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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시음회·전시회·세미나

2022 칠레 와인 전시회 & 마스터클래스(Wines of Chile Exhibition Show & MasterClass) 후기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2. 2. 10.

칠레 와인 전시회의 일환으로 진행된 칠레 와인 마스터클래스(Wines of Chile Masterclass).

 

 

[시음회] 2022 칠레 와인 전시회 Wines of Chile Exhibition Show - 와인업계전문인 대상 - 와인21닷컴

행사일:2022.02.10, 장소:그랜드 하얏트 서울, 주최:와인즈 오브 칠레 Wines of Chile

www.wine21.com

코로나로 엄중한 상황에서도 노쇼 1도 없이 진행되었다. 칠레 와인에 대한 한국 시장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부분.

 

참석자 테이블에 놓여 있던 칠레 와인 지도.

 

칠레는 남북으로 4,270km, 동서로는 평균 180km 정도 길이이며, 면적은 76만㎢로 대한민국의 7.5배 정도다. 남북으로 길게 늘어져 있기 때문에 기후대를 23개로 구분할 수 있다고.

연간 8천 번 이상의 여진이 발생한다는 칠레는 아직도 지각 변동이 심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현재도 두 개의 대륙 판이 만나 융기한 안데스 산맥은 계속 솟아오르고 있는 중이라고. 이렇듯 워낙 다양한 지형과 기후를 보이므로 '신이 마지막으로 만든 나라'로 불리기도 한다. 세상을 만들고 남은 걸 다 때려 넣어 만든 것 같이 다양한 것을 갖춘 나라이기 때문이란다.

 

이런 건가...-_-;;;


이로 인한 다양한 자연환경과 신화 등이 와인 레이블과 이름에도 반영돼 흥미로움을 만들어 내는 것이 칠레 와인이기도 하다. 트렌드에도 매우 민감하다. 현재 칠레 마울레 밸리(Maule Valley) 쪽은 내추럴 와인 붐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고. 실제 <디캔터(Decanter)>에 소개된 칠레 내추럴 와인들 대부분이 마울레 밸리에서 나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세미나에서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기후에 따라 지역을 동서로 구분한 규정(Vitivinicultural Zonification)이다. 2012년에 처음 도입했는데 서늘한 해안가 지역인 코스타(Costa), 동쪽 내륙 산악 고산지역인 안데스(Andes), 그 중간 지역인 엔트레 코르디예라(Entre Cordilleras)로 구분한다. 

이는 기존의 지역 구분과 함께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지역인 아콩카구아 지역(Aconcagua Region)의 해안 지역이라면 아콩카구아 코스타(Aconcagua Costa) 같은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테이스팅은 총 14종을 진행했는데, 모두 블라인드로 제공되었다. 

 

마스터 클래스 진행자인 정수지 기자님과 김민주 소믈리에님. 두 분은 2019년 칠레와인협회의 초청으로 함께 칠레 와인 산지를 둘러보고 오셨다. 치밀하게 준비한 세미나를 들으니 족집게 속성 과외를 받은 기분이다. 

 

와인21 최성순 대표님과 칠레 참사관님의 환영사. 특히 올해는 한국-칠레 수교 60주년이 되는 해라 더욱 뜻깊다고. 한국에서 칠레 와인의 인기를 견인한 한국-칠레 FTA가 체결된 지 18년째가 되는 해이기도 하다.

 

세미나 내용이 정말 알차다.

 

칠레 와인협회인 와인스 오브 칠레(Wines of Chile)는 칠레 와인 생산자를 대표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로, 칠레 와이너리 90%가 소속돼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특히 지속가능 와인 인증 등 지구 온난화 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칠레 개요. 면적은 한국의 7.5배인데, 인구는 35% 정도밖에 안 된다. 

 

칠레의 포도밭 면적은 136,166 ha, 생산량은 12억 8천 리터. 와인 생산량으로 세계 9위, 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에 이어 2위다. 와이너리의 수는 400개 정도로 규모에 비해서는 적은 편. 대규모 와이너리가 많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수출 비중이 78%로 상당히 높으며, 세계 5위의 수출 대국이다. 한국은 칠레에게 7위의 와인 시장이니 상당히 중요한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칠레 와인의 수입량이 감소세에 있긴 하지만, 수입되는 와인의 평균 단가가 이제 막 프리미엄 가격대로 진입했다고 하니 양에서 질로의 변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칠레 와인은 가성비 와인'이라는 인식이 이제 고급 와인으로 변화하고 있는 듯.

