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줄 와인 칵테일 4

프렌치 75와 네그로니 스발리아토는 스파클링 와인을 오픈했을 때 강추할 만한 와인 칵테일이다. 쭉쭉 들어가는 스파클링 와인을 남기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일부러 남겨서라도 만들어야 할 칵테일이랄까. 정말 맛있다.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줄 와인 칵테일 4

올여름, 더워도 너무 덥다. 열돔에 갇힌 대한민국은 밤낮으로 식을 줄을 모른다. 불지옥 같았던 2018년 무더위가 떠오르는 날씨다. 상황은 그때보다 더욱 안 좋다. 코로나 때문이다. 마음껏 피서를 떠날 수도, 떠난다 해도 답답한 마스크를 안심하고 벗어버릴 수도 없다. 에어컨이라도 빵빵하게 틀어놓고 싶지만 전기요금 누진 구간에 걸릴까 노심초사다. 어쩔 수 없다.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 시원한 와인이나 마시는 수밖에.

더울 땐 레드 와인보다 시원한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이 제격이다. 하지만 어쩔 땐 이마저도 좀 아쉽다. 우리 몸이 원하는 건 얼음 잰 콜라를 쭉 들이킬 때와 같은 쨍한 차가움이니까. 이럴 때 조금 더 시원하게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칵테일이다. 잔에 직접 얼음을 넣어 마시거나 얼음과 함께 강하게 셰이킹 하여 차가움을 더하는 칵테일은 즉각적인 시원함과 강한 청량감을 준다. 게다가 와인에 더해지는 다양한 재료들은 색다른 맛과 분위기를 연출한다. 어제 마시다 남은 와인을 이용해 오늘은 새로운 맛을 즐길 수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가장 잘 알려진 여름 칵테일은 상그리아(Sangria)다. 와인에 각종 과일을 잘라 넣고 하룻밤 정도 보관한 후 취향에 맞게 얼음과 탄산수를 더해 마시면 되는 간편한 칵테일이다. 레드와 화이트 와인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대량으로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놓고 마셔도 된다. 브랜디나 기타 재료를 사용해 풍미를 더할 수도 있다. 여러 모로 장점이 많은,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칵테일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좀 더 세련된 느낌의 칵테일 네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감각적인 칵테일들이다.

 

프렌치 75 (French 75)

샴페인을 사용하는 칵테일로 가장 유명한 것은 지난 기사에서 소개했던 미모사(Mimosa)다. 같은 이름의 꽃처럼 고혹적인 오렌지 컬러를 띈 이 칵테일은 샴페인용 플루트 잔에 오렌지 주스와 샴페인을 같은 양으로 따르면 완성되는 쉬운 칵테일이다. 오렌지 주스 대신 다른 주스를 사용해 다양한 베리에이션도 가능하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버전을 찾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키르 로열(Kir Royal)도 있다. 원형인 키르(Kir)는 프랑스 디종 시의 시장 펠릭스 키르(Félix Kir)가 부르고뉴의 화이트 와인과 지역 특산품인 카시스로 만든 리큐르(Crème de Cassis)를 3:1로 섞어서 만든 칵테일인데, 화이트 와인 대신 샴페인을 사용하면 키르 로열이 된다. 블랙커런트(black currant)라고도 불리는 카시스는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품종으로 만든 레드 와인의 대표적인 풍미이기도 하니, 크렘 드 리큐르 한 병 사서 풍미도 확인해 보고 칵테일에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프렌치 75(French 75)가 이번 주제에 가장 걸맞다. 샴페인을 제외한 재료들을 얼음과 함께 강하게 셰이킹 하여 차게 식힌 후 샴페인을 더하는 칵테일이라 더욱 시원하게 즐길 수 있으니까. 프렌치 75는 1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가 사용한 75mm 기관총의 이름인데, 어째서 칵테일에 이런 무시무시한 이름이 붙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여름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무찔러 줄 칵테일임은 확실하다. 셰이킹 할 때 느껴지는 차가운 손맛부터가 그렇다. 셰이커에 얼음을 절반 정도 채운 후 진(Gin) 30ml, 레몬주스 15m, 심플 시럽 15m를 넣고 20초 정도 셰이킹 한 후 가급적 차갑게 식힌 샴페인 잔에 따른다. 그리고 비슷한 양의 샴페인을 채우면 완성. 샴페인 글라스 대신 얼음을 가득 채운 하이볼 잔을 사용하면 더욱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레몬 필을 더하면 상큼함이 배가된다. 셰이커나 지거(jigger) 같은 칵테일 조주 도구가 없다면 집에 있는 적당한 대용물을 이용해도 된다. 셰이커 대신 얼음과 함께 흔들어도 깨지지 않을 견고한 플라스틱 물병을 사용해도 되고, 계량은 밥 수저 1큰술을 10ml로 어림해도 큰 무리가 없다. 값비싼 샴페인을 사용하기가 부담스럽다고? 우리에게는 카바(Cava)도 있고 젝트(Sekt)도 있으며, 프로세코(Prosecco)도 있지 않은가? 부담 없이 시작해 보자.

