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생신 축하를 위한 가족 모임에서 오픈한 유자 막걸리, 유자가 09(Yujaga 09).
추석 연휴 즈음에 후배에게 선물 받아 원래는 2주 전 김장 모임 때 마시려고 했었다. 그런데 깜빡 잊고 안 가져가는 바람에 오늘에야 마시게 된 것.
병입일이 9월 13일이니까 거의 두 달이 다 되어간다. 묵은 막걸리도 싫어하지 않는 편이지만, 생막걸리의 신선한 느낌과 싱그러운 유자 풍미가 다 죽어버린 건 아닌지 사뭇 걱정되는 상황. 그래도 이미 마신 후배들의 평이 워낙 좋아 일말의 기대가 남아있었다. 유통기한이 60일이니, 아직까지는 양조자가 의도한 맛의 범위 내에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일단 재료부터가 남다르다. 철원 오대쌀을 기본으로 유자, 꿀, 누룩, 효모, 정제수 등 천연 재료만 사용했다. 일체의 첨가물이나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데서 일단 진정성이 느껴진다. 고급스럽게 유리병에 담았고, 마개도 고무를 사용했다.
사진은 침전물이 좀 섞인 것만 찍었는데 웃술을 좋아하시는 가족들 취향에 맞게 일단 웃술부터 살짝 따라 맛보았다.
그런데... 와~ 이거 정말 싱싱한 유자 껍질을 막 벗긴 것 같은 향긋한 아로마가 화사하게 드러난다. 전혀 인공적이지 않은 유자 자체의 자연스러운 풍미. 입에 넣으면 유자의 상큼함이 은은한 단맛과 어우러져 부드럽게 술술 넘어간다. 목 넘김 후에는 아주 깔끔해서 절로 다음 모금을 찾게 된다. 어머니는 정말 눈앞에 유자가 있는 것 같다고 극찬하셨을 정도.
두 번째 잔은 아래 침전물을 살살 흔들어 섞어서 맛보았는데, 일반적인 막걸리와는 사뭇 다르다. 침전물이 너무나 고와서 질감은 웃술만 마실 때와 비슷할 정도로 부드러웠고, 곡물의 구수함과 감칠맛이 더해져 더 맛있었다. 나는 탁주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보통 웃술만 마시거나 아주 가볍게만 흔들어 마시는데, 유자가 09는 그냥 다 흔들어 마셔도 좋을 것 같다. 아버지도 일반 막걸리를 흔들어 마시고 난 후의 더부룩한 느낌이 싫어서 웃술만 드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 막걸리는 그런 것 없이 아주 깔끔하다며 좋아하셨다.
와인을 마시던 중에 열어서 각자 앞에 있던 와인잔에 대충 따라 맛보았는데, 앞서 마셨던 와인들을 압살하는 맛과 품질이었다. 가족 모두의 호응이 최고였던 술.
레알, 레이블에 그려진 탐스러운 유자 이상으로 살아있는 유자 풍미를 드러내는 술이다.
사실 이 유자 막걸리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퓨전 비스트로 요수정 출신으로, 현재는 선유도역 부근에서 일식 퓨전 비스트로를 운영하고 있는 셰프님의 지인이 정성껏 만든 탁주다. 요수정에서 근무하실 때 샘플을 맛 보여 주신 적이 있었는데 상당히 맛이 좋아서 깜짝 놀란 기억이 남아 있다. 그게 이렇게 멋진 제품으로 출시되었을 줄이야...
현재는 지인의 양조장(구름아 양조장)에서 일종의 위탁 양조 중으로 알고 있다. 현재 선유용숙에서도 판매 중이니 꼭 한 번 맛볼 것을 강력 추천한다. 약주로도 출시된다고 했던 것 같으니 예의 주시해야 할 듯.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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