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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냥의 취향/책·영화·음악·여행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8. 3. 17.


 


내가 읽은 책의 표지는 오른쪽 이미지다. 영화화되면서 영화의 포스터로 책 표지를 바꾼 듯.


지인의 페북 포스팅을 보고 처음 영화를 보았고, 그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원작을 읽으려고 생각하던 중 다른 지인이 책을 빌려주었다. 대체로 그러하듯 책이 훨씬 흥미로웠다. 그러나 영화를 먼저 보았기에, 의외로 스피디한 책의 전개를 쉽게 따라갈 수 있기도 했다. 두 작품 모두 각각 마음에 든다. 두 지인에게 감사.


개인의 기억과 실제 사이의 왜곡이라는 개인적인 일화를 소재로 역사 해석에 대한 문학적, 철학적 논의가 전개된다. 이는 주인공의 친구 에이드리언 핀의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라는 말과 그 증거로 제시되는 친구의 자살이라는 지극히 사건에서 극적으로히 부각된다. 그리고 이것은 그야말로 책의 서두. 초반의 전개에서 촘촘히 깔리는 복선은 이야기의 스피드를 견딜 수 있게 하는 안전벨트 같은 작용을 한다. 그리고 40년이 흐른 뒤 드러나는 토니 웹스터의 기억과 실제 벌어진 사건 사이의 괴리, 그리고 예상을 넘어서는 <올드보이>적인 결말. 



그런데 사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 만은 아니다. 이 책이 사적인 사건으로 범용적인 담론을 이끌어 내듯, 이 책은 나의 사적인 감정과 기억들을 불러냈다. 토니 웹스터, 읽는 중간 인스타에 끄적였던 대로, 이 양반 영국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감정이입이 된다. 내가 했던 어벙한 짓들과 얼척없는 생각들이 떠오르며 얼굴이 빨개진다. 그러면서도 현웃이 터지는 아이러니. 대단히 유사한 행동을 했고, 정 반대의 생각을 했지만 결론은 같았다. 그리고 그 경험과 기억은 지금의 나를 어느 정도 규정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라기 보다는 흐르고 있다. 개개인의 역사도 마찬가지. 


그리고 또 하나의 사적 감정은... 시간이 지나 나의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지. 그리고 이지러져 갈 지.




어쨌거나 길지 않은 소설 한 편이 많은 울림을 주었다. 역시 책을 읽어야 한다. 바쁘더라도. 바쁠 수록.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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