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미국 위스키 믹터스(Michter's) 3종 비교 시음. US★1 이라는 표시가 그들이 자부심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믹터스는 1753년 펜실베니아에 설립된 유서 깊은 증류소다. 1919년 금주령에 따라 폐쇄됐다가 부활한 후 1950년대 당시 소유주였던 루포만이 아들의 이름인 마이클(Michael)의 앞부분과 피터(Peter)의 뒷부분을 따서 믹터스(Michter's)라는 브랜드를 만들게 됐다. 믹터스는 이런 이런저런 부침을 겪다가 증류소를 1989년 폐쇄했는데, 1990년 조셉 말리오코(Joseph Magliocco)가 믹터스 브랜드 소유권을 획득하고 버번의 고향 켄터키로 생산지역을 변경하면서 다시 부활했다.
초기에는 증류소를 지을 돈이 없어 다른 증류업자들의 증류기를 빌려 위스키를 생산했지만, 지금은 포트 넬슨 증류소(Fort Nelson Distillery), 시블리 증류소(Shively Distillery), 스프링필드 농장(Springfield Farm) 등 3곳의 생산기지를 갖고 있다.
믹터스 홈페이지에 소개된 스프링필드 농장의 수확 모습. 스프링필드 농장에서는 증류소에서 사용하는 호밀과 보리를 직접 경작한다.
믹터스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을 혁신의 방향으로 설정했다. 더 많은 비용과 더 긴 시간이 들어가더라도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식을 고수한 것. 대표적인 것이 오크통인데, 믹터스에서는 오크통을 자연 상태에서 18-48개월 동안 건조한다. 오븐을 사용해 6개월 만에 말리는 업계 평균보다 최소 3배 이상 길다. 이를 통해 오크의 매혹적인 풍미는 더욱 이끌어내고, 우러나오는 타닌의 양은 줄인다.
오크통을 그을리는 ‘차링’ 전에 한번 더 구워 주는 ‘토스팅’도 특징이다. 이 과정을 통해 나무의 당분을 캐러멜화(caramelised)하여 위스키의 풍미를 살리고 위스키의 색은 더 진하게 한다. 숙성을 위해 오크통에 담는 스피릿의 알코올 도수는 일반적인 도수(62.5%) 보다 낮은 51.5%다. (배럴 스트렝스는 제외인 듯) 이렇게 하면 증류 후 최종 과정에서 다른 버번 위스키보다 물을 덜 타게 된다.
위스키를 숙성하는 배럴 창고에 인위적으로 더 열을 가해주는 열순환 방식도 쓴다. 나무가 더 자주 팽창하면서 오크통의 향을 위스키가 더 많이 흡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숙성 중 증발하는 양이 전체의 4%로 일반적인 2.5%에 비해 훨씬 늘어난다. 하지만 좋은 품질의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잔을 채워 넣는 순간부터 달콤하면서 스파이시한 오크 향기가 진동했다. 시음용 잔은 글렌 캐런, 슈피겔라우 빌스베르거 애니버서리 스피릿, 마크 토마스 스피릿 글라스를 사용했다.
Michter's Small Batch Original Sour Mash / 믹터스 스몰 배치 오리지널 사워 매시
금빛 감도는 브라운 앰버 컬러. 코를 대면 톡 쏘는 스파이스와 칡 향, 달콤한 캐러멜, 구운 옥수수, 완숙한 핵과, 사과 콤포트 등 익은 과일 풍미, 시나몬 류의 스위트 스파이스와 구운 빵 뉘앙스가 어우러져 마치 시나몬 롤 같은 인상. 입에 넣으면 처음엔 에나멜 같은 뉘앙스와 강한 오크의 씁쓸한 미감이 더해져 강렬한 어택. 문득 초등학교 때 니스가 칠해져 반질반질한 나무 책상이 떠오른다. 쩝쩝거리며 입안을 굴리다 보면 과일 풍미도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면서 오크 풍미와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루며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진다. 구조감도 탄탄하고 풍미의 밀도도 촘촘한 것이 좋은 위스키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
Michter's Single Barrel Kentucky Straight Rye / 믹터스 싱글 배럴 켄터키 스트레이트 라이
대동소이한 브라운 앰버 컬러. 예상외로 톡 쏘는 스파이스보다 향긋한 노란 꽃과 시트러스, 터키시 딜라이트 같은 향기가 먼저 드러난다. 엿기름처럼 달콤하면서도 구수한 풍미와 사워 매시보다는 비교적 잔잔하지만 역시나 명확히 드러나는 달콤한 오크 뉘앙스. 입에 넣으면 (실제 단맛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말린 과일이나 과일 캔디처럼 달콤한 풍미와 함께 강렬하게 드러나는 스파이시함. 꿀꺽 삼키고 나면 전반적으로 과일 풍미가 중심을 잡아주고 바닐라, 초콜릿 같은 뉘앙스가 길게 이어지며 매력적인 여운을 남긴다. 역시나 견고하게 잘 만든 라이 위스키. 사제락이나 올드 패션드의 기주로 쓰더라도 자신의 캐릭터를 명확히 보여줄 것 같다.
Michter's Barrel Strength Kentucky Straight Rye / 믹터스 배럴 스트렝쓰 켄터키 스트레이트 라이
컬러는 모두 비슷하게 브라운 앰버 컬러인데, 스트렝쓰 라이만 림에 살짝 붉은 구릿빛이 감도는 것 같다. 강렬한 바닐라 오크, 연필심과 함께 붉은 베리, 익은 자두, 그리고 강력하게 톡 쏘는 스파이스. 너무나 밀도가 높고 강렬해서 조심스럽게 코를 대야 할 정도다. 입에 넣으면 높은 알코올을 타고 전해지는 에나멜 같은 인상 역시 강렬하다. 하지만 의외로 부담스럽지 않은데, 잘 익은 과일 풍미가 어느 정도 밸런스를 잡아주기 때문인 듯. 의외로 한 모금 넘기고 나면 다음 모금을 빨리 마시고 싶어 진다. 특별히 배럴 스트렝쓰 성애자는 아니지만 셋 중 가장 마음에 든다. 하지만 가격은 가장 마음에 안 들겠지.
마지막은 하이볼 말아서. 오크가 너무 부담스럽게 드러나면 어쩌나 살짝 걱정했는데, 선이 굵으면서도 밸런스가 잘 맞는 맛있는 하이볼이 되었다. 니트, 혹은 온 더 락으로 마시기에는 살짝 부담스럽게 느껴졌는데, 칵테일 기주로는 상당히 좋을 것 같다. 남은 것들은 올드 패션드나 사제락, 갓 파더 같은 칵테일을 만들어 봐야지.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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