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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시음회·전시회·세미나

키안티 클라시코 전시회(Chianti Classico V2B Show 2021) 후기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11. 27.

키안티 클라시코 마스터클래스가 끝나고 제공된 고퀄의 식사를 마치고, 

 

키안티 클라시코 전시회장도 슬쩍 들러보았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의 24개 수준급 생산자의 아나타(Annata), 리제르바(Riserva), 그랑 셀레지오네(Gran Selezione), 빈 산토(Vin Santo) 등 70여 종의 와인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이미 마스터 클래스에서 엄선된 12종의 와인들을 가이드 테이스팅 해서 피곤했던 데다, 코로나 때문에 2시간의 시간제한이 있어서 전체 와인을 테이스팅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원래 관심 있었던 와인들과 마스터 클래스에서 퍼포먼스가 좋았던 생산자, 그리고 빈 산토를 중심으로 테이스팅 하고, 가볍게 인상만 기록해 두었다.

 

문을 들어서자 마자 반가운 얼굴이 보여서 들렀던 부스. Bibbiano, 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Vigna del Capannio 2016을 맛봤는데 특별히 기록을 해 두진 않았다. 7년 전쯤에 토스카나 와인 전시회에서 2010 빈티지를 맛본 기억이 있는데, 역시나 밸런스가 좋고 임팩트 있는 와인이다. 

 

전시회장을 한 바퀴 슥- 둘러본 후 가장 관심 있는 부스부터 시계 방향으로 스타트.

Monsanto Chianti Classico 2018은 신선한 허브와 촘촘한 타닌, 신선한 산미가 적당한 허브 향기와 함께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Monsanto Chianti Classico Riserva 2018는 아나타보다 좀 더 꽃 향기가 화사하게 피어나며, 강건한 구조와 바디감을 보여 준다. 둘 다 첫 모금에 그 품격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와인들. 만나면 반드시 사야 할 와인이다. 

 

Castello Monsanto, La Chimera Vin Santo del Chianti Classico 2007는 은은한 산화 뉘앙스와 과하지 않은 숙성 향이 매력적으로 드러나며, 진한 견과 풍미가 조청 같은 단맛, 깔끔한 신맛과 함께 좋은 밸런스를 이룬다. 

이걸 입에 넣으니 원기가 회복되는 느낌이 들었다. 넘나 기분이 좋아져서는 빈 산토만 먼저 쭉 돌기로 결정.  

 

Castello di Meleto Vin Santo del Chianti Classico 2009는 달콤한 꿀과 시럽, 말린 과일 풍미와 새콤한 산미가 처음부터 비교적 산뜻하게 드러난다. 처음 마시는 사람에게도 환영받을 것 같은 캐주얼한 스타일이긴 한데 솔직히 밀도는 좀 아쉽다. 물론 가격 또한 저렴한 편이라는 건 감안해야 하지만. 결혼 빈티지라 2병 사 두었는데, 한 병은 조만간 마시고 한 병은 10년 정도 보관해 봐야겠다. 

 

Felsina Vin Santo del Chianti Classico 2009는 진한 금빛 앰버 컬러에 셰리 같은 산화 뉘앙스가 강하게 드러나며 입에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향긋한 꽃 향과 말린 과일 풍미, 환상적인 산미와 어우러져 좋은 밸런스를 이룬다. 멜레토보다는 확실히 한 수 위. 한 병 사고 싶지만 아쉽게도 아직 미수입이다. 

 

Rocca di Montegrossi Vin Santo del Chianti Classico 2010은 블랙에 가까운 짙은 브라운 앰버 컬러만큼이나 장향 같은 숙성 향과 견과 풍미, 캐러멜 같은 달콤함이 명확히 드러난다. 단맛 또한 아찔할 정도로 강하며, 밀도 또한 얼마나 높은지 마치 갱엿을 녹여 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도 전통적인 스타일의 빈산토인 듯한데, 물어보니 가격 또한 엄청난 수준. 품질이나 포스 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지만, 개인적인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

 

Badia a Coltibuono Vin Santo del Chianti Classico 2012는 반짝이는 밝은 황금빛에 위스키 같은 오크 숙성 향이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깨끗한 신맛과 절제된 단맛, 말린 핵과의 단정함까지 전반적으로 모던한 느낌. 신나는 디너의 마지막을 기분 좋게 장식해 줄 빈산토다.

