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의 개성적인 생산자 비비 그라츠(Bibi Graetz). 그의 대표적인 와인 테스타마타(Testamatta)와 콜로레(Colore)의 레이블이 기존과는 다르다. 바로 두 와인 출시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 레이블이다. 마치 파티 드레스처럼 화려한데, 1960~70년대 이탈리아 얼터너티브-록밴드 모네스킨(Måneskin)의 의상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거라고. 원래 화가였던 그는 자기 와인의 레이블을 직접 그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유명한 레이블은 소포코네(Soffocone)....
지난 7월 26일에는 출시 20주년 기념 웨비나도 열렸다. 비비 그라츠가 직접 테스타마타와 콜로레 2019년 빈티지를 소개하며 그동안의 소회와 최근 변경된 스타일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웨비나의 자세한 내용은 위 기사 참고. 간단히 핵심만 요약하면 최근 비비 그라츠 와인은 힘차고 강건한 스타일에서 우아한 스타일로 변화했다고 한다. 2009년과 2010년 빈티지에서 얻은 교훈이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2009년은 춥고 비가 많이 내려 풍미가 다소 희석된 감이 있었다. 당연히 평가 점수도 높지 않았다. 반면 2010년은 날씨가 좋았고 와인 양조 기술을 총동원해 진하고 묵직한 와인을 만들어서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고객들의 평가도 전반적으로 2010년 빈티지가 높은 편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실제 판매는 2009년 빈티지가 훨씬 잘 되었다고 한다. 말로는 2010년을 칭송하면서 실제 지갑은 2009년 빈티지에 열었던 것. 비비 그라츠는 사람들은 우아한 와인에 더욱 끌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슈퍼 엘리건트(super elegant)’한 와인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후 지금까지의 10년은 그야말로 우아함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이었다고.
우아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2011년부터는 그린 하베스트를 하지 않고 포도를 수확하면서 알이 더 좋고 신맛과 섬세한 풍미가 더 좋은 송이를 선별한다. 침용 시 풍미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일부 주스를 따라내는(bleeding) 방법 또한 사용하지 않는다. 새 오크 사용 비율을 낮추어 포도 자체의 표현을 중시한 것 또한 주목할 부분.
개인적으로는 2015년에 테스타마타 2010 빈티지와 콜로레 2009년 빈티지를 함께 시음해 볼 기회가 있었다. 물론 둘 다 상당히 마음에 들었지만, 콜로레에 느낀 매력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당시 테이스팅 노트를 읽어보면 콜로레를 좀 더 푸근하고 편안하게 느꼈던 듯. 물론 콜로레가 테스타마타보다 훨씬 윗급의 아이콘 와인이지만, 그 차이보다는 빈티지로 인한 스타일의 차이를 어느 정도는 느꼈던 게 아닌가 싶기도. 당시에는 둘 다 괜찮은 빈티지로만 인식하고 있었으니까.
참고로 2019년 빈티지부터 비비 그라츠의 기본급 라인업인 카사마타(Casamatta)에도 변화가 있다. 2019 빈티지부터는 테스타마타와 결을 같이하는 와인으로 만들어지며, 우아하고 복합적인 아로마가 더해져 한층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연출한다고. 그에 걸맞게 레이블 또한 위 이미지와 같이 콜로레-테스타마타와 일관성 있는 형태로 바뀌었다. 솔직히 까사마타는 그닥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다시 마셔 봐야 할 것 같다.
Bibi Graetz, Testamatta 2019 Toscana / 비비 그라츠 테스타마타 2019 Toscana
반짝이는 루비 레드 컬러. 붉은 꽃과 작은 붉은 베리, 자두, 블루베리 풍미가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코에서 입까지 전해진다. 입에서는 허브와 스파이스는 양념처럼 가볍게 곁들여지며, 깔끔한 신맛과 촘촘하지만 과하지 않은 타닌이 가볍고 신선한 첫인상을 형성한다. 마치 부르고뉴 와인 같은 섬세함과 함께 산지오베제 특유의 생기 발랄함이 역동적으로 드러나는 모순이 병존한달까. 생동감 넘치는 향긋한 여운이 길게 이어지는 기분 좋은 미디엄 풀 바디 와인. 넘나 맛있어서 테이스팅이고 뭐고 꿀꺽꿀꺽 마시고 싶었다.
빈칠리아타(Vincigliata), 론다(Londa), 라몰레(Lamole), 몬테필리(Montefili), 시에나(Siena) 등 5개 포도밭의 평균 수령30-50년의 산지오베제(Sangiovese)를 구획 별로 나누어 8번에 걸쳐 수확해 세심하게 선별한 포도만 사용한다. 줄기를 제거하고 부드럽게 압착한 후 225 리터의 작은 오크 바리크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뚜껑을 연 채로 효모 첨가 없이 발효하며, 매일 6-8번 손으로 펀칭 다운(punching down)한다. 7-10일 정도의 침용(maceration) 한 후 20개월간 중고 바리크와 배럴에서 구획 별로 숙성한 후 블렌딩해 출시한다. 비비 그라츠는 2019년 빈티지를 '향수 같다'라고 표현하면서 '복합적인 풍미의 레이어와 완벽한 밸런스를 갖춘 진정한 마일스톤'으로 평가했다.
Bibi Graetz, Colore 2019 Toscana / 비비 그라츠 콜로레 2019 Toscana
바이올렛 향기, 먼지 힌트와 함께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같은 검붉은 과일 향기가 조금 더 밀도 높게 드러난다. 스위트 스파이스와 허브 뉘앙스 또한 좀 더 강한 편이며, 입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강렬한 산미와 좀 더 쫀쫀한 타닌은 바로 건물을 올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구조감을 선사한다. 벨벳 같은 질감을 타고 잔잔하게 흐르는 수제 초콜릿 같은 피니시 또한 매력적. 테스타마타에 비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느낌이었지만, 그 우아한 표현력과 잠재력만큼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훌륭한 와인.
라몰레, 빈칠리아타, 시에나 포도밭의 평균 수령 70년 이상 포도나무에서 선별 수확한 포도를 사용하며, 산지오베제 80%에 콜로리노(Colorino), 카나이올로(Canaiolo)를 각 10%씩 블렌딩한다. 양조방식은 테스타마타와 유사하나, 펀칭 다운을 일 8회 정도 진행하며, 숙성 또한 뉴 바리크만 사용한다. 비비 그라츠는 2019년 콜로레를 '불꽃놀이'에 비유했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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