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마지막은 탕수육으로.
단골집이라 맥주/와인 반입 가능... 가볍게 맥주 한 병 가져왔다.
잔은 뭐, 그냥 카스 잔.
그런데 심상치 않은 레이블... 탐욕스럽고 괴기스러운 그림인데 병을 프린팅된 비닐로 감쌌다. 요 맥주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킨 첫 번째 원인.
두 번째는 병목의 'Nitro' 표기... 질소를 함유한 맥주인 듯. 질소 충전한 대표적인 맥주로는 기네스가 있다. 헤드를 고운 기포로 폭신하고 부드럽게 형성해 준다. 이름이 '레드 벨벳'인 것의 한 이유가 될 듯. 알코올은 5.5%.
비트(Beets), 초콜렛, 천연 향신료를 넣은 골든 오트밀 스타우트... 여기서 '골든'을 예의주시했어야 했다.
백레이블(이라고 하기엔 좀 뭐시기 한 게 전체를 비닐로 감싸고 있으니...) 하단에 표기된 따르는 방법. 한번에 병을 뒤집어서 단숨에 따르란다. 이렇게 하면 넘치치 않을까? 따라해 봤는데, 파인트나 전용잔이면 몰라도 작은 카스잔에서는 맥주가 밖으로 튄다ㅠㅠ
나중에 홈페이지에 가 보니 따르는 법을 소개하는 동영상도 올라와 있었다. 요렇게 따르는 목적은 당연히 질소 헤드를 풍성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데 있는 듯. 따르고 난 후 서징(surging)되는 모습이 일품이다.
똑같이 시도해 봤는데 잔의 한계 상 그닥 풍성한 헤드를 만들지는 못했다... 서징 되는 모습도 그닥ㅠㅠ 어쨌거나 촘촘한 헤드가 맥주를 다 마실 때 까지 유지되며 입을 댈 때마다 부드러운 느낌을 선사한다. 요 촉감 만큼은 분명한 매력.
어, 어라... 그런데 컬러가.... 요거 오트밀 스타우트 아니었어??? 핵당황...
Ballast Point, Red Velvet Golden Oatmeal Stout with beets, chocolate & natural flavors added / 발라스트 포인트 레드 벨벳
잔에 따르면 진한 붉은 자몽색, 혹은 주홍빛이 진한 체리 교자상 컬러라고 해야 할까.... 어쨌거나 오렌지&체리 컬러에 밝고 촘촘하고 부드러운 질소 헤드가 올라앉는다. 사용된 비트는 아마 컬러를 내는 것이 주 목적이었을 듯. 오트밀 스타우트라는 말만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진한 검은 컬러를 생각했었는데, 완벽한 오산이었다. 레드 벨벳이라는 이름은 요 컬러와 헤드 등으로 인한 질감을 표현한 듯. 코를 대면 뭔가 익숙하지만 맥주에서는 익숙치 않은 향이 느껴진다. 음, 촥헐릿이긴 한데 가공 초콜렛이라기보다는 카카오닙스 같은 가공 전의 풋풋하고 신선한 느낌. 거기에 구수한 빵 뉘앙스와 알싸한 인상, 플로럴 & 허베이셔스 아로마. 이건... 맥주라기 보다는 케익에 가까운데? 엌ㅋㅋ 혹시 레이블의 해골왕이 들고 있는 케익이 이 맥주를 표현한 거임? ㅋㅋㅋㅋㅋㅋ 바디는 상당히 가볍게 느껴지고 알콜도 그닥 느껴지지 않으며(5.5%밖에 안 되니까), 쓴맛(IBU 35) 또한 그닥 드러나지 않는다.
진짜 덴시티 높지 않은 쉬폰 케익을 액화시켜 놓은 듯한 풍미. 이것 참... 음용기를 남기기도 쉽지 않닼ㅋㅋㅋㅋ 탕수육이랑은 안 어울리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잘 어울린다고 하기도 애매하다. 신기한 맥주를 만들었네... 근데 이거 잘 팔리려나? 디저트 카페나 브런치 비스트로에 넣기엔 레이블이 좀 그렇고, 일반 펍에서 팔기엔 수요가 꾸준할 것 같지는 않은데. 하긴 젤 쓸데없는 걱정이 대기업 걱정.
재로는 정제수, 보리맥아, 홉, 효모, 오트밀, 쵸콜릿, 천연쵸콜릿향, 비트. 문득 다른 사람의 시음기가 궁금해진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맥주창고]
그러고 보니 레이블에 물고기나 배, 해적 어디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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