 

칠레 와인 역사... 나 사진 왜 이렇게 찍은 거니-_-;;

 

와인 레이블 읽는 법. 원산지 표기 부분에 위에서 언급했던 Costa, Entre Cordilleras, Andes 구분이 적용된 것을 볼 수 있다. 익히 알다시피 칠레 와인의 Reserva, Gran Reserva 구분은 법적인 규정이 없는데, 아직까지는 칠레 와인 생산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기 위함이 크다고.

 

칠레에서 재배하는 품종은 90여 종에 이르는데, 그중 50종 이상이 레드 품종이다. 사진이 매직아이;;

빅 3인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메를로(Merlot),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을 더하면 72%에 이른다. 시라(Syrah)와 샤르도네(Chanrdonnay) 또한 최근에 극적으로 품질이 향상된 품종들이다. 시라는 특히 호주보다는 북론 스타일을 지향한다. 이외에 카르메네르(Carmenere)는 칠레의 시그니처 품종으로 만들려는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레이블에 단일 품종을 명기하려면 해당 품종을 75% 이상 사용하면 되지만, 유럽 기준으로 맞추기 위해 최소 85% 이상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칠레를 대표하는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 칠레 카베르네 소비뇽 재배 면적은 미국보다도 넓고, 호주보다는 2배 이상 넓다. 대다수의 슈퍼 프리미엄 급 와인들이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들어지는데, 알토 마이포(Alto Maipo), 피르케(Pirque), 푸엔테 알토(Puente Alto)등은 그랑 크뤼 급으로 인식된다고.

 

칠레 2위 품종이자 화이트 중 가장 인기 품종, 소비뇽 블랑. 미겔 토레스가 품종을 명확히 구분하고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숙성을 통해 소비뇽 블랑의 매력을 명확히 드러냄으로써 칠레 소비뇽 블랑의 발전을 이끌었다고. 파블로 모란데 또한 소비뇽 블랑의 중흥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칠레 소비뇽은 프랑스 루아르와 뉴질랜드 말보로의 중간 어디쯤에 있다는 평가다. 개인적으로는 잘 만든 와인은 정말 매력적이지만, 가끔은 그리니한 풍미가 지나치게 많고, 찝찌름한 경우도 있다. 오히려 고가의 와인들에서 이런 경향이 나타나는 게 더욱 아쉬운 점. 

 

샤르도네는 카사블랑카(Casablanca), 산 안토니오(San Antonio), 레이다(Leyda) 등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대대적인 품질 향상을 이루어냈다. 실제 칠레 샤르도네 마셔 보면 가성비 차원이 아니라 절대 품질이 상당히 괜찮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특히 리마리(Limari) 지역은 해양 기후에 석회질 토양이 널려 있고 평균 강수량이 130mm 정도밖에 되지 않아 샤르도네의 그랑 크뤼로 인식된다고. 

 

샤르도네 2종 비교 시음. 포인트는 양조 상의 차이가 크지 않은 두 와인의 지역적 차이를 확인하는 것. 모든 시음은 블라인드로 제공되어 시음자의 편견이 끼어들 여지를 최소화했다.

 

Morande, Gran Reserva Chardonnay 2017  (Aconcagua / Casablanca Valley / Costa)

구수한 바닐라, 핵과, 이끼 같은 허브, 워터리한 미네랄, 새콤한 산미와 무난한 시트러스 풍미가 드러나는 느낌.

김민주 소믈리에님은 화강암 토양에서 재배한 샤르도네로 재배한 와인으로, 노란 핵과 풍미와 꿀 같은 풍미를 언급했다.

 

Aromo, Barrel the White 2020  (Central Valley / Maule Valley / Claro Valley / Entre Cordilleras)

상큼한 허브와 잔디 같은 힌트, 시트러시한 아로마 이후에 강렬한 열대 과일과 깨 볶는 듯한 뉘앙스가 드러난다. 입에서의 산미와 구조감이 앞의 와인보다 훨씬 강렬하다.

