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점심으로 도이칠란드 박 잠봉 뵈르와 함께 와인 한 잔.
도이칠란드 박은 꼭꼭 숨겨두고 싶은 동네 맛집... 인데 이미 넘나 많이 알려진 듯. 오늘 두 시쯤 갔는데도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배민 오더는 계속 들어오고 동네 아주머니들도 킬바사 사러 오시더라능. 이제 조용히 코젤 다크에 잠봉 뵈르 하나 먹고 수제 햄 한 봉지 사서 들고 오는 평화로움은 물 건너갔다. 그래도 좋은 집이 번성하니까 기분이 나쁘지는 않더라는.
특히 푸짐하고 맛도 좋은데 값까지 싼 잠봉 뵈르는 레알 최고다. 저 푸짐한 햄의 두께와 아낌없이 사용한 이즈니 버터는 정말... 둘이 먹어도 충분히 요기가 될 만한 크기다.
잠봉 뵈르의 짝꿍으로 간택한 와인은 도멘 알리망 로네 정띠(Domaine Allimant-Laugner Gentil).
일단 생산자 이름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난감하다. 지역이 알자스(Alsace)이다 보니 독일식으로 읽어야 할지 프랑스 식으로 읽어야 할지 애매하고, 한쪽으로 읽으려 해도 발음이 좀 헷갈린다. 수입사 표기를 참고하려고 백 레이블을 봤더니 그냥 '알자스 정띠'라고-_-;; 수입사마저 회피한 발음이다. 판매자들의 표기도 제각각이라 참고가 안된다. 독일식으로 하면 '알리만트 라우그너' 정도 되려나.
그나저나 정띠(Gentil)는 무엇? 발음은 '젠틸' 아님 주의. 원래 알자스는 다양한 품종을 한 포도밭에서 재배하고 수확도 같이 해 하나의 와인으로 양조하는 전통이 있었는데 이렇게 만든 와인이 바로 정띠였다. 정리하면 같은 밭에서 재배한 여러 품종들을 함께 수확하여 양조까지 함께 진행한 와인이 정띠인 셈.
하지만 현재 정띠는 생산 방법이 과거와 좀 다르다. AOC 규정에 따라 보호받고 있는 정띠는 리슬링(Riesling), 뮈스카(Muscat), 피노 그리(Pinot Gris) and/or 게부르츠드라미너(Gewurztraminer)가 최소 50% 이상 포함되어야 하며, 실바너(Sylvaner), 샤슬라(Chasselas) and/or 피노 블랑(Pinot Blanc)도 사용할 수 있다. 확실히 달라진 부분은 블렌딩 전 각 품종을 개별적으로 양조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AOC 위원회의 테이스팅과 승인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AOC Gentil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샤퀴테리 등 육가공품 및 치즈와 알자스, 루아르(Loire), 독일 등의 가볍고 파삭한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는 것을 좋아한다. 알자스의 주요 화이트 품종들을 블렌딩해 편하게 마실 수 있게 양조한 정띠 또한 잠봉을 듬뿍 넣고 이즈니 버터를 곁들인 샌드위치와 곁들이기 딱 좋은 와인.
도멘 알리망 로네는 1949년 샤를 알리망(Charles Allimant)이 병입을 시작한 이래 그의 딸 마리에뜨(Mariette)와 남편 르네 로니에(René Laugner)가 본격적으로 유통을 시작했다. 1984년 장남인 위베르(Hubert)가 물려받아 현재의 이름으로 도멘을 설립했다. 현재 도멘이 사용하는 건물은 1816년 그들의 선조인 프랑수아 앙토냉 알리망(François-Antoine Allimant)이 구입한 것으로 1664년 건축된 것이다. 프랑수아 앙토냉부터 10대를 이어오고 있는 것.
디암(Diam) 코르크를 사용한다. 디암 옆의 숫자는 코르크가 보증하는 기간을 의미한다는데, 정띠는 숙성용 와인은 아니므로 5년이면 충분할 것 같다.
Domaine Allimant-Laugner, Gentil 2019 Alsace / 도멘 알리망 로네 정띠 2019 알자스
옅은 볏짚 색. 코를 대기도 전에 향긋한 청사과와 신선한 자두 등의 프루티 아로마가 도드라지며 상큼한 시트러스 풍미가 더해져 싱그러운 느낌이다. 입에 넣으면 새콤한 신맛과 영롱한 미네랄이 맑은 인상을 선사하며 피니시에 가볍게 남는 쌉쌀함이 깔끔한 여운을 남긴다. 심플하지만 아주 즉각적으로 맛있는 와인. 낮이라 한 잔만 마시려 했는데 반 병 이상 비워버렸다.
화강암(Granite), 석회암(limestone) 토양에서 지속가능(sustainable) 농법으로 재배한 리슬링 45%, 뮈스카 35%, 피노 그리 20% 등 소위 노블 그레이프만을 사용했다. 알코올 13%로 가볍게 술술 마시기 좋은 와인.
육가공품과의 찰떡궁합을 다시 한번 확인한 순간. 앞으로 내가 추구해야 할 와인은 이런 스타일이 아닐까.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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