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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Radikon, Oslavje 2012 / 라디콘 오슬라브예 2012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7. 2.

드디어 만났다, 라디콘(Radikon)! 그라브너(Gravener)와 함께 프리울리(Friuli) 오렌지 와인, 아니 오렌지 와인 전체를 대표하는 생산자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라디콘. 한국에서도 이미 와인 힙스터들이라면 한 번쯤 마셔 봤을 와인.

 

고 스탄코 라디콘(Stanko Radikon)

20세기 후반 라디콘과 그라브너를 중심으로 일군의 양조자들은 혁신적인 양조 방식을 찾아 헤매다가 뜻밖의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바로 전통적인 와인 양조 방식으로의 회귀. 19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현대적 방식으로 만든 세련된 와인의 상업적 성공에도 만족할 수가 없었던 그들은 곧 이 고난의 길로 완전히 빠져들게 된다.

그라브너는 조지아(Geogia)에서 8천여 년 전부터 와인을 양조해 온 방식인 크베브리(Qvevry, 일종의 암포라)를 이용해 화이트 와인도 껍질 등과 함께 장기 침용을 거쳐 생산하는 방식에서 답을 찾았다. 라디콘의 경우 그의 리볼라 잘라(Ribola Giala) 와인이 포도밭에서 바로 따서 먹었을 때 느낄 수 있는 포도 특유의 아로마를 잃었음을 깨닫고, 1995년 여분의 225L 오크통에 리볼라 잘라를 껍질 채 1주일 침용 및 발효했다. 맛을 본 결과 '신세계'가 열렸음을 깨달은 스탄코 라디콘은 자신이 만드는 모든 화이트를 껍질 침용 방식으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최적의 침용 기간을 연구한 결과, 2~3개월이 최적임을 확인했다고.

생산 초반 이런 와인들은 평론가의 혹평과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지만, 현재는 모두가 아는 대로 못 파는 와인이 되었다. 없어서 못 파는 와인. 그는 말년에 힘겹게 암투병을 하다가 2016년 유명을 달리했고, 현재는 그의 아들 샤샤(Saša)가 대를 이어 훌륭한 와인을 만들고 있다. 

 

 

앰버 레볼루션(Amber Revolution)

오렌지 와인이 부흥하게 된 배경과 주요 생산자들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책. 읽다 보면 오렌지 와인의 지향점과 가치, 그리고 의미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다. 책

wineys.tistory.com

그들의 이야기는 <앰버 레볼루션>이라는 책에서 소개하고 있으니 읽어 볼 만하다. 상당히 흥미로운 스토리.

 

병의 크기가 살짝 작은 느낌인데, 특이하게도 용량이 500ml다. 기존의 750ml 병이 혼자 마시기에는 너무 많고, 둘이 마시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느껴서 병의 용량을 500ml와 1L 두 가지로 변경했다고 한다. 코르크의 접촉면 또한 750ml 병의 접촉 비율에 맞춰 조정했다는 게 포인트. 따라서 코르크의 직경이 500ml 병의 것은 좀 작고, 1L 병의 것은 더 크다. 

그들은 1L 병을 두고 "둘이 마시기 딱 좋다. 둘 중 한 사람만 마신다면."이라는 농담을 하길 즐긴다고 ㅋㅋㅋ

 

Radikon, Oslavje 2012 Venezia Giulia / 라디콘 오슬라브예 2012 베네지아 줄리아

탁한 오렌지 앰버 컬러. 된장, 어찌 보면 장향 백주 같은 숙성 향이 드러나는 동시에 자몽과 말린 살구 등의 잘 익은 과일 풍미와 구운 토마토 같은 풋풋한 스파이시 풍미가 곁들여진다. 꼬릿함과 극대화된 신선함이 공존하는 아이러니랄까. 마실 수록 황차 같은 꾸덕한 뉘앙스가 곁들여지는 것 같기도 하다. 풍미의 스펙트럼이 넓고 복잡해 마셔도 마셔도 질리지 않는 느낌.

역시 대가의 와인은 다르구나.

 

수입사의 설명에 따르면 오슬라브예는 라디콘의 오렌지 와인 중 가장 빨리 제모습을 보여주는 와인이라고. 손 수확한 샤르도네(Chardonnay) 60%,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40%를 섬세하게 으깬 후 오래된 슬로베니안 오크통에서 3개월 동안 껍질, 과육과 함께 침용 및 발효한다. 이후 고형물을 제외한 와인만 25~35 hl 용량의 대형 오크통에서 7년 이상 숙성한다. 

 

체코식 고기 스튜인 굴라시와 잘 어울렸다. 오렌지 와인도 물론 베스트 페어링이 존재하겠지만, 다양한 음식과 쉽게 어우러지는 면이 참 좋다. 부보님과 가정식을 먹을 때도 자주 애용하는 것이 오렌지 혹은 내추럴 계열의 와인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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