 

Conti Capponi-Villa Calcinaia Vin Santo del Chianti Classico 2011은 홍조 띤 브라운 앰버 컬러가 마치 퍼스트 필 쉐리 오크 위스키 같은 인상이다. 당도가 진한데 산미가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며 꿀 같은 질감을 타고 가벼운 견과 풍미가 드러난다. 피니시의 민트 같은 상쾌한 여운 또한 매력적이다. 품질이 넘나 인상적이라 잠깐 쉬었다가 이 부스의 레드 와인들도 맛보기로 결정. 

 

 

잠깐 밖에 앉아서 쉬다 보니 키안티 클라시코 입체 지도가 눈에 들어왔다. 몇 년 전에 나파 밸리(Napa Valley)도 이런 입체 지도를 들고 와서 설명했던 기억이 나는데, 백 마디 설명보다 이 지도 하나가 지형 이해에 훨씬 큰 도움을 주는 듯. 딱 봐도 동쪽의 고지대와 서북쪽의 저지대가 눈에 들어오는 것만 봐도ㅋ

 

10분 정도 물을 마시면서 쉰 뒤 2차전은 레드 와인 중심으로.

Istine Chianti Classico 2019는 노트를 적어 두지 않았는데, 예상보다 좋다고 느끼지 못했었던 것 같다. 마스터클래스에서 이 생산자의 리제르바를 인상 깊게 시음했기 때문에 첫 부스로 들렀는데... 아마 빈 산토를 먼저 시음했던 게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Il Palagio di Panzano Chianti Classico 2016는 약간의 환원취를 날리고 나면 오레가노 같은 허브 향 뒤에 밝은 붉은 베리 풍미가 드러난다. 매끈한 질감에 가벼운 산미가 깔끔하다. Il Palagio di Panzano Chianti Classico Riserva 2015 역시 환원 취가 좀 강하게 드러나는 편인데 타닌과 구조감이 아나타보다 강하다. 

 

Il Palagio di Panzano 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La Vigna delle Bambole' 2015는 섬세함과 강건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장기 숙성 잠재력이 확연히 드러나는 스타일. 판자노(Panzano)라는 이름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들렀는데, 들르길 잘 한 듯 싶다. 


빈 산토가 인상적이어서 꼭 들러야겠다고 마음먹었던 빌라 칼시나이아 부스. Conti Capponi-Villa Calcinaia Chianti Classico 2018는 말린 토마토의 스파이시함과 잘 익은 과일, 발사믹 뉘앙스가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질감, 밸런스 모두 마음에 드는 스타일. 리제르바는 적어 두질 못했는데 나쁘지 않았던 인상만 남아 있다.


Conti Capponi-Villa Calcinaia 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Vigna Bastignano' 2017은 자두, 검붉은 베리 등 밀도 높은 과일 풍미와 오크 숙성 뉘앙스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마시고 싶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컨디션만 좀 좋았다면 더 세밀하게 테이스팅 했을 텐데... 아쉽.

콘티 카포니-빌라 칼치나이아의 와인은 아직 수입되고 있지 않은데, 조만간 좋은 수입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와인이 한국에 들어와야지.

 

확실히 4시간 연속 테이스팅은 무리다. 게다가 빈 산토를 먼저 시음한 게 확실히 실책이었음. 마약 같은 단맛을 경험하고 나닌, 레드 와인을 시음하기가 넘나 힘들었다. 그래서 이 훌륭한 Baron Ricasoli Castello di Brolio 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2016조차 마지막에야 간신히 눈에 띄어서 시음했을 정도. 오랜만에 만나 카스텔로 디 브롤리오는 역시나 훌륭했지만, 시음 노트는 한 마디도 적어두질 않았네...ㅠㅠ

 

그래도 선호하는 지역의 좋은 와인들도 시음하고,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분들과 인사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야 이런 좋은 기회들이 더욱 많이 생길 텐데.

 

20211117 @ 키안티 클라시코 V2B 전시회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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