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타니 특집기사 3편. 베르타니의 간판인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와 발폴리첼라 리파소에 초점을 맞춰 소개한 글. 두 와인 모두 카테고리를 대표할 만한 품질을 지니고 있다.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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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폴리첼라의 역사를 담다! 베르타니 아마로네 & 리파소
'우리의 역사가 바로 우리의 스타일!(Our history is our style!)'. 베르타니가 그들의 리파소를 소개할 때 사용하는 문구다. 아마로네를 말할 때는 '견고하게 쌓아 온 전통(a fine crafted tradition)'을 언급한다. 그만큼 스스로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와인 맛과 품질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다. 그럴 만도 하다. 베르타니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Bertani Amarone della Valpolicella Classico)는 2000년대 들어 주요 와인 매체의 평가에서 항상 90점 이상을 받을 정도로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와인 매체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의 평가에서도 만점인 트레 비키에리(3 Bicchieri)는 따놓은 당상이었다. 근래 출시된 2011년 빈티지는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으로부터 97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이후 출시된 2012년 빈티지는 놀랍게도 그보다 더 높은 98점을 받았다. 베르타니 발폴리첼라 리파소(Bertani Valpolicella Ripasso) 또한 그에 못지않다. 2016년, 2017년 모두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90점 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마로네가 훌륭하니 그 동생 격인 리파소 또한 뛰어난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베르타니는 아마로네의 원조 맛집이다. 발판테나(Valpantena) 지역을 기반으로 19세기 발폴리첼라 지역에서 유행하던 달콤한 스타일과는 다른 베르타니 특유의 드라이 와인 스타일을 완성했으며, 20세기 중반엔 아마로네가 처음 탄생한 발폴리첼라 클라시코(Valpolicella Classico) 지역의 테누타 노바레(Tenuta Novare)와 그 주변의 최상급 포도밭을 매입해 아마로네 스타일을 정립하고 중흥을 이끌었다. 당시 이탈리아와 영국 왕실로부터 인정받은 품질을 기반으로 활발한 수출을 통해 세계 시장을 개척하던 베르타니가 아니었다면, 현재 아마로네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와인으로서 입지를 다지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아마로네의 복합적이고 밀도 높은 풍미를 만드는 핵심은 아파시멘토(appassimento)라는 포도 건조 방식이다. 아파시멘토는 로마 시대부터 활용된 전통적인 방식으로, 잘 익은 포도를 손 수확해 받침대에 고르게 눕힌 후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3-4개월 자연 건조한다. 이 과정을 통해 포도의 수분은 30~40% 정도 감소하고 당분과 타닌, 각종 풍미 요소 등은 농축된다. 이렇게 건조한 포도를 완전히 발효시켜 잔당이 리터 당 5-7g 정도인 드라이 와인으로 완성한 것이 바로 아마로네다. 아마로네는 단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다층적인 향과 고혹적인 맛을 지닌 농후한 레드 와인이다. 2010년부터는 발폴리첼라 DOC에서 분리되어 별도의 DOCG가 되었다.
리파소는 갓 발효했거나 발효 중인 발폴리첼라 와인에 아마로네 양조 후 남은 잔여물을 첨가해 그 풍미를 추출하여 만든다. 아마로네 양조에는 최상급 포도만 사용하는 데다 건조를 통해 풍미를 응축시켰기 때문에 그 잔여물에는 여전히 다양한 성분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 이 잔여물로 가볍고 신맛이 강한 발폴리첼라 와인의 색상과 풍미, 타닌 등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리파소는 아마로네의 뉘앙스가 드러나면서도 아마로네보다 값은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베이비 아마로네’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리파소 또한 2010년 별도의 DOC로 지정되었다.
베르타니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는 우아하고 전통적인 아마로네의 전형이다. 테누타 노바레 부근의 석회암과 현무암 토양의 포도밭에서 재배한 코르비나(Corvina)와 론디넬라(Rondinella) 품종을 각각 80%와 20%씩 사용하는데, 바람이 잘 통하는 공간에서 100일 이상 건조해 풍미의 밀도와 당도를 충분히 끌어올린다. 이후 60 헥토리터 크기의 전통적인 오크통에서 7년 동안 천천히 숙성해 부드러운 질감과 우아한 풍미, 균형 잡힌 미감을 형성하며, 병입 후에도 1년 동안 안정화를 진행해 최상의 컨디션을 이끌어낸다. 양조 기간만 8년 넘게 걸리는 셈으로, 최고급 아마로네를 만들기 위한 베르타니의 정성을 엿볼 수 있다. 베르타니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는 체리 등 레드 베리와 붉은 자두 풍미가 밀도 높게 드러나며 홍차, 감초, 따뜻한 인상의 스위트 스파이스 뉘앙스가 우아한 여운을 남기는 격조 높은 와인이다. 정찬의 메인 코스를 비롯한 다양한 육류 요리, 숙성 치즈 등과 환상적으로 어우러진다. 얼마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를 위한 와인으로 안성맞춤이다.
베르타니 발폴리첼라 리파소는 조금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 하지만 그 맛과 품질은 양보가 없다. 철 성분이 풍부한 석회질 이회토양에서 재배한 코르비나 85%, 론디넬라 5%에 국제 품종인 메를로(Merlot) 10%를 블렌딩해 색다른 풍미와 구조감을 더했다. 우선 2주 동안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한 후 아마로네 잔여물을 넣어 풍미를 강화한 다음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9개월 동안 숙성한다. 이를 통해 벨벳 같은 질감과 함께 농익은 붉은 베리 풍미가 화사하게 드러나는 매력적인 와인이 된다. 미트 소스 파스타, 버섯 리소토, 살라미 피자, 모둠 치즈 등 다양한 음식과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와인이다.
베르타니의 아마로네와 리파소를 통해 발폴리첼라의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느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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