 - 재료 : 진 30ml, 레몬주스 15ml, 심플 시럽 15ml, 샴페인 혹은 스파클링 와인 60~80ml, 얼음

 

네그로니 스발리아토(Negroni Sbagliato)

네그로니(Negroni)는 진에 달콤 쌉싸름한 리큐르인 캄파리(Campari), 스위트 베르무트(sweet vermouth)를 사용해 만드는 대표적인 클래식 칵테일이다. 스위트 베르무트 자체가 와인에 알코올을 첨가해 만드는 주정 강화 와인이므로, 넓게 보면 네그로니 또한 와인 칵테일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잘못 만든 네그로니'라는 의미의 네그로니 스발리아토(Negroni Sbagliato)는 진을 스파클링 와인으로 대체함으로써 더욱 명확한 와인 칵테일이 된다. 맛을 보면 이게 왜 잘못 만들었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알코올 함량이 높아 독한 진 대신 스파클링 와인을 사용해 가볍고 산뜻한 느낌이 훨씬 강해진다. 만드는 법 또한 간단하다. 시원하게 칠링한 온더락 글라스에 커다란 얼음과 함께 캄파리 30ml와 스위트 베르무트 30ml를 넣고 가볍게 저어 준 다음 스파클링 와인 30ml를 추가하면 완성이다. 취향에 따라 오렌지 필이나 오렌지 슬라이스 한 조각, 오렌지 비터스 몇 방울 정도를 추가해 줘도 좋다. 쌉쌀한 첫맛과 깔끔하게 떨어지는 피니시가 더위로 잃은 입맛까지 되살아나게 해 주어 식전주로 그만이다. 네그로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시도해 볼 만한 칵테일이다.

 - 재료 : 캄파리 30ml, 스위트 베르무트 30ml, 스파클링 와인 30ml, 얼음 

 

뉴욕 사워 (New York Sour)

뉴욕(New York)은 원래 버번 위스키 혹은 캐나디안 위스키와 라임주스, 심플 시럽, 그레나딘 시럽을 셰이크 해 만드는 클래식 칵테일이다. 칵테일의 붉은 빛깔이 뉴욕의 석양을 상징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뒤에 '사워'를 붙인 뉴욕 사워(New York Sour)가 뉴욕의 석양을 좀 더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 같다. 옅은 옐로 컬러 위로 레드 와인의 붉은빛이 가볍게 떠올라 진짜 석양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레시피도 조금 바뀐다. 버번 위스키 60ml에 라임주스 대신 레몬주스를 30ml 사용한다. 심플 시럽은 취향에 맞게 15~30ml 추가하며, 레드 컬러의 그레나딘 시럽은 사용하지 않는다. 또 다른 클래식 칵테일 위스키 사워(Whiskey Sour)의 레시피와 같다. 계란 흰자를 추가하면 폭신하고 부드러운 미감이 더해지는 대신 상큼한 느낌은 조금 줄어들고 셰이킹 난이도 또한 올라가기 때문에 처음 만들 때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재료들을 얼음과 함께 셰이킹 한 후 얼음을 채운 글라스에 따른다. 이제부터가 재미있는 부분이다. 레드 와인 30ml를 위스키 사워 위에 띄워 줘야 하는데, 그냥 콸콸 따라서는 예쁘게 완성되지 않는다. 티스푼(원래는 바스푼) 하나를 뒤집어서 끝부분을 글라스 벽에 붙인 후 티스푼 위로 와인을 천천히 따라 준다. 그러면 아름다운 저녁 노을처럼 레드 와인이 잔 위로 아름답게 떠오른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창가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며 운치 있게 즐길 만한 칵테일, 바로 뉴욕 사워다.

 - 재료 : 버번 위스키 60ml, 레몬주스 30ml, 심플 시럽 15~30ml, 레드 와인 30ml, 얼음 

 

프로즌 상그리아 (Frozen Sangria) 

첫 부분에 언급한 상그리아를 좀 더 시원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바로 프로즌 상그리아(Frozen Sangria)다. 이름도 재료도 맛도 비슷하다. 하지만 슬러시처럼 차가운 얼음 알갱이가 뜨거운 몸을 식혀 준다. 하지만 상그리아를 만들어 그대로 얼려서는 당연히 원하는 맛도 질감도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팥빙수처럼 얼음을 갈아 넣으면 얼음이 쉽게 녹아 시원하지도 않고 맛도 싱거워진다. 비법은 과일과 와인을 각각 얼려서 함께 갈아내는 것이다. 특히 과즙이 많은 오렌지가 핵심이다. 2인분을 기준으로 커다란 오렌지 1.5개와 딸기, 산딸기, 블루베리, 블랙베리 등 다양한 베리들을 취향에 맞게 골라 하룻밤 정도 얼린다. 얼린 오렌지와 베리들을 얼린 레드 와인 2/3컵, 꿀 1~2 티스푼과 함께 블렌더로 적당히 갈아 차갑게 식힌 글라스에 담은 후 남은 베리로 장식하면 완성이다. 와인은 보졸레(Beaujolais)나 발폴리첼라(Valpolicella), 어린 템프라니요(Tempranillo) 등 가볍고 프루티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잘 어울린다. 빨대로 마셔도, 스푼으로 떠먹어도 좋다. 진정 어른을 위한 슬러시다. 얼음이 녹기 전 서둘러 먹다 보면 뼛속까지 느껴지는 차가움에 더위를 싸악 잊게 될 것이다.

 - 재료: 얼린 오렌지 1~2개와 각종 베리, 얼린 레드 와인 120~150ml, 꿀 1~2 티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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