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두(Xanadu)는 1977년 존 라간 박사(Dr. John Lagan)가 마가렛 리버(Margaret River)에 설립한 와이너리다. 흔히 마가렛 리버는 박사들이 시작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제너두 외에도 1970년대 마가렛 리버 최초로 (상업용) 와인을 만든 바스 펠릭스(Vasse Felix)의 톰 컬리티 박사(Dr. Tom Cullity)를 시작으로 쿨렌 와인스(Cullen Wines)의 케빈 컬른(Dr. Kevin Cullen), 모스 우드(Moss Wood)의 빌 패널(Dr. Bill Pannell) 등이 모두 박사 출신이다.
존 라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낭만파 시인 새뮤얼 테일러 컬리지(Samuel Taylor Coleridge)의 시 <쿠블라 칸(Kubla Khan)>에 등장하는 무릉도원이라는 의미의 'Xanadu'를 와이너리 이름으로 선택했다. 재너두는 실제로 원나라 황제들의 여름 별장이 있던 곳이었다고. 라간 가족은 소규모 가족 경영을 하다가 1990년대엔 주식 시장에 상장하며 자본 투자를 받기도 했다. 이 시기에 약간의 혼란을 겪으며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기도 했는데, 2005년 대규모 농업 회사를 3대를 이어 운영한 래스본 가문(Rathbone Family)이 인수하면서 급진적인 품질 향상을 이뤄냈다. 수석 와인메이커 글렌 구달(Glenn Goodall)의 양조팀이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재너두 외에도 래스본 가문은 빅토리아(Victoria)의 예링 스테이션(Yering Station), 마운트 랑기 기란(Mount Langi Ghiran)을 보유하고 있다.
재너두가 위치한 마가렛 리버는 서호주 남단에 서쪽 방향으로 삐쭉 솟아 있다. 온화한 해양성 기후로 인해 '남반구의 보르도(Bordeaux)'라 불리는데, 보르도, 나파 밸리(Napa Valley)에 버금가는 최고의 카베르네 소비뇽 산지다. 600mm정도의 강수는 대부분 겨울철에 집중돼 포도 재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표적인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이지만 호주를 대표하는 품종인 쉬라즈(Shiraz)도 빼어나며, 질 좋은 샤르도네(Chardonnay)도 생산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고급진, 밸런스가 좋아 과하지 않은 중용적이고 온화한 와인들이 많이 나온다. 제너두는 미세 기후에 따라 작성한 세밀한 포도원 지도를 기반으로 포도나무를 관리하며, 기후 변화 및 빈티지 특성에 따라 수확 시기를 정하는 등 유연한 방식으로 와인을 만들고 있다.
호주 와인 권위자이며 제임스 서클링에 이은 또다른 A폭격기 제임스 할러데이(James Halliday)의 <와인 컴패니언(Wine Companion)> 2016판에서는 재너두에게 붉은 별 5개(★★★★★)를 주었다. 이는 3년 이상 95점 이상 와인이 2개 이상 있어야 받을 수 있는 등급으로, 평가 와이너리 중 상위 10% 안에 드는 성적이다.
제너두 홈페이지에 따르면 <와인 컴패니언> 2021년 판에서도 5 스타를 유지한 것으로 나온다. 개별 와인도 6개나 95+점을 획득했다. 지금껏 5스타를 유지했다면 아마 와이너리 이름 자체가 붉은색으로 표시되었을 것 같은데, 이는 전체 와이너리 중 상위 3-4% 안에 들어가는 수준이다. 뜨고 있는 와이너리인 건 확실한 듯.
프리미엄 호주 와인의 기준인 랭턴 등급 분류(Langton's Classification of Australian Wine) 일곱 번째 버전에는 제너두 리저브 카베르네 소비뇽(Xanadu Reserve Cabernet Sauvignon)이 포함됐다. 엑설런트(Excellent) 등급이긴 하지만, 점차 고급 와인으로 인정을 받아가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Xanadu, Exmoor Cabernet Sauvignon 2017 Margaret River / 제너두 엑스무어 카베르네 소비뇽 2017 마가렛 리버
검보랏빛 감도는 짙은 루비 컬러. 농익은 블랙베리와 블루베리, 라즈베리, 자두, 체리, 블랙커런트 등 풍성한 검(붉)은 과일 풍미에 후추, 파프리카 같은 스파이스, 은근한 토스티 오크와 바닐라 힌트가 감돈다. 화한 민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존재감을 발하는 듯. 입에 넣으면 쨍하게 살아있는 신맛과 제법 쫀쫀한 타닌이 느껴진다. 과일의 밀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엔트리급임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편이며, 전반적인 밸런스 또한 괜찮다. 만족감과 살짝 아쉬움의 경계 펜스에 앉아 있는 수준. 가격을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지만.
제너두는 설립 초기부터 보유하고 있던 라간 에스테이트(Lagan Estate)와 부지둡 에스테이트(Boodjidup Estate)를 포함해 약 100ha의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엑스무어 카베르네 소비뇽은 부지둡 빈야드의 서쪽 경계 부근의 포도를 주로 사용하는 듯.
수확한 포도는 줄기를 제거한 후 파쇄해 섭씨 26도에서 5-7일간 발효하는데, 일부는 추가적인 풍미와 질감을 뽑아내기 위해 남겨서 더 길게 침용한다. 말로락틱 발효를 마친 후 프렌치 바리크(20% new)에서 14개월 숙성.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