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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위스키·브랜디·리큐르·기타증류주

Domaine Robert Chevillon, Marc de Bourgogne / 도멘 로베르 쉐비용 마르 드 부르고뉴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9. 5. 26.


노오란 밀납으로 봉인된 병목, 철사로 둘러쌓인 보틀.




부르고뉴 와인이 아니다. 와인 양조 후 남은 고형물을 증류해 만든 마르(Marc)다. 예전 부르고뉴 방문 시 샹볼 뮈지니의 한 도멘에서 맛본 후 애정하게 되었다. 사실 마르보다는 와인을 증류한 핀(Fine)을 더 선호하지만, 마르도 나쁘지 않다. 


국내에도 유명 생산자들의 핀과 마르가 일부 수입되고 있고, 일부 애호가들은 현지 방문 시 개인용으로 들여오는 경우도 제법 있다. 나도 그런 경로를 통해 여러번 맛보았고. 특히 조르쥬 보귀에(Domaine Comte Georges de Vogue)의 오래된 핀 드 부르고뉴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와인21 관련 기사 참고.




오픈해 보니 일반적인 와인 코르크가 아니라 꼬냑이나 위스키 같은 T탑 마개다. 그런데 상당히 오래되었는지, 마르와 접촉하는 코르크 부분은 물론 마개 윗부분도 완전히 삭아버렸다. 



레이블에는 빈티지나 병입년도 등 아무 정보도 없기 때문에 얼마나 된 녀석인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백레이블은 원래 없었고....-_-;;


증류주이기는 해도 마개가 이 상태라면... 내용물은 괜찮은 걸까?



Domaine Robert Chevillon, Marc de Bourgogne NV / 도멘 로베르 쉐비용 마르 드 부르고뉴 NV


투명한 14K 골드 컬러. 코를 대니 그라빠 같은 톡 쏘는 스파이스, 자극적인 에스테르와 산화 뉘앙스가 강하게 코를 찌른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살살 흔들어 내니 바닐라, 꿀, 호두껍질 같이 우디한 너티함이 은은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입에 넣으면 의외로 가볍고 섬세한 터치에 아카시아 꿀과 시트러스 등 산뜻한 풍미가 혀 위로 가볍게 떠오르는 듯 하다. 코에서는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입에서는 훨씬 섬세하고 가벼우며 깔끔하달까. 알코올 40% 짜리가 이렇게 편안하게 술술 넘어가다니. 


이런 술을 만날 때 마다 되뇌이게 되는 말, "야잘잘, 와잘잘, 술잘잘".



도멘 로베르 셰비용은 뉘 생 조르주(Nuits-Saint-Georges)를 대표하는 도멘으로 대표적인 1er Cru 레 생 조르주(Les Saint Georges)를 비롯해 8개의 1er Cru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베트랑(Bertrand)과 드니(Denis) 셰비용 형제가 운영하고 있으며, 도멘을 뉘 생 조르주의 네임드로 만든 장본인이자 도멘의 이름이 된 로베르는 그들의 아버지. 자료에 따라 로베르가 처음 병입을 시작했다는 곳도 있으나, 베리 브라더스 앤 러드 홈페이지에 따르면 병입을 처음 시작한 것은 로베르의 아버지 모리스(Maurice) 때 부터다. 그들은 lutte raisonnee, 영어로는 reasoned struggle/fight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포도 수확에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아니면 화학 처리를 하지 않는 농법이라고. 양조 시 줄기를 모두 제거한 포도를 사용하며 발효 전 저온 침용을 진행한다. 자동 피자주 시스템(automatic pigeage system)을 갖추고 있으며 매일 펌핑 오버(remontage)도 진행한다. 새 오크는 1er cru에 30%, 빌라주급에 20% 사용한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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