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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위스키·브랜디·리큐르·기타증류주

부드러운 장기 숙성 버번 위스키, 와일드 터키 13년 디스틸러스 리저브(Wild Turkey Aged 13 Years Distiller's Reserve)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10. 28.

나이 든 칠면조 한 마리 모셔 왔다.

 

와일드 터키 13년 숙성 디스틸러스 리저브(Wild Turkey Aged 13 Years Distiller's Reserve).

 

대를 이어 와일드 터키의 마스터 디스틸러로 재직 중인 지미 러셀(Jimmy Russell)과 에디 러셀(Eddie Russell) 부자가 함께 만든 프리미엄 버번 위스키다. 박스와 보틀 이곳저곳에 부자의 사인이 박혀 있음^^

 

두 마스터 디스틸러가 선호하는 배럴들을 세심하게 골라 블렌딩 후 병입했다. 이 배럴들은 낮은 도수의 원액을 담아 B 웨어하우스(B Warehouse)의 낮은 층에서 숙성했는데, 숙성 장소가 온도는 낮고 층고는 높아 공기 순환이 잘 되기 때문에 버번 숙성에 최적이라고 한다. 13년 숙성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16년 이상 숙성한 원액도 일부 포함돼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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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박스 하단에 일본어가 적혀 있다. 원래 와일드 터키 13년은 일본 시장 전용 상품으로 출시됐다고 한다. 고숙성을 선호하는 일본에 맞춘 상품인데, 반응이 시원찮았는지, 생산량이 많았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으로도 흘러들어왔다. 

알코올 함량은 45.5%(91 프루프), 원재료는 일본어로 몰트, 그레인으로 적혀 있지만 정확하게는 옥수수 75%, 라이 13%, 맥아 12% 다.

 

박스의 구조가 마음에 든다. 날개가 메인 뚜껑에 붙어있어서 열기가 간편하니까ㅋ

 

보틀의 백 레이블에도 박스와 같은 설명이 적혀 있다. 일본어도...

공식 테이스팅 노트는 부드러운 오크 터치와 함께 리치 초콜릿, 생강 힌트와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지는 스파이스.

 

병 자체에도 BOLD, GENUINE, TRUE라는 캐치 프레이즈가 양각되어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버번은 장기 숙성 메리트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코틀랜드에 비해 기온이 높아 오크 숙성이 급격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원액 손실도 많을뿐더러, 오크 풍미가 과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버번 숙성에는 새 오크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숙성할 경우 나무의 씁쓸한 맛이 배어 나올 수도 있다. 대만을 대표하는 증류소 카발란(KAVALAN)의 전 마스터 디스틸러였던 이안 창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대만 또한 아열대에 가까운 기후이기 때문에 숙성을 10년 넘게 진행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것.

그렇다면 13년이나 숙성한 이 위스키는 괜찮을까? 가뜩이나 바닐라, 버터 등의 향이 강한 버번 위스키가 더 느끼해지고, 애매한 스파이스와 씁쓸한 나무 맛만 더해진 건 아닐까? 처음엔 그런 우려가 확실히 있었는데, 검색 결과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다.

국내 인플루언서인 에드몽 님은 최근 인기몰이중인 러셀스 리저브 싱글 배럴(Russell's Reserve Single Barrel)보다 취향에 더 잘 맞는다면서 '긴 세월의 힘이 잘 드러나는 부드럽고 여운이 긴 위스키'로 평가했다. 다른 평들도 호불호를 떠나서 강하고 독하기보다는 '부드럽고 순한 버번'으로 평가하는 경향. 해외 위스키 블로거들의 평도 방향성이 비슷했다.

 

그래서 구매했다. 와인앤모어 할인가로 9.9만 원인데, 사실 엔트리급 싱글 몰트 한 병 값 밖엔 안 되는 가격이니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할 것 같아서.

기본급인 와일드 터키 81은 넘나 싱거워서 실망스러웠는데 급이 높은 이 녀석은 어떨지, 장인 부자의 솜씨를 제대로 보여줄지 궁금하다. 문제는 마실 버번이 그리고 다른 술도-_-;; 많이 밀려 있어서 맛을 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거 같다능...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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