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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이마트 대란 와인, 와파토 릿지 빈야드 에스테이트 퀴베 피노 누아(Wapato Ridge Vineyards, Estate Cuvee Pinot Noir) 2017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8. 19.

이마트 스마트오더 대란을 일으켰던 와인, 와파토 릿지 빈야드 에스테이트 퀴베 피노 누아(Wapato Ridge Vineyards Estate Cuvée Pinot Noir). 비티스에서 수입하는 미국 오리건 윌라멧 밸리(Willamette Valley) 피노 누아인데, 2016 빈티지가 상태는 정상이지만 주석산이 생기는 바람에 염가에 풀렸다는 소문이 돌았던 와인이다. 

지난 대란 때는 늦는 바람에 구매하지는 못했고, 지인 덕분에 을 봤는데 예상외의 고품질이었다. 그래서 2017 빈티지로 다시 나왔을 때 바로 구입했다. 벗뜨, 2017 빈티지는 물량이 많은지 아직도 팔리고 있는 건 함정.

 

그런데 와파토 리지 빈야드의 정체가 조금 오묘하다. 백 레이블 하단에 적혀 있는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노스 밸리 빈야드(North Valley Vineyards)라는 이름의 사이트로 연결된다. 그리고 양조 및 병입은 실트스톤 와인즈(Siltstone Wines)라는 곳에서 했다고 나와 있다. 

 

상단의 설명에는 와파토 리지 빈야드 외에 20마일 정도 떨어진 에그리나 빈야드(Aergrina Vineyard)의 피노 누아를 함께 사용했다고 되어 있다. 최고의 와인은 포도밭에서 만들어진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다양한 클론 셀렉션 중 최적의 것만 식재해 수확량을 줄이고 간섭을 최소화하며 장인적인 방식을 적용해 와인을 만든다... 고.

하지만 역시나 뭔가 찜찜하다. 그래서 이리저리 검색을 해 본 결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었다.

 

비밀은 레이블의 사소한 디테일에 숨어 있었다. 숲 이미지를 감싸고 있는 곰 모양의 실루엣이 비밀의 열쇠.

이 와인의 수입사인 비티스의 모기업이자 곰표 밀가루로 유명한 대한제분이 연계되어 있다. 대한제분은 2008년 위에 언급한 두 포도밭(와파토 리지 & 에그리나)을 구입해 2011년부터 와인을 생산했다고 한다. 부근에는 유명한 페너-애쉬(Penner-Ash)와 보 프레레(Beaux Fréres)가 있다. 생산 설비가 없던 초기에는 페너-애쉬에서 위탁생산을 했었다고 한다.

와파토 리지 빈야드는 윌라멧 밸리 중에서도 얌힐-칼튼(Yamhill-Carlton)이라는 하부 AVA에 위치한 포도밭으로, 와파토 리지 빈야드 피노 누아 2015년 빈티지 레이블에는 윌라멧 밸리가 아니라 얌힐-칼튼이 표기돼 있었다. 그런데 이마트 대란이 일었던 2016년 빈티지부터 맥민빌(McMinnville) AVA에 위치한 에그리나 빈야드의 포도를 섞으면서 윌라멧 밸리로 표기가 바뀌었고, 2017년 빈티지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wapatoridgevineyard.com로 접속하면 aegrinavineyard.com로 접속이 되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현재는 두 주소 모두 www.northvalleyvineyards.com로 연결된다. 와파토 리지 피노 누아는 판매 와인 라인업에도 빠져 있고, Library wine이라고 해서 구입하려면 별도 문의를 달라고 쓰여 있다. 한마디로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다는 의미. 그리고 Our Story 메뉴에는 노스 밸리 빈야드라는 회사 이름의 의미와 함께 오너의 이름이 토니 & 미셀 소터(Tony & Michelle Soter) 부부로 표기되어 있다. 그렇다는 얘기는... 대한제분에서 손을 뗐다는 의미일까? 한 팀장님한테 확인해 보고 싶...

 

스토리야 어쨌든 일단 맛을 보자. 코르크는 디암(Diam)을 사용했다. 코르키의 위험은 없다는 얘기. 끓어 넘친 흔적도 전혀 없이 깨끗하다.  

 

Wapato Ridge Vineyards, Estate Cuvee Pinot Noir 2017 Willamette Valley
와파토 릿지 빈야드 에스테이트 퀴베 피노 누아 2017 윌라멧 밸리

영롱한 루비 레드 컬러에 약간의 오렌지 핑크 뉘앙스. 코를 대면 잘 익은 붉은 베리와 사워 체리 아로마에 시원한 허브와 톡 쏘는 스파이스, 구수한 토스티 오크 뉘앙스가 적절하게 곁들여진다.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타닌이 원만한 질감을 형성하며, 과하지 않은 신맛을 타고 석류나 앵두 같이 영롱한 작은 붉은 베리 풍미가 아름답게 드러난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오묘한 꽃 향기에 스위트 스파이스 힌트가 살짝 곁들여지며 향수 같이 화사한 아로마가 피어난다. 이 시점에서 블라인드를 했다면 아로마틱한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미디엄 풀 바디에 마실 수록 감칠맛이 느껴지며 크리미한 여운 또한 훌륭하다. 

상당히 매력적인 피노 누아. 과하게 나대지 않으면서도 신세계 피노 누아 다운 매력을 잘 갖췄다. 아무래도 추가 구매를 해야 할 듯. 이런 와인이 3만 원이면 더 사는 게 맞다. 남아 있을 때 어여 사자.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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