김민주 소믈리에님 또한 입에서의 구조감이 더 강하며, total acidity가 더 많다고 언급. 두 와인의 양조 상의 차이가 크지 않음에도 확실하게 드러나는 스타일의 차이는 테루아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피노 누아. 역시 해안 지역을 기반으로 품질 향상을 이루어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품질과 인식의 괴리는 큰 듯. 특히나 까다로운 고객이 많은 품종이다 보니. 어쨌거나 잠재력은 충분하다 보니 품종(클론)과 기후, 토양, 오크 등의 연구를 중심으로 부르고뉴적인 접근법으로 품질과 인식 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에는 스파클링, 소비뇽 블랑, 피노 누아 시음. 요것도 블라인드로 제시되었지만, 한 가지밖에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3종 모두 아콩카구아에서 생산된 와인들.

 

Emiliana, Organic Sparkling NV  (Aconcagua / Casablanca Valley / Costa)

산뜻한 미네랄과 허브, 향수 같은 아로마. 사과, 서양배 같은 달콤한 과일. 미감은 살짝 거칠지만 신선한 과일 맛을 잘 살렸다. 샤르마 방식으로 양조한 와인으로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블렌딩.

 

Tarapaca, Gran Reserva Sauvignon Blanc 2021 (Aconcagua / San Antonio Valley / Costa)

파프리카, 캡시컴, 고추, 풀... 입에서도 그리니한 뉘앙스가 강하고 약간 찝찌름한 느낌이 난다-_- 솔직히 그닥 마음에 안 드는 스타일. 김민주 소믈리에님은 열대과일과 칠레 소비뇽 블랑의 일반적인 스타일을 언급.

 

Cono Sur, Ocio Pinot Noir 2018 (Aconcagua / Casablanca Valley / Costa)

자두, 카시스, 검은 체리, 딸기?, 가벼운 스파이스와 감초, 비교적 구조감이 좋고 풍미의 밀도가 높은 피노 누아. 피노 누아 러버는 물론 일반 애호가들에게도 사랑받을 스타일이다.

 

칠레 북부 풍경은 거의 사막에 가깝다.

 

예전에는 거의 증류주인 피스코(Pisco)용 포도를 재배했으나, 최근에는 엘퀴 밸리(Elqui Valley), 리마리 밸리(Limari Valley), 코아파 밸리(Choapa Valley) 등을 중심으로 양조용 고품질 포도를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아콩카구아 밸리(Aconcagua Valley), 카사블랑카 밸리, 산 안토니오 밸리와 레이다 밸리 또한 북부로 분류되는 듯. 카사블랑카와 산 안토니오 등은 중부에 포함되는 마이포 밸리와 같은 위도에 있는데...

참고로 카사블랑카 밸리의 경우 해안에서 19km 정도 떨어져 있어서 살짝 습하고 온화한 기후이기에 레드 품종 재배도 가능한 반면, 레이다 밸리의 경우 해안에서 4km 정도 떨어져 훔볼트 한류의 영향을 훨씬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에 훨씬 서늘하고 매우 건조하다고. 

 

중부는 진정한 와인 생산의 중심지로, 전체 포도밭의 76%, 생산량의 80%를 점유한다고. 마이포 밸리, 카차포알 밸리(Cachapoal Valley), 콜차구아 밸리(Colchagua Valley), 쿠리코 밸리(Curico Valley), 마울레 밸리 등 들어봤다 싶은 와인 생산지들이 모두 몰려 있다. 다른 과일들도 매우 잘 자란다고.

 

칠레 남부는 물이 많아서 미래의 희망으로 불린다. 북으로 갈수록 건조한 기후인 데다, 중부의 경우도 많은 포도밭 개발로 인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남부의 이타타 밸리(Itata Valley), 비오비오 밸리(Bio-Bio Valley), 말레코 밸리(Malleco Valley) 등에서는 습기와 추위에 강한 리슬링(Riesling)이나 게부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 등의 품종이 각광받고 있다. 

