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편안하게 아름다운 와인들을 마셨음. 노동절 기념주인가. 잘 나온 보틀 사진은 모두 ㅎㄷㅇㅇ ㅇㅇㅎ님 작품.
Luis Pato, Vinha Formal 2010 Bairrada / 루이스 파토 비냐 포르말 2010 바이라다
살구색, 혹은 예쁜 살몬 컬러. 기포는 약간 성글지만 꾸준하게 올라오는 편이다. 사진은 붉은 기운이 도드라지는 느낌인데 내 느낌은 이정도는 아니었음. 살짝 부쇼네였지만 풍미를 완전히 가릴 정도는 아니었던 듯. 떫은 느낌이 향에서부터 드러나는데 입에 넣으니 역시나 약간의 수렴성이. 붉은 베리와 오미자, 자몽, 그리고 산화된 과일 뉘앙스. 의외로 크리미한 질감에 이스트 뉘앙스가 잔잔히 깔리며 피니시의 미네랄리티가 깔끔하다. 산미가 생생함에도 부드러운 피니시가 인상적.
토우리가 나시오날(Touriga-Nacional)과 비칼(Bical) 품종으로 양조하여 프렌치 오크에서 발효한 후 리 숙성을 거쳤다고 백레이블에 씌여 있다. 비칼은 바이라다 지역의 토착 화이트 품종으로 산미가 있는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하며 스파클링 와인 양조에도 종종 쓰인다고. 그나저나 이 생산자, 부쇼네가 상습적이라는데 코르크 좋은 걸로 바꾸셔얄 듯.
Champagne Pierre Moncuit Extra Brut NV / 샴페인 피에르 몽퀴 익스트라 브뤼 NV
노오란 레몬 컬러에 잔잔하고 고운 기포가 부드럽게 올라온다. 코를 대면 서양배, 달콤한 사과, 신선하고 가볍게 쏘는 레몬 껍질 힌트에 가벼운 비스킷 뉘앙스. 전반적으로 과거에 비해 달콤한 뉘앙스는 정제되고 더 신선하고 깔끔해 진 것 같다. 다만 다소 가벼운 스타일에 밀도가 떨어지는 인상은 아쉽.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집 샴팡을 잘 안 사게 되는 이유 중 하나.
원래 피에르 몽퀴는 익스트라 브뤼를 생산하지 않았었는데 앞으로는 브뤼를 익스트라 브뤼로 변경해서 생산할 예정이라고. 그래서 우선 과거의 브뤼 레이블 상단에 익스트라 브뤼 스티커만 붙여서 출시했단다.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너무나도 꼬숩다는 그 와인. 코슈-뒤리 부르고뉴 샤르도네(Domaine Coche-Dury Bourgogne Chardonnay 2015).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의 대표적 생산자로 손꼽히는 코슈 뒤리. 현재 오너인 장 프랑수아 코쉬(Jean-François Coche)의 할아버지가 1900년대 초 뫼르소(Meursault)의 밭을 매입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고, 1960년대 아버지 조르쥬(Georges)가 여러 포도밭을 매입하면서 현재의 규모로 도멘을 키웠다. 1975년 장 프랑소와가 오디유 뒤리(Odile Dury)와 결혼하면서 도멘의 이름이 코슈-뒤리가 되었다고. 2003년부터 아들 라파엘(Raphael)이 합류했으며, 장 프랑수아는 2010년에 공식적으로는 은퇴했지만 그의 스타일은 여전히 잘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아마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듯).
코슈 뒤리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생산자로 알려져 있다. 철저한 가지치기와 솎아내기, 그린 하비스트를 통해 생산량을 조절하며 당연히 양질의 포도만을 골라 양조한다. 또한 효모 찌꺼기와의 접촉을 길게 가져가(extended lees contact) 와인의 산화를 방지하고 포도의 신선한 풍미와 조화를 이룬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보통 새 오크 비율은 25%를 넘지 않으며, 상급 와인의 경우 50%까지 사용한다. 전반적으로 코슈 뒤리는 풀 바디에 밀도 높고 강건하며 장기 숙성이 가능하면서도 신선한 산미와 생동감을 겸비한 와인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화이트 외에도 뫼르소, 볼네(Volnay), 옥세 뒤레스(Auxey-Duresses) 등에서 레드 와인도 일부 생산한다.
