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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시음회·전시회·세미나

국내 최초 수입! 미국 싱글 몰트 위스키(American Single Malt Whisky) 시음회 후기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11. 30.

교대역 부근 위스키 & 와인 바 그라츠(Graz)에서 진행된 버지니아 디스틸러리(Virginia Distillery Co.) 싱글 몰트 위스키 시음회에 다녀왔다.  

 

버지니아 디스틸러리는 미국 버지니아 주 러빙스톤(Lovingston)에 설립해 싱글 몰트 위스키를 생산하는 증류소다. 2011년 故 조지 G. 무어 박사(Dr. George G. Moore)가 설립했으며, 첫 제품은 2017년 출시했다. 아일랜드 태생인 그는 미국과 아일랜드에서 성공적인 사업을 일군 후, 오랫동안 염원했던 싱글 몰트 위스키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제2의 고향인 버지니아에 증류소를 설립했다고 한다.

초창기에는 저명한 싱글 몰트 위스키 전문가이자 카발란(KAVALAN), 킬호만(Kilchoman) 등 여러 증류소 설립에 관여한 故 짐 스완 박사(Dr. Jim Swan)가 함께 했다. 2017년 그가 세상을 뜬 후에는 보모어(Bowmore)의 마스터 디스틸러였던 해리 콕번(Harry Cockburn)과 함께 하고 있다.

 

뉴욕 남쪽에 위치한 버지니아는 바로 서쪽으로 버번의 탄생지인 켄터키(Kentucky) 주와 인접해 있다. 하지만 버지니아 디스틸러리는 버번 위스키(Bourbon Whiskey)를 만드는 증류소가 아니라 싱글 몰트 위스키(Single Malt Whisky)를 만드는 증류소다.

그런데 버번 위스키와 싱글 몰트 위스키는 뭐가 다를까?

이런저런 세부 규칙들이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버번은 미국에서 옥수수를 51% 이상 사용해서 속을 까맣게 태운 새 오크통에 숙성한 위스키를 의미한다. 반면 싱글 몰트 위스키는 보리로 만든 몰트(malt)만을 사용해 한 증류소에서만 생산한 위스키다. 현재 미국에는 싱글 몰트 위스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으며, 몰트를 51% 이상 사용하면 몰트 위스키라고 표기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버지니아 디스틸러리는 아메리칸 싱글 몰트 위스키 협회(American Single Malt Whiskey Commission, ASMWC)의 창립 멤버로 참여해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미국 싱글 몰트 위스키의 기준을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버지니아 디스틸러리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최고 품질의 몰트와 블루 릿지 마운틴의 깨끗한 샘물만을 사용
  • 스코틀랜드 장인이 만든 코퍼 스틸로 증류
  • 숙성 시 다양한 종류의 캐스크를 사용해 기존 미국 위스키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스코틀랜드의 유서 깊은 위스키 전통과 미국의 프런티어 정신을 결합시켜 새로운 스타일 위스키를 탄생시켰다고 할 수 있겠다.

 

시음한 위스키는 총 다섯 종. 사용한 오크가 모두 다르다 보니 컬러 또한 다양하다.

일단 두 번째 위스키인 Courage & Conviction 시리즈부터 차례로 시음하고, 맨 왼쪽의 VHW는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에서 증류한 싱글 몰트 위스키와 버지니아 디스틸러리의 싱글 몰트 위스키를 블렌딩한 독특한 위스키이므로 가장 나중에 시음했다.

 

2. Virginia Distillery, Courage & Conviction American Single Malt
버지니아 디스틸러리 커리지 앤 컨빅션 아메리칸 싱글 몰트 46%

밝은 24K 골드 컬러. 코를 대면 달콤한 바닐라 노란 꽃 향기, 톡 쏘는 스파이스와 가벼운 정향 허브 뉘앙스가 점잖게 피어난다. 입에서는 실키한 질감을 타고 달콤한 핵과 풍미가 드러난다. 스파이시한 여운이 목 넘김 후에 은은하게 남는 밸런스가 아름다운 위스키.

버번 캐스크 50%, 셰리 캐스크와 뀌베(와인) 캐스크를 각 25%씩 사용해 3-4년 정도 숙성했다. 2021년 저명한 와인 평론지 <와인 앤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 96점, 2020년 위스키 애드버킷(Whisky Advocate) 91점을 받았다.

참고로 버지니아 증류소의 엔젤스 셰어(angel's share, 캐스크 숙성 중 증발되는 양)는 3-6% 정도 된다고 한다. 보통 스코틀랜드의 엔젤스 셰어가 1-2% 수준이니 대략 3배 정도 더 많은 양이 증발되는 셈이다. 따라서 오크의 영향 또한 짧은 숙성 기간에 비해 확실하게 드러난다. 대만의 카발란 위스키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듯.

 

3. Virginia Distillery, Courage & Conviction Sherry Cask
버지니아 디스틸러리 커리지 앤 컨빅션 쉐리 캐스크 46%

​진한 골드 컬러에 오렌지 뉘앙스가 감돈다. 코를 대면 셰리 특유의 꾸덕한 과일/와인 풍미보다는 정향 허브, 매캐한 스모키 뉘앙스가 먼저 드러난다. 물론 슬슬 흔들다 보면 익숙한 셰리 캐스크의 느낌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입에서도 처음에는 톡 쏘는 스파이시한 인상이 도드라지는데, 질감은 둥글둥글하며 노랗고 붉은 과일 풍미가 드라이한 여운과 함께 은은하게 감돈다. 상당히 독특한 스타일의 셰리 캐스크 숙성 위스키.