 

서두에 언급했던 동-서의 구분이다. 해안은 차가운 해류의 영향, 서쪽 산악지역은 안데스 산맥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과 높은 고도로 인한 일교차 등으로 각기 다른 특징을 보인다. 중간 부분인 엔트레 코르디예라스 지역 또한 세부 존 별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

물론 모든 지역이 이 세 구분에 맞는 지역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셋 중 둘만 있는 경우도 있고, 일부 구역의 경우 명확한 성격 구분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코스타 지역은 칠레 해안을 휘감고 북진하는 훔볼트 한류(Humbolt Current)의 영향으로 서늘한 해양성 기후를 보인다. 오전에는 안개가 쫙- 깔리고 오후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고.

리마리는 남미 최고급 샤르도네 산지로 꼽히며, 화강암과 점토, 모래가 섞인 카사블랑카는 해양성 기후의 우두머리다. 파블로 모란데가 1985년  샤르도네 식재 및 양조를 통해 성공을 거두면서 서늘한 기후인 카사블랑카를 개척했다고. 이후에 개발된 산 안토니오는 카사블랑카를 벤치마킹하면서 개척 5년 만에 비교적 쉽게 DO를 취득했다. 이 지역의 소비뇽 블랑 유명한데, 약간 짭조름한 맛이 특징이라고. 레이다 밸리는 칠레에서 가장 오래된 화강암에 상부는 철분과 결합해 있어서 붉은빛을 띤다. 바람이 너무 세고 차서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안데스 지역은 해발 고도가 1200m까지 올라가는 고산 지역으로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를 보인다. 당연히 일교차가 크고 서늘하다.

 

아콩카구아는 '돌의 수호자'라는 의미에 맞게 충적토 등에 자갈이 많이 섞여 있다. 유명한 와이너리가 많이 위치한 지역이다. 마이포는 칠레 와인의 좌심실이라고 불릴 정도로 핵심적인 와인 산지다. 16세기 스페인의 침략군이 산티아고에 정착하며 자연스럽게 와인이 발전했다. 충적토, 모래, 화강암 등 다양한 토양에서 진하고 과일향이 풍부하며 오크 뉘앙스가 강한 와인을 만들었는데, 최근에는 우아한 스타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푸엔테 알토 지역은 해발 700m에 위치한 푸엔테 알토 지역은 신맛이 잘 살아있고 구조감이 좋으며 풍미가 짙은 알마비바(Almaviva), 돈 멜초(Don Melcho), 비녜도 채드윅(Vinedo Chadwick) 같은 와인을 생산한다.  


마울레 밸리(그리고 쿠리코 밸리)는 과거에는 벌크 와인 산지였으나 최근에는 선교사들이 심어 놓은 올드 바인 파이스(Pais), 카리냥(Carignan), 토론테스(Torrontes), 세미용(Semillon) 등을 건식 농법으로 재배해 테루아를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와인을 만들고 있다. 건식 농법으로 재배한 파이스, 카리냥, 생소(Cinsault) 등에는 마울레 세카노 인테리어(Maule Secano Interior)라는 DO를 사용할 수 있는데, 최근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고. 이외에 내추럴 와인도 많이 생산하고 있다. 토양은 화강암, 현무암, 편암, 점판암이 섞여 있다. 론코미야(Loncomilla)는 온화한 기후로 올드 바인으로 과감한 레드를 생산한다.

 

블라인드 테이스팅 세 번째 플라이트는 안데스 지역의 높은 고도 찾기. 4종의 레드 와인이 제시되었다.

In Situ, Gran Reserva Cabernet Sauvignon 2019 (Aconcagua / Aconcagua Valley / Andes)

잘 익은 과일 향이 매콤한 스파이스와 함께 어우러지는 탑 노트. 블랙커런트, 자두, 순한 레드 베리 등의 풍미에 짭조름한 미감이 무겁지 않게 편안하게 다가온다. 

- 조금 린하고 음성적인(?) 인상. 안데스 산맥 해발 940m에 위치한 포도밭으로, 뿌리가 깊이 내려가 물을 찾으며 재배기간이 길어 완숙 과일 풍미를 얻을 수 있다고.  