이까이꺼 뭐 그냥 동네 중국집 탕슉 & 군만두와 잡솨 주시는 센스.
Domaine Coche-Dury Bourgogne Chardonnay 2015 / 도멘 코쉬 뒤리 부르고뉴 샤르도네 2015
연한 레몬 옐로 컬러. 코를 대기도 전에 버터, 바닐라, 노란 꽃, 열대과일, 커스터드 크림 같은 달콤한 향에 토스티 뉘앙스와 삼나무 힌트가 더해진다. 첫인상부터 압도적. 입에 넣으면 약간 들큰한 캬라멜 뉘앙스가 스친 후 백도 같은 핵과, 파인애플 같은 열대과일, 레몬 같은 시트러스 등 완숙 과일과 상큼한 과일 풍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노란 과일 풍미의 밀도가 상당히 높아 고량주를 연상되기도 하며, 은은한 이스티함은 사케가 떠오르기도 한다. 미디엄풀 바디, 크리미한 질감에 생생한 산미, 영롱한 미네랄의 느낌과 길게 이어지는 여운. 과연 이게 Bourgogne Blanc이란 말입니까.. 이게 잘 익으면 도대체 어떻게 된다는 말씀입니까..
오바스럽지 않고 편안하면서도 상당한 포스를 드러낸다. 재야에 숨어 살기를 숨긴 무림 고수 같은 인상이랄까.
올해 초 TV조선에서 방영했던 <위대한 와인의 탄생> 2부 32:46 부터 코슈 뒤리가 나온다. 우리나라 출신 MW 지니 조 리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화이트 와인이라고.
꼬슈 뒤리에 이은 레드 와인은... 르루아(Leroy)... -_-;;;; 블랑이 꼬슈 뒤리면 루즈는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냐며 ㅇㅅㅎ님께서 챙겨 오심. 센스가 넘치다 못해 감읍할 정도.
Maison Leroy, Bourgogne Rouge 2015 / 메종 르루아 부르고뉴 루즈 2015
영롱한, 하지만 제법 짙은 루비 컬러. 바이올렛과 붉은 체리, 라즈베리, 커런트의 풍미가 밀도 높게 드러난다. 특유의 오묘한 뉘앙스와 함께 아직 어린 느낌이 강해서 빡셌지만 그래도 맛있다. 너무 취기가 오르고 배부른 상태에서 마셔서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
함께 먹은 음식들.
그라노파다노, 고다 치즈, 그리고 소금집의 카피콜라(Capicola). 카피콜라는 돼지 목심을 스파이스와 함께 훈제해서 만든 햄이다.
동네 중국집의 류산슬과 탕수육. 류산슬이 의외로 히트를 쳤다.
ㅊㅇㅅㄱㅈ님이 사온 샐러드. 훈제 오리와 치즈, 소스가 듬뿍 들어간 다른 샐러드가 내 입맛엔 더 잘 맞았는데 사진이 없...
역시 ㅇㅅㄱㅈ님이 챙겨오신 치즈. 숙성된 까망베르와 에뿌아스(Epoisses) 치즈.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들 엄청 챙겨오심... 감동ㅠㅠ
저 흘러나온 것 좀 보소... 크리미한 것이 너무 맛있었음. 나중엔 저기에 김말이랑 만두 찍어먹는 호사를;;;
ㅅㅈ누님이 만들어 온 카레. 밥도둑 인정? ㅇ ㅇㅈ. 자취생 모드 ㅅㅎ님께서 밥까지 추가해 가며 엄청 잡솼음ㅋㅋㅋㅋㅋㅋ
귀여운 미니언즈 아이스크림 케익으로 마무리.
이런 와인 데일리로 마실 수 있는 세상은 언제 오려나. 등급은 부르고뉴 레지오날이니 데일리 맞네 ㅋㅋㅋㅋㅋ
20180501 @ 우리집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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