올로로소(Oloroso) 셰리뿐만 아니라 피노(Fino), 페드로 히메네스(PX) 셰리 캐스크를 같이 사용해 밸런스를 맞췄다고. 개인적인 생각으론 밸런스보다는 개성적인 풍미 형성에 도움이 된 것 같다. 숙성 기간은 역시 3-4년. 2020년 샌프란시스코 월드 스피릿 컴페티션(SWSC)에서 골드 메달을 받았다.   

 

4. Virginia Distillery, Courage & Conviction Bourbon Cask
버지니아 디스틸러리 커리지 앤 컨빅션 버번 캐스크 46%

​밝게 빛나는 14K 골드 컬러. 향긋한 흰 꽃과 바닐라 크림, 달콤한 서양배, 백도, 자두 캔디 풍미가 편안하고 익숙하다. 질감은 실키하고 바디감은 상당히 가볍다. 육중하고 풍만한 버번 위스키가 살을 빼고 코어 운동을 해서 견고한 몸매를 만든 느낌. 시음회에 참석한 분들이 대부분 직관적으로 쉽게 마실 수 있는 위스키라고 평했다. 

켄터키 지역 증류소의 버번 캐스크에서 3-4년 정도 숙성해 병입한다. 2020년 샌프란시스코 월드 스피릿 컴페티션(SWSC)에서 골드 메달을 받았다.  

 

5. Virginia Distillery, Courage & Conviction Cuvée Cask
버지니아 디스틸러리 커리지 앤 컨빅션 퀴베 캐스크 46%

반짝이는 구리 앰버 컬러. 달콤한 레드 베리 풍미와 은근한 오크 스파이스가 어우러져 와인 같은 느낌이 명확히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신선한 허브 뉘앙스와 함께 자두 등의 과일 풍미가 크리미한 질감을 타고 매혹적인 여운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위스키.

유럽의 최고급 레드 와인을 숙성한 캐스크를 공급받아 내부를 깎아내 다시 토스트 작업을 거친 후 조립한 캐스크에 3-4년 숙성한다. 어디 와이너리인지 궁금한데 증류소에서 밝히지 않는다고. 2020년 샌프란시스코 월드 스피릿 컴페티션(SWSC)에서 골드 메달을 받았다.  

 

1. Virginia-Highland Whisky Port Cask Finished
버지니아 디스틸러리 버지니아-하이랜드 위스키 포트 캐스크 피니시 46%

짙은 구릿빛. 달콤한 체리와 베리 풍미에 약간의 허브와 스파이스 뉘앙스가 상당히 익숙하고 편안하다. 확실히 스카치의 싱글 몰트 위스키를 섞어서 그런 듯. 맛과 질감, 크리미한 여운 모두 마음에 든다. 가격 또한 접근 가능한 수준. 

버지니아 디스틸러리의 싱글 몰트와 스코틀랜드의 하일랜드에 있는 증류소의 싱글 몰트를 블렌딩하여 포르투갈의 포트 생산자와 버지니아의 포트 스타일 주정 강화 와이너리에서 수급한 캐스크에 12개월 매링(marrying)해 완성한다. 스코틀랜드의 증류소가 어디인지는 역시나 비밀. 위스키 품질이 나쁘지 않은 걸로 봐서는 네임드 증류소일 것 같은데 어디일까...

 

전반적으로 위스키의 품질은 상당히 괜찮았다. 특히 스코틀랜드보다 기온이 높아서 그런지 비교적 짧은 숙성 기간에도 불구하고 알코올 부즈가 심하거나 거친 느낌이 드는 위스키는 없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문제는 살짝 비싼 가격. 소비자가 기준으로 마지막 버지니아-하이랜드 위스키만 10만 원 정도이고, 아메리칸 싱글 몰트는 13만 원, 셰리, 버번, 퀴베 캐스크는 14만 원 정도 한다고. 하지만 첫 수입 물량은 모두 팔려나갔고, 내년에는 수입 종류와 물량을 더욱 늘릴 예정이라고 한다. 역시 품질을 갖춘 새로운 스타일의 위스키다 보니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반응이 있는 듯. 현재 시중의 보틀샵 등에서는 구할 수 없고, 오직 데일리샷 어플을 통해서만 구할 수 있다. 

 

병목에 붙어 있는 메달은 자석으로 붙어있어 쉽게 떼어낼 수 있다. 기념품으로 보관하기 좋을 듯. 골프장에서 볼 마커로 이용하는 분들도 제법 많다고.

 

병의 뒷면에는 해리 콕번의 이름이 붙어 있다. 대가의 손길이 묻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그라츠에서 준비해 준 센스 있는 음식들. 좌측의 육포 무침(?)은 위스키의 맛을 심하게 가리지 않으면서도 입을 씻기에 딱 좋았다. 왼쪽의 초콜릿은 시음을 마친 후 입가심용으로 굿.  

 

시음 테이블 아래의 서랍 또한 리플릿과 스마트폰 등을 보관하기에 딱 좋았다. 요런 테이블은 다른 바나 비스트로도 적극 채용했으면 좋겠다. 그라츠의 센스에 다시 한번 박수-

 

물론 흥미로운 미국 싱글 몰트를 경험하게 해 주신 수입사 Abdv에도 무한한 감사를.

 

 

01

참고용 공식 리플릿.

 

부디 한국 시장에 소프트 랜딩하시고, 나아가 높이 떠오르기를.

 

20211128 @ 그라츠(교대역)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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