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면세점 주류 코너의 핫 아이템, 글렌드로낙(GlenDronach). 대중적으로 많이 팔리는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나 버번 위스키를 제외하고,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Single Malt Scotch Whisky) 중에는 손에 꼽는 아이템이 아닐까.
- 글렌드로낙 18년 알라디스(GlenDronach aged 18 years 'Allardice')
- 글렌드로낙 21년 팔리아멘트(GlenDronach aged 21 years 'Parliament')
글렌드로낙은 1826년 제임스 앨러다이스(James Allardice)가 하이랜드(Highland)에 설립한 증류소다.
스페이사이드(Speyside)와의 경계 부근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름의 의미는 '검은 딸기의 계곡'이라고. 공식 증류 허가를 받은 것은 1826년이지만, 당시 대부분 그러했듯 증류를 시작한 것은 훨씬 이전이다. 증류소 설립 자체가 1771년이었으니까.
설립자인 제임스 앨러다이스는 마케팅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는지 설립 초기 글렌드로낙을 '기드 글렌드로낙(Guid GlenGronach)'으로 홍보했는데, '기드'는 게일어로 Good이라는 뜻. 그냥 카피만 만든 게 아니라 술집 여성 둘을 증류소 명예 직원으로 채용해 구전 효과 노렸다고. 글렌드로낙은 1860년대 하일랜드에서 세금을 가장 많이 납부한(=공식적으로 가장 매출이 좋은) 증류소였다고. 이후 1920년 글렌피딕 창립자의 아들 찰스 그란트(Charles Grant), 1960년 윌리암 티처&선스(William Teacher & Sons)등을 거쳐 1976년 얼라이드 디스틸러스(Allied Distillers) 소유가 되었는데, 1996년 증류소가 일시 폐쇄되었다가 2002년 재가동한다.
2005년부터 글렌드로낙의 중흥이 시작된다. 페르노리카(Pernod Ricard)가 인수해 우리나라에서 특히 유명한 시바스 브라더스(Chivas Brothers) 산하로 들어가면서 그때까지 고수하고 있던 석탄을 이용한 증류기 직접 가열 방식을 포기하고 증기 가열 방식으로 전환한다. 2008년 다시 벤리악(Ben Riach)에 인수되는데, 이때 벤리악에서 일하던 유명한 마스터 디스틸러이자 마스터 블렌더 빌리 워커(Billy Walker)의 손길을 받게 된다.
2016년 벤리악, 글렌 글라소(Glen Glassaugh)와 함께 주류업계의 또다른 거물 브라운 포먼(Brown-Forman)에게 인수되었다. 참고로 벤리악과 글렌드로낙을 떠난 빌리 워커가 2017년 시바스 브라더스로부터 인수한 증류소가 바로 글렌 알라키(Glen Allachie)다. 현재 글렌드로낙의 마스터 블렌더는 레이첼 베리(Rachel Barrie)가 맡고 있다.
코어 라인업은 12년, 15년, 18년, 21년인데, 이외에 8년과 피티드(Peated, NAS) 등 몇 가지가 더 있다.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것은 스몰 배치 위스키로, 빈티지가 표시된 캐스크 보틀링(Cask Bottlings)이다. 2012년에는 한국 전용으로 1996년 빈티지 16년 캐스크 보틀링이 출시되기도 했다. 어쨌거나 셰리 오크를 공격적으로 사용하는 글렌드로낙은 한국 애호가들의 입맛을 확실히 사로잡은 것 같다. 전체 라인업은 홈페이지 참고.
먼저 18년 숙성부터 시음. 사 둔지는 몇 년 됐는데 다른 사람들 (바이알로) 나눠주기만 하고 정작 나는 맛을 보지 않았다.
창립자의 이름을 딴 위스키이니 글렌드로낙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위스키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한 마디로 플래그십 위스키.
케이스에는 글렌드로낙 증류소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위스키 테이스팅 노트가 적혀 있다. 아래는 빌리 워커 옹의 싸인이 똭!
보틀의 백 레이블에도 같은 시음 노트가 적혀 있다. 친절하기도 하시지...
GlenDronach aged 18 years 'Allardice' / 글렌드로낙 18년 숙성 앨러다이스 (빌리 워커 버전)
밝게 빛나는 앰버 골드 컬러. 처음 코를 대면 마른나무와 톡 쏘는 스파이스가 강하게 드러나는가 싶더니 시간이 지나며 설탕에 절여 구운 과일, 자두나 검은 체리 같은 과일 향기에 너티 뉘앙스와 토스티 & 스모키 힌트가 매력적으로 피어난다. 입에 넣으면 처음엔 드라이한 첫인상에 입안을 죄는 수렴성이 느껴지는데, 마실 수록 부드러운 질감과 함께 알싸한 타격감 뒤로 은은하게 드러나는 바닐라 풍미와 우아하게 이어지는 피니시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Oloroso Sherry Casks) 숙성 위스키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위스키. 알코올 46%.
이어서 21년 숙성을 비교해 보았다. 21년은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와 함께 페드로 히메네스 셰리 캐스크(Pedro Ximenez Sherry Casks)를 함께 사용했다. 그런데 페드로 히메네즈의 스펠링에 오타가 있다. Ximenez인데 Ximinez라고 적혀 있음;;; 어쨌거나 와인 애호가라면 아는 얘기지만 페드로 히메네즈는 상당히 끈적하고 달콤한 디저트 와인이다.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당도라서 시럽 대신 아이스크림에 뿌려 먹을 정도. 과연 그 풍미가 위스키에 어떻게 반영되었을지.
증류소 설명은 18년과 동일하다.
같은 형태로 적혀 있는 테이스팅 노트. 18년 보다는 더 디테일하고 길다.
GlenDronach aged 21 years 'Parliament' / 글렌드로낙 21년 '팰리어먼트'
역시 밝게 빛나는 앰버 컬러인데 18년과 비교해서 살짝 옅어 보인다. 기분 탓인가 알코올 도수(48%)가 18년보다 2% 높은데도 강렬한 타격감은 거의 없이 좀 더 복합적인 스파이스 향과 함께 정향, 달콤한 과일, 터키시 딜라이트, 절인 오렌지 필 등 달콤한 계열의 향기가 복합적으로 피어난다. 입에서 또한 훨씬 폭신하고 편안한 인상. 은은한 스위트 스파이스와 구운 빵의 뉘앙스와 딱 어울리는 따뜻한 느낌이 인상적인데, 크리스마스에 마시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임팩트 있는 타격감은 적은 대신 그만큼 다층적이며, 온화하고 포근한 느낌이 편안한 위스키다.
왜 위스키 카페에서 18년의 인기가 더 높은지 이해는 가지만, 둘 다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는 듯. 다 마시고 나면 레이첼 베리 버전도 사게 될 것 같다. 언제 다 마시게 될지 모르겠지만^^;;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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