레디베리 랑게 네비올로 2018
검은빛 감도는 맑은 루비 컬러. 아직 품종의 특징인 빠른 갈변의 뉘앙스는 보이지 않는다. 코에서는 붉은 꽃과 작은 붉은 베리 향을 중심으로 가벼운 시나몬 스파이스와 타르 힌트. 시간이 지날수록 시원한 허브향이 강하게 드러나며 낙엽 힌트가 가볍게 곁들여진다. 입에서는 드라이한 미감에 촘촘한 타닌, 은근한 신맛이 어우러져 산뜻한 인상을 남긴다. 전반적으로 과일 풍미와 꽃 향기 중심의 와인. 그렇다고 마구 도드라지기보다는 은은하게 드러나며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랑게 네비올로지만 아직 시간이 몇 년 정도 더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
수확한 포도를 대부분 콘크리트 발효조에서 10-12일간 발효한 후, 콘크리트 혹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유산 발효를 한다. 실외 혹은 실내의 온도 조절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저온 안정화(cold stabilization)를 진행한 후, 콘크리트, 스테인리스 스틸, 플라스틱 탱크에서 숙성하여 수확한 다음 해 4-5월에 병입한다. 오크를 쓰지 않아 네비올로 자체의 맛과 향을 명확히 느낄 수 있는 와인. 알코올 14%. 일반적인 레드 와인보다 살짝 낮은 섭씨 15도 정도로 즐기는 것이 좋을 듯.
쇠고기보다는 차라리 양념하지 않은 돼지나 닭, 향이 강하지 않은 치즈나 콜드 컷 같이 좀 더 가벼운 음식과 즐기는 것이 좋을 와인이었다. 한 마디로 고기에 와인이 밀렸달까;;;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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