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를 대표하는 와인 생산지 토카이(Tokaji). 프랑스 보르도의 소테른(Sauternes), 독일 모젤의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rockenbeerenauslese)와 함께 귀부화된 포도로 만드는 최고급 스위트 와인으로 유명한 곳이다.
위 지도의 오른쪽 상단 오렌지색 부분이 토카이다. 그 남서쪽은 '황소의 피'라는 의미의 진한 레드 와인 비카베르(Bikaver)로 유명한 에게르(Eger) 지역.
그런데 최근 토카이에서도 드라이, 혹은 세미 드라이 와인을 많이 만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스위트 와인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기 때문. 게다가 완숙한 포도가 귀부균의 영향을 받아야 만들 수 있는 귀부 와인은 양조도 어렵고 실패 확률도 높으며 생산량도 극히 적기 때문에 수익률이 좋지 않다. 그래서 양질의 포도들로 드라이 화이트 와인들을 더 많이 생산하는 것 같다.
스페인의 베가 시실리아(Vega-Sicilia)가 보유한 오레무스(Oremus) 와이너리에서도 양질의 드라이 화이트 와인을 만들고 있다. 숙성력까지 겸비한 수준급 와인인데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보일 때마다 구매하는 편.
샤토 데레즐라(Chateau Dereszla)는 토카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와이너리 중 하나다. 와이너리가 보유한 셀러는600년 이상 된 것인데, 지하 5층까지 이어진 셀러의 길이는 1km에 이른다. 샴페인 파이퍼 하이직(Champagne Piper Heidsick)을 소유했었고, 지금은 아르헨티나의 알타 비스타(Alta Vista)를 소유한 돌란(D’Aulan) 가문이 2000년에 인수해 2007년 신규 와이너리를 짓고 2015년엔 스파클링 와인 생산을 위한 와이너리를 증축하는 등 현대화를 진행했다. 로열 토카이(Royal Tokaji), 오레무스 등과 함께 토카이를 대표하는 생산자 중 하나.
Chateau Dereszla, Tokaji Furmint Dry 2019 / 샤토 데레즐라 토카이 프루민트 드라이 2019
밝게 빛나는 볏짚색. 은은한 호손 아로마가 감돌며 아삭한 사과와 시원한 배 향기가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스월링을 하면 신선하면서도 잘 익은 과일 풍미가 풍성하게 드러나 살구 같은 핵과 뉘앙스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입에 넣으면 가볍게 쌉싸름한 첫인상 뒤로 싱그러운 미네랄과 얇게 이어지는 레몬 같은 산미가 깔끔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친다. 꿀꺽꿀꺽 마실 수록 더 마시고 싶어지는 느낌.
집에서 마시면 반 병을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 녀석은 한 병을 금세 비워버렸다. 호박전, 감자전과의 궁합도 넘나 훌륭했고, 가벼운 스낵과 함께 와인 중심으로 즐겨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심각하지 않은 에브리데이 와인으로 강추.
여름에 마시기 딱 좋은 스타일인데... 눈에 보이면 두어 병 더 사야겠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