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카페 등에서 인천공항이나 제주공항 면세점 픽업 용 위스키 추천 요청을 하면 절대로 빠지지 않는 위스키, 글렌모렌지 시그넷(GlenMorangie Signet). 취향, 가격, 용도 등에 따라 다양한 위스키들을 추천하지만, 가장 가장 폭넓게 추천하고 많은 사람들이 만족한 위스키가 바로 글렌모렌지 시그넷이 아닌가 싶다.
추천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추리면 크게 세 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맛.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싫어할 수 없는 대중적인 맛에 풍미의 밸런스가 좋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두 번째는 가격. 면세가로 10만 원 중후반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데 해당 가격에서는 무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게다가 추가 할인을 하거나 사은품을 주는 경우도 많아 갓성비 최고 위스키 중 하나. 영국 등 해외가와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수준. 마지막으로 병 모양, 케이스 등 디자인이 예쁘다. 럭셔리 그룹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소속인 글렌모렌지는 기본적으로 디자인이 빼어난 증류소이긴 하지만, 시그넷은 그중에서도 발군이다. 술 진열장에 디스플레이하기도, 선물용으로도 있어빌리티가 충만하다.
시그넷은 글렌모렌지의 다섯 가지 카테고리 중 프리미엄 카테고리인 프레스티지 익스프레션(Prestige Expression)에 속한다. 숙성 년한 표시가 없는(NAS) 제품이지만 면세 가격이 19년보다 높게 책정된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박스 안쪽에 시그넷의 네 가지 포인트를 소개하고 있는데, 사실 가장 중요한 점은 몰트(malt)다. 시그넷에 사용하는 몰트는 커피 원두와 유사한 드럼 로스팅 방식으로 섭씨 250도의 고열에서 로스팅한다. 일명 초콜릿 몰트. 에스프레소 몰트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봤다. 그야말로 로스팅한 커피와 같이 고소하고 스모키한 향이 풍기는 몰트로 만들기 때문에 그 특징이 위스키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 몰트 또한 하이랜드의 캐드볼(Cadboll) 지역에서 재배한 양질의 보리로 만든다.
숙성을 위한 오크통은 미국 아칸소주 오자크 산맥(Ozark Mountains)의 북쪽 기슭에서 천천히 자란 오크를 사용한다.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버번(bourbon)과 셰리(Cherry), 숯처럼 태운 버진 오크(charred virgin oak)를 함께 사용하는 듯.
글렌모렌지 증류소에 대한 간략한 설명은 코어 익스프레션(Core Expression)을 마시고 작성했던 위 포스팅 참고. 중요한 점만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이름은 '고요의 계곡'이라는 뜻이며 세계적인 럭셔리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소속
- 스페이사이드(Speyside) 북쪽의 바다를 건너 하이랜드(Highland) 중부 테인(Tain)에 위치
- 다른 증류소들과는 달리 미네랄 함량이 높은 경수를 사용
- 스코틀랜드 증류소 중 가장 목이 긴 증류기를 사용해 섬세하고 가벼운 풍미의 위스키 생산
- 우드 피시니(wood finish)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고 주장)하고, 다양한 우드 피니시 위스키로 유명
금속성의 병목, 진한 블랙 컬러에서 아래로 내려올수록 위스키의 컬러를 드러내는 투명함으로 변화되는 보틀 컬러, 유려한 보틀의 모양, 전면에 새겨진 문양 등 모든 디자인에서 멋짐이라는 것이 흘러넘친다.
전면의 문양은 글렌모렌지 증류소 근처 힐튼 오브 캐드볼 스톤(Hilton Of Cadbol Stone)이라는 것에서 따왔다.
바로 요 모양. 원래 모양의 형태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컬러와 질감 표현 등을 멋지게 표현해서 더욱 멋지게 만들어냈다.
이 병은 다 마시고 나서도 버리기 어려울 것 같다. 참기름 병으로라도 써야지...
첫 시음은 언제나처럼 글렌케런 글라스(GlenCairn Glass)로.
T-Top 마개가 당당히 묵직하다. 그냥 플라스틱이 아니라 진짜 철제인 듯. 자석에는 안 붙는다. 있어빌리티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 이런 사소한 점에서도 느껴진달까.
GlenMorangie, Signet Highland Single Malt Scotch Whisky / 글렌모렌지 시그넷 하이랜드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
진한 갈색 빛이 감도는 앰버 컬러. 약간의 검은 뉘앙스도 있는 듯. 처음 오픈해서 잔에 따르니 코에 대기도 전에 향긋한 커피와 코코아, 바닐라, 잘 익은 과일, 시나몬과 정향 같은 스위트 스파이스, 시원한 허브 힌트 등 다양한 향이 알아서 콧속으로 찾아온다. 시간이 지나면서 토스티한 뉘앙스는 스모키한 뉘앙스로, 달콤한 풍미는 톡 쏘는 스파이스 뉘앙스로 변화하는 것도 흥미롭다. 입에 넣으면 부드럽고 우아한 첫 느낌. 강렬하거나 공격적인 느낌은 거의 없이 편안하게 스윽 넘어간다. 46%라는 알코올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 피니시의 여운은 비교적 깔끔하고 개운한데, 처음부터 미드 팰럿까지 주도하는 커피나 초콜릿 풍미보다는 시트러스의 신선함, 말린 베리의 달콤함, 허브의 청량한 뉘앙스가 어우러지는 듯하다. 와, 이거 정말 훌륭한 위스키다. 향과 맛, 여운, 밸런스까지 나무랄 데가 없다.
왜 이걸 이제까지 안 마시고 있었는지 후회가 될 정도. 얼른얼른 마시고 또 샀어야 했는데... 이건 완전 면세점 위스키계의 '엄친아'다.
사실 이걸 구매한 건 7년 전쯤이었다. 그런데 이런저런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 오픈을 못 하고 사진처럼 윙 건담 아래 숨겨져(?) 있었는데... 더 일찍 마셨어야 했다. 병을 다 비우고 나면 다시 구입하게 될 것 같다.
박스 뒷면에 적혀 있는 문구들이 그냥 미사여구가 아니다. 정말 모두 동의가 되는... 갓성비, 가심비 인정!!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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