 

Concha y Toro, Don Melchor Cabernet Sauvignon Puento Alto Vinyard 2019
(Central Valley / Maipo Valley / Alto Maipo / Andes)

코를 대는 순간, 입에 넣는 순간 이거 돈 멜초라는 느낌이 왔다. 돈 멜초에 대한 경험이 일천함에도 불구하고... 향수 같은 꽃향기와 달콤한 블루베리와 검은 베리,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흑연, 삼나무. 쫀쫀하지만 실키한 타닌과 신선한 산미가 만들어내는 견고한 구조감. 적절한 오크 뉘앙스... 훌륭하다. 카베르네 소비뇽 중에는 딱 내 취향이랄까. 

- 푸엔테 알토 지역의 자갈, 진흙이 혼재된 포도밭에 깊이 뿌리내린 포도나무의 포도로 강건한 와인을 만들어냈다. 

 

Hacienda Maule, Secano Reserva de Familia Cabernet Sauvignon 2017 (Central Valley / Maule Valley / Andes)

블랙베리, 블루베리, 완숙하고 향긋한, 달콤한, 쫀쫀한 타닌, 구수한? 뉘앙스. 올드한 할아버지 같은 인상.

- 안데스와 엔트레의 중성적인 인상, 시음 적기의 느낌.

 

Bisquertt Family Vineyards, Q Clay Syrah Malbec 2017
(Central Valley / Rapel Valley / Colchagua Valley / Marchigue / Entre Cordilleras)

매콤한 캡시컴, 무거운 검은 과일, 거칠고 많은 타닌, 스파이시.

- 엔트레 코르디예라스 특유의 관대한 살점이 있는. 자색 빛깔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토양이 산성이면 포도는 알칼리성인데, 그런 경우 자주색 컬러가 드러날 수 있다고. 

 

엔트레 코르디예라스 지역은 전반적으로 지중해성 기후를 보인다. 코스타와 안데스 사이에 끼어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중간적인 성격을 보임과 동시에, 각 세부지역 별로 다른 특성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고. 생산자 또한 세계적 규모의 와이너리부터 티나하(tinaja)라는 점토 항아리를 쓰는 소규모 양조장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칠레를 대표하는 생산지 중 하나인 콜차구아 밸리의 70퍼센트가 엔트레 코르디예라스에 포함되는데, 지역 별로 성격이 나뉜다. 예를 들어 마르치구에(Marchigue)는 해안가와 가까운데 비 그늘 효과로 습도가 적고 온화한 기후를 보여 레드 와인에 적합하다. 하지만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기 때문에 산미와 신선함을 간직하면서도 컬러가 짙고 풍미가 좋은 레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 중앙부에 있는 아팔타(Aplata)는 칠레의 그랑 크뤼 급으로 평가되는 지역인데, 편자 모양의 계곡이 남쪽으로 열려 있어 서늘한 공기가 유입된다. 동쪽의 침바롱고(Chimbarongo)는 두 개의 강 사이에 있어 안개가 자욱한데, 두 점토층 아래 자갈층이 있어 배수가 잘 된다. 마퀴스(Marquis)가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품종으로 아이콘 와인을 만든다고. 또한 코노 수르(Cono Sut) 와이너리가 침바롱고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네 번째 플라이트는 콜차구아의 3개 세부 산지 시음.

 

Montgras, Niquen Cabernet Sauvignon Syrah 2019
(Central Valley / Rapel Valley / Colchagua Valley / Marchigue / Entre Cordilleras)

바닐라 오크, 향긋한, 온화한, 섬세함...

- 섬세하고 아로마틱 한. 화강암 토양이 향긋함을 부여한다고. 보졸레, 코트 로티, 리아스 바이사스 등이 레퍼런스.

 

Montes, Montes Alpha M 2018
(Central Valley / Rapel Valley / Colchagua Valley / Apalta / Entre Cordilleras)

매콤한, 쏘는, 구수한, 쫀쫀 타닌, 흑연, 삼나무, 아주 매끈하고 힘이 좋으며 강한 구조감을 보이는.

- 아팔타, 충적토, 융기로 인한 화산토, 힘 있고 구조감 있는 와인을 만드는 테루아.

