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음주/칵테일·홈텐딩

체리 리큐르의 최고봉, 룩사르도 마라스키노 오리지날레(Luxardo Maraschino Originale)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9. 26.

체리 리큐르의 대표주자, 룩사르도 마라스키노 오리지날레(Luxardo Maraschino Originale). 에비에이션(Aviation), 라스트 워드(Last Word) 등 다양한 클래식 칵테일에 사용되는 리큐르다. 특히 진을 기주로 한 칵테일에 많이 사용되는 것 같다. 구입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 

남대문 시장 등에서 보통 6만 원 대에 팔리는 것 같은데 GS25 스마트 오더에서 4만 원대 후반에 판매하고 있었던 것도 뽐뿌질을 더욱 부채질했다. 남던 보다 훨씬 싼 데다가 집 앞에서 받을 수 있으니 안 살 이유가 없다. 

 

레이블이 상당히 고전적인데, 오래전부터 사용되던 레이블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821년 지롤라모 룩사르도(Girolamo Luxardo)가 크로아티아 자다르에 설립한 증류소에서 처음 생산됐으니, 생산된 지 딱 200년이 된 셈이다.

레이블 상단에 '1821 Zara, 1947 Torreglia'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이는 증류소가 처음 설립된 년도와 장소, 그리고 이전해 새로 설립한 해와 장소를 뜻한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자다르가 이탈리아에 편입됐는데, 자라가 바로 이탈리아어로 자다르를 뜻한다. 패션 브랜드 자라가 아니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으로 증류소가 파괴되자 룩사르도 가문은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 지방의 토렐리아(Torreglia)로 옮겨 1947년 증류소를 다시 설립했다. 이후 현재까지 6대를 이어 오고 있다.

  

레이블뿐만 아니라 병을 둘러싼 포장 또한 옛 모습과 유사하다. 과거에는 병의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지푸라기를 이용해 만들었던 보호 포장을 종이를 이용해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 뭐 하나라도 쉽사리 바꾸려 하지 않는,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려는 마음과 전통에 대한 존중이 이런 것 하나에서도 느껴진다.

 

룩사르도 홈페이지에서 퍼온 사진. 병 및 포장 제조 기술의 발전에 의한 변화를 제외하면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흠좀멋...

 

반응형

알코올 도수는 32%로 제법 높다. 재료는 마라스키노 체리 37.2%에 정제수와 설탕.

제조법은 1821년의 오리지널 레시피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자가 소유 체리 나무에서 여름에 수확한 체리를 잎사귀, 나뭇가지와 함께 잎갈나무(larch-wood)에서 3년 동안 알코올 침용한다. 이후 작은 구리 증류기(copper pot stills)에서 증류해 핀란드 산 물푸레나무(ash-wood)에서 1년 동안 숙성한 다음 알코올 32%에 맞추어 물과 설탕을 추가해 병입한다.  

 

이제 맛을 볼 시간. 잔은 리델 비늄 스피릿 글라스를 사용했다.

 

트위스트 캡 마개인데 상당히 고급스럽다. 캡 위에는 설립자 지롤라모 룩사르도의 이름과 설립년도가, 옆면에는 지롤라모 룩사르도의 서명이 적혀 있다.

 

뚜껑을 여니 안쪽은 위조 방지 마개 처리가 되어 있다. 잔에 따를 때도 새지 않고 아주 깔끔하게 따라져서 마음에 든다. 마개는 공기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고안된 듯하다. 레이블과 병 모양은 과거의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실용적인 부분은 세심하게 개선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다시 한번 감동... 도저히 품질이 나쁠 수가 없을 것 같다.

 

드링킹이 아니고 테이스팅이니 조금만 따랐다. 체리 리큐르인데 완전히 맑고 투명하다. 살짝 흔들어 보니 점도가 살짝 있는 것 같기도. 코를 대니 처음엔 완숙하다 못해 푹 물러진 것 같은 들큼한 자두 풍미가 확 밀려온다. 거기에 상쾌한 허브 힌트와 약간의 로스팅하지 않은 견과 뉘앙스가 살짝 묻어난다. 입에 넣으니 유질감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질감을 타고 달콤한 맛과 함께 화한 허브 향이 체리 풍미보다 먼저 드러난다. 여기에 스위트 스파이스와 바닐라, 오렌지 마말레이드 같은 풍미가 가볍게 더해지는 느낌. 무조건 단 게 아니라 과일 풍미에 허브와 스파이스 뉘앙스가 적절히 더해지기 때문에 밸런스가 제법 좋다.

살짝 걱정스러웠는데 그냥 마셔도 내 입맛에는 제법 잘 맞을 정도. 식후 소화제처럼 한 모금 마셔도 될 정도. 따른 후 얼마 안 돼서 초파리 두 마리가 귀신같이 날아드는 게 그들 취향도 나랑 같은 듯ㅋㅋㅋㅋ

 

백 레이블에는 헤밍웨이 다이키리(Hemingway Daiquiri) 레시피가 적혀 있다. 내일은 이것부터 만들어 볼 예정.

 

아, 한 가지 단점이 있다. 키가 너무 커서 리큐르 보관용으로 쓰고 있는 장식장에 안 들어간다는 것. 어쩔 수 없이 옆칸 위스키들과 함께 세워두었다. 예쁜데 까다로운 보틀이군 ㅋㅋㅋㅋㅋ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