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마음 잘 맞는 사람들과 장시간의 난장. 사람도 메뉴도 와인도 분위기도 완벽했다. 온전히 기억을 위한 포스팅.
바다내음 적당하고 크리미한 삼배체 굴.
레몬즙과 타바스코 소스 살짝 뿌려서 냠냠.
여기에 굴과 클래식 마리아주... 샤블리(Chablis)!
Domain Billaud-Simon, Chablis Premier Cru Montee de Tonnerre 2013
출장 다녀오며 산 술이라던데 딱 먹기 좋은 상태로 익었다. 강렬한 레몬 산미와 영롱한 미네랄, 약간 음성적인 이끼의 느낌이 감도는 허브 뉘앙스. 간만에 정말 맛있게 마신 샤블리 다운 샤블리.
구글 번역으로 백레이블의 설명을 돌려 보니 전통적 재배방식과 비오디나미 농법을 추구하는 도멘인 듯.
근데 요 잔 참 스타일리시하다. 묵직한데 기분나쁜 묵직함이 아니라 균형이 잘 잡혀 안정감이 느껴지는 묵직함이랄까. 글렌캐런 글라스의 좀 더 크고 묵직한 와인 버전이라고 할 만하다.
연어 데마끼도 빈 속을 채우기 딱 좋았고.
모둠회와 하몽 & 멜론♥
쯔께모노조차 아름답다.
껍질은 바삭 속살은 야들야들 잘 구워진 금태 구이도 순삭.
두 번째 와인은 쥐라(Jura)로. 샤르도네(Chardonnay)를 준비하려 했다가, 셀러에 너무 두꺼운 것 밖에 없어서 사바냉(Savagnin)으로 변경했다.
Domaine du Pelican(Marquis d'Angerville), Arbois Savagnin Ouille 2017
산미가 낮은 와인이 아닌데 샤블리 다음에 마셔서 그런지 확실히 마일드(?)하게 느껴졌다. 아주 가벼운 뉴트럴 오크와 구수한 견과 힌트, 풋풋하지 않고 부드러운 허브 뉘앙스. 2017년 2월에 2015 빈티지를 마셨을 때보다 확실히 숙성된 느낌.
밀키트도 훌륭하고 핸들링한 사람도 훌륭했던. 요거 소스가 인위적이고(?) 좋던데(??) ㅋㅋㅋㅋ
안주에 걸맞은 와인 등장.
Duckhorn, Napa Valley Cabernet Sauvignon 2017
'저 카소예요'라고 말하는 듯한 풍미. 적절하게 매콤 톡 쏘는 스파이스와 블랙커런트, 검붉은 베리, 민트, 나파 카소에 어울리는 밀키 & 토스티한 오크. 바디감, 밸런스, 여운 모두 훌륭. 어려도 맛있다.
배불러도 탄수화물을 필요하다는 호스트의 배려(?), 갯마을 떡만둣국. 덕분에 실시간 해장이 되어서 다시 화이트로 회귀-_-;;;;
Vignobles Comtes von Neipperg, Clos Marsalette Blanc Pessac-Leognan 2014
레이블에 익숙한 문양이. 생테밀리옹의 카농 라 가플리에르를 만드는 네이페르 백작이 페삭 레오냥에서 만드는 화이트 와인이다. 적절히 익은 데다 밸런스가 좋은 화이트. 술술술... 취했는데도 넘나 부드럽게 넘어간다.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70%, 세미용(Semillon) 30%을 블렌딩하고 와인의 20%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80%는 오크(30% new)에서 숙성한다.
Riverby Estate, Marlborough Sauvignon Blanc 2020
특유의 풀향과 신선한 시트러스 산미와 함께 패션 프루트나 열대과일 사탕 같은 독특한 향이 매력적이었던 소블. 대단히 직관적인 풍미라서 호불호가 확실할 것 같은데, 워낙 달콤 향긋한 풍미라 호 쪽이 80% 이상이지 않을까. 맛있게 먹고 정신없이 떠드느라 사진도 못 찍음;;;
센스 있는 추가 안주. 브리 치즈와 무화과, 그린 올리브.
다시 레드 와인으로. Sexual Chocolate인데 빈티지고 뭐고 기억이 안 난다. 시라 다운 허브 향기 감도는 진한 베리 풍미에 진한 오크 뉘앙스, 그리고 감초 풍미가 아주 인상적으로 곁들여진 느낌. 나에겐 풍미가 너무 강했지만 이 정도로 취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적절했던 것 같다. 웬만한 와인이었으면 기억도 안 났을 듯.
요즘 핫하다는 노티드 도넛이 디저트로.
Joh. Jos. Prum, Wehlener Sonnenuhr Riesling Auslese 2011 Mosel
좋아라 하는 밭에서 좋아라하는 품종으로 좋아라하는 생산자가 만든 와인. 모젤(Mosel), 라인가우(Rheingau)의 아우스레제(Auslese) 이상의 리슬링은 10년 숙성 이전에는 열지 않겠다는 개인적인 원칙이 있는데, 요건 딱 커트라인 채우고 오픈하게 됐다. 넘나 강력한 풍미의 레드 바로 다음에 마셔서인지 처음엔 살짝 싱겁게 느껴졌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숙성된 리슬링 특유의 하늘하늘하면서도 명확한 미네랄과 페트롤 뉘앙스가 백도, 레몬 라임 풍미에 실려 드러난다. 와인 자체만 보면 좀 더 신경 써서 즐기면 좋을 와인이지만, 행복한 자리에서 좋은 사람들과 편하게 마시는 것도 의미가 있으니까.
간만에 무리를 했는데, 다음날이 그렇게 힘들지 않다. 사람의 힘.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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