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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위스키·브랜디·리큐르·기타증류주

면세점 코냑, 쿠르부아지에 VSOP 트리플 오크(Courvoisier, VSOP Triple Oak)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4. 30.

얼마 전 제주 면세점에서 가성비 주류를 찾다가 구매한 코냑(Cognac), 쿠르부아지에 VSOP 트리플 오크(Courvoisier, VSOP Triple Oak). 보통 헤네시(Hennessy), 카뮈(Camus), 레미 마르탱(Remy Martin), 마르텔(Martell)과 함께 5대 코냑으로 불린다. 누가 정했는지는 모름;;;

쿠르부아지에는 1809년 에마뉴엘 쿠르부아지에(Emmanuel Courvoisier)와 그의 친구 루이 갈루아(Louis Gallois)가 함께 설립한 와인과 증류주 취급 회사다. 그들은 원래 코냑 거래상이었는데, 최고의 코냑을 찾으려면 그들 스스로 메이커가 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고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다고. 그들이 선택한 지역은 현재 파리 리옹 역 부근의 베르시(Bercy)였는데, 당시에는 파리 성벽 바깥에 있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었고, 바로 옆에 센 강이 있어 운송이 쉬웠기 때문이다. 그들은 설립 직후부터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1811년에는 당시의 최고 권력자인 나폴레옹이 소문을 듣고 직접 방문했을 정도라고. 잘 나가던 그들은 1828년 창립자의 아들 대에 코냑의 중심부인 자르낙(Jarnac)으로 본사를 옮겼고, 소유권이 여러 번 변경되는 동안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현재는 빔 산토리(Beam Santory) 소유.

쿠르부아지에의 특징은 다른 거대 코냑 생산자와 달리 직접 소유한 포도밭이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자가 소유 증류소에서 만드는 원액(Eau de Vie)의 양 또한 상당히 적다. 대신 오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계약된 재배자/와인생산자와 증류소로부터 구매한 다양한 원액을 블렌딩해 제품을 만든다. 언뜻 생각하면 남의 와인을 사서 증류하거나 증류 원액 자체를 사게 되면 품질이 떨어질 것 같은데, 오히려 쿠르부아지에는 이를 장점으로 내세운다. 파트너들과는 대부분 몇 세대에 걸쳐 깊은 신뢰관계를 쌓았으며, 품질 확보를 위해 포도 재배부터 와인 양조, 증류에 이르기까지 노하우를 공유한다는 것. 그리고 천여 개 이상의 다양한 생산자와 관계를 맺다 보니 원액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어 질좋은 코냑을 만드는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쿠르부아지에 코냑 상자와 보틀 디자인을 살펴보면 중요한 디자인 모티브 2개가 눈에 띈다. 하나는 나폴레옹(Napoleon)의 외모를 딴 심벌.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나폴레옹은 쿠르부아지에 코냑을 상당히 좋아했다. 정복전쟁 중엔 그의 군대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쿠르부아지에 코냑을 지급했고, 몰락 후엔 세인트 헬레나 섬으로 유배를 떠날 때도 몇 배럴의 쿠르부아지에 코냑을 가져갔다. 이때 쿠르부아지에에게 나폴레옹의 브랜디(the Brandy of Napoleon)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나폴레옹의 손자인 나폴레옹 3세 역시 쿠르부아지에 코냑을 좋아해서 '왕실 공식 공급사'로 지정했다. 이래저래 나폴레옹 집안과는 연이 깊은 코냑이 아닐 수 없다.

 

1951년 쿠르부아지에는 조세핀 병(Josephine Bottle)이라는 새로운 모양의 보틀을 출시했다. 알다시피 조세핀은 나폴레옹의 아내. 병의 형태는 조세핀의 코르셋 모양을 본딴 것이라는 설도 있다. 

 

다른 하나는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 모티브.

 

이는 쿠르부아지에가 1889년 에펠탑 완공 축하연의 건배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프랑스를 떠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이미지들인 나폴레옹과 에펠탑을 쿠르부아지에와 강하게 연계시키려는 의도인 듯.

 

현재와 같은 짙은 퍼플과 골드 컬러 중심의 디자인이 적용된 것은 2015년 부터다. 예전 디자인에 비해 상당히 세련된 느낌. 물론 디자인과 별개로 올드 보틀이 훨씬 맛있고 좋다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거의 모든 위스키, 코냑 등의 숙성 증류주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인 듯. 최근의 원액 부족 현상과 맞물려 상당히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야기이긴 한데, 원래 나이 먹은 사람들은 요즘 것들을 못마땅해하는 법이라... ㅋㅋㅋㅋ  예전엔 말이야 = 라떼는 말이야-_-;;;

 

그런데 면세점용 VSOP는 일반 유통용과 다르게 'Triple Cask'라는 표현이 붙어 있다. 당연히 세 종류의 캐스크를 사용했다는 의미일 텐데,

 

어디에도 세 종류의 오크가 무엇인지 속시원히 밝히고 있지 않다. 레이블에는 새 프렌치 오크(new French oak)와 오래된 캐스크(ancient casks)라고 되어 있는데 나머지 하나는? 매링(marrying) 할 때의 캐스크를 나머지 한 번으로 치는 걸까?

 

병 뒤편의 문구를 번역해 봐도 같은 얘기만 나온다.

VIEILLI EN FÛTS DE CHÊNE FRANÇAIS NEUFS PUIS EN VIEUX FÛTS AVANT D'ÊTRE ASSEMBLÉ.
→ AGED IN NEW FRENCH OAK BARRELS THEN IN OLD BARRELS BEFORE BEING ASSEMBLED.

아오 빡쳐! 맥캘란처럼 좀 제대로 표현해 주면 안 되겠니???

 

케이스의 설명을 보면 명확하진 않지만 조금 이해가 간다. 새 프렌치 오크 캐스크에 숙성해 바닐라와 구운 견과류의 톡 쏘는 아로마를 만들고, 두 번째로 전통적인 캐스크(traditional casks)에서 견과 향을 더하며, 오래된 나무통에서 풍부함과 복합미, 섬세한 꽃향기를 추가한다. 결국 새 프렌치 오크-전통적인 캐스크-오래된 나무통의 순서다. 쿠르부아지에는 200년 넘은 캐스크를 보유하고 있다니 ancient casks란 그걸 의미하는 듯.

 

병의 상단에도 일반 유통 보틀에는 보라색 나폴레옹 로고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 면세점에서 구입한 것은 Special Edition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일반 버전 VSOP 보틀. 상단 동그라미 부분엔 'Special Edition' 대신 나폴레옹 로고가 붙어 있고, 하단엔 'Triple Oak' 문구가 없다. 홈페이지에도 면세점용 VSOP 트리플 오크는 소개하고 있지 않다. 혹시 레어템?

 

용량은 1리터. 면세가로 7만 원이 넘지 않으니 가성비는 극강이라고 할 수 있다. 나 같은 음주량 쪼렙에게는 넘나 많아서 부담스러울 정도의 양이지만 주당들에게는 환영받을 부분 중 하나.

 

같이 산 카뮈 보르데리 VSOP(Camus Borderies VSOP)보다는 격이 살짝 낮은 것 같다. 보르데리는 카뮈의 싱글 에스테이트이고 엘레강스(Elegance)라는 기본급 VSOP가 별도로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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