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냥의 취향/책·영화·음악·여행

맛 이야기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9. 4.

맛 이야기, 최낙언 지음

서울대학교 및 동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해태제과, 서울향료 등에서 식품 개발 업무로 경력을 쌓은 저자가 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식품의 맛과 향에 대해 쉽게 풀어쓴 글이다. 일반 대중 타깃의 글이라 술술 읽히는 것이 장점. 사실 저자는 맛과 향에 대해 식품학, 생리학, 뇌 과학,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일련의 저작들을 출간해 왔다. 그런데 내용이 전문적이다 보니 일반 대중들이 읽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어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그래서 나도 다른 저작들을 읽기 전 맛보기 차원에서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았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들은 아래와 같다.

- 고산지 등 일교차가 큰 지역의 커피가 더 맛있는 이유는 온도가 떨어지면 분자량이 적은 물질이 많을 수록 빙점 강하가 일어나 쉽게 얼지 않기 때문에 저분자 물질을 많이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들 저분자 물질은 보통 맛과 향의 원천이라는 것. 그렇다고 무작정 저온이 유리한 것은 아닌 것이 온도가 높아야 효소가 활발히 활동해 더 많은 대사물질을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낮에는 온도가 높아 대사물질을 많이 만들고, 밤에는 온도가 낮아 2차 대사산물을 많이 만드는 것이 맛과 향에 좋다는 것. 결국 식물에게 더 많은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이 더 좋은 맛과 향을 만드는 원천이라는 것. 와인도 일교차가 큰 산지를 선호하는데, 단순히 서늘한 밤이 신맛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 아닌 셈이다. 

- 맛과 향 등을 느낄 때 인간이 감각을 통해 받아들이는 정보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시각의 경우 눈의 시각 수용체는 1.26억 개가 있지만, 126:1로 매칭해 전기 신호화되어 뇌로 전달되는 정보는 100만에 불과하다. 오히려 뇌의 시각 피질에서 오는 정보가 400-900만 정도로 훨씬 많다. 감각기관에서 오는 정보는 10~20%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되먹임feedback을 통해 감각기관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보정한다. 어찌 보면 피드백의 질에 따라 감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긴데, 우리가 맛과 향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와 훈련 그리고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 맛은 공감력을 설명하는 미러 뉴런과도 관련이 있다. 눈으로 본 것을 직접 먹거나 향을 맡은 것처럼 느낄 수도 있고, 지금 맡은 향을 기억 속의 향과 비교해 무슨 향인지를 찾아 낼 수도 있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반응형

'고냥의 취향 > 책·영화·음악·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향의 언어  (0) 2021.09.26
진의 모든 것  (0) 2021.09.25
음식의 언어  (0) 2021.08.01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0) 2021.07.25
프랑스 와인 수업  (0) 2021.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