 

Marquis, Marquis Lien 2017
(Central Valley / Rapel Valley / Colchagua Valley / Chimbarongo / Entre Cordilleras)

위 두 와인의 중간적인 느낌. 향긋하면서도 쫀쫀한. 시간에 쫓겨서 시음을 제대로 못 했다;;;

- 침바롱고는 충적토양에 자갈과 진흙이 섞여 있는데, 충적토양이 카베르네 소비뇽 재배에 매우 적합하다고.

 

칠레의 시그니처 품종으로 자리매김한 카르메네르. 처음엔 메를로인 줄 알고 메를로처럼 키웠으나 나중에 정체를 알고 다른 방식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일단 수확이 메를로보다 1개월가량 늦고, 숙성 또한 항아리 등 다양한 용기를 시험하고 있다. 콜차구아 밸리의 아팔타 산기슭에서 빼어난 카르메네르가 생산된다고. 

 

시라는 도입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도입 즉시 스타가 된 품종이다. 모든 가격대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며, 오크 풍미를 줄이고 있는 중이라고. 이외에도 가르나차(Garnacha), 무르베드르(Mourvedre) 카리냥 등 지중해성 품종의 재배가 늘어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말벡(Malbec)은 이웃나라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품종이지만, 칠레에서도 유구한 역사를 지닌 품종이다. 19세기에 유입되어 지역 별로 다양한 스타일로 양조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맛있는 칠레 말벡을 종종 접했던 기억이 있다. 

 

마지막 두 종 와인.

Balduzzi, B 2016 (Central Valley / Maule Valley / Loncomilla Valley / Entre Cordilleras)

알싸한, 복합적인, 스위트 스파이스, 화한 허브, 아주 쫀쫀한 타닌에 비해 생각보다 부드러운 질감.

- 말린 고추 같은 풍미, 강건 구조, 살집 좋고 잘 익은 과일.

 

Luis Felipe Edwards, LFE 900 Blend 2015 (Central Valley / Rapel Valley / Colchagua Valley / Andes)

자줏빛, 가죽, 섬세하고 우아한 향기.

- 자색 베리, 바이올렛, 리프팅 아로마, 안데스 지역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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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 와인 브로셔. 

 

확실히 와인 별로 개성이 뚜렷했다. 개인적인 호불호도 명확히 갈렸고.

 

칠레 와인 종합 정리. 상당히 유익한 세미나였다. 준비하신 두 분의 노력이 그대로 느껴졌달까.

 

급하게 점심을 먹고,

 

1층 그랜드 볼룸에서 열리는 칠레 와인 전시회장으로.

 

평상시 같으면 잔을 들고 휘젓고 다닐 시음회장이었지만,

 

이날은 코노 수르 부스가 내 자리다. 

 

부스 안쪽에서 바라본 세상은 바깥에서 보던 것과 확실히 다르더라는.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건 이런 작은 것에서부터 드러난다. 손에 브로셔를 들고 다니는 분이 확실히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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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나는 대로 시음해 보고 싶었던 와인을 미리 찍어두었는데 거의 시음을 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고객이 많이, 꾸준히 왔기 때문에 자리를 비우기 어려웠다. 

 

그래도 Concha y Toro, Carmen de Peumo Carmenere 2018은 시음했다. 마스터 클래스에 나올 줄 알았는데 아쉽게 등장하지 않았던 녀석. 카르메네르 특유의 스파이스와 허브 뉘앙스, 토양 내음을 순수한 검붉은 베리 풍미와 함께 우아하고 세련되게 표현하는 와인이다. 내심 감탄했음.

 

Conch y Toro, Gravas del Maipo Syrah 2018. 처음 본 와인이었는데, 프리미엄급 와인인 듯. 역시 시라 특유의 바이올렛과 푸른 베리 풍미를 매력적으로 드러냈다. 부스에 서서 급하게 시음했지만 참 잘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 와인.

 

충실한 내용의 세미나와 새로운 경험으로 얻은 게 많았던 2022 칠레 와인 전시회. 내년 행사도 꼭 참석해야겠다. 그리고 칠레/아르헨티나 와인 산지는 꼭 한번 가 보고 싶은데 말이지...

 

20220210 @ 칠레 와인 전시회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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