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타니 특집기사 2편. 설립 당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포도밭 관리와 와인 양조 등 다방면으로 혁신적인 방식들을 도입하면서도 지역의 전통과 조화를 이뤄 온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현재 베르타니 브랜드는 창립자의 자손들이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 창립자의 4대손인 가에타노 베르타니(Gaetano Bertani)와 그의 아들들은 테누타 산타 마리아(Tenuta Santa Maria)라는 별도의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 아마로네가 탄생한 곳으로 알려진 빌라 모스코니(Villa Mosconi) 또한 그들의 소유. 마치 로버트 몬다비 와인 브랜드를 몬다비 가문이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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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혁신의 조화, 베르타니 스타일
1857년 발판테나(Valpantena) 지역에 설립해 발폴리첼라를 대표하는 와이너리로 성장한 베르타니(Bertani). 그들은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양조 기술과 와인 트렌드를 선도해 왔고, 시대를 앞서간 그들의 방식은 지역의 전통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베르타니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 그들은 선조들로부터 이어받은 전통 방식을 존중하되, 최첨단 기술을 꾸준히 받아들이며 발폴리첼라의 테루아를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표현하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창립자들의 철학부터가 그랬다. 가에타노와 지오반 바티스타 베르타니(Gaetano & Giovan Battista Bertani) 형제는 테루아에 대한 사랑과 전통에 대한 깊은 존중과 함께 상업적인 감각과 사업적인 재능 또한 겸비한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설립 당시인 19세기 중반부터 당시로서는 흔치 않았던 포도밭과 와인 셀러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진행했다. 특히 그들은 프랑스 유학 당시 친분을 쌓았던 쥘 기요(Jules Guyot)가 개발한 새로운 가지치기 방식에 주목하고, 이를 포도밭에 적용했다. 현재까지 도전 세계 주요 와인 산지에서 널리 사용하는 가지치기 방식인 기요 트레이닝(Guyot training)을 이탈리아 최초로 도입한 것이다. 이와 함께 포도나무의 식재 밀도를 높여 나무끼리의 경쟁을 유도하는 한편 그린 하비스트를 통해 생산량을 조절해 풍미가 더욱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품질 좋은 포도를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얻은 고품질의 포도로 베르타니가 탄생시킨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와인이 바로 베르타니 세코(Bertani-Secco)다. 프랑스의 최신 양조 기술을 적용하는 한편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시라(Syrah) 등 국제 품종을 블렌딩해 만든 베르타니 세코는 그 이름처럼 드라이한 맛을 지닌 깔끔한 스타일의 와인이었다. 이는 당시 발폴리첼라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즐기던 달콤한 스타일의 레치오토(Recioto) 와인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스타일로, 당시 베로나의 와인 업계를 충격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이 와인의 품질이 얼마나 뛰어났던지 베로나 상공회의소에서는 양조 방식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고 그 기록을 문서로 남겨두었을 정도다. 베르타니 세코 외에도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기술이었던 리파소(Ripasso) 양조법 또한 빠르게 도입했다. 레치오토 생산 후 남은 포도 잔여물에 일반 발폴리첼라 와인을 재발효하는 리파소 방식으로 만든 와인은 진한 풍미로 큰 인기를 끌었고, 발폴리첼라 와인의 중흥을 이끌었다.
와인의 인기는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졌고, 베르타니의 와인은 미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등 전 세계로 팔려나갔다. 이에 베르타니는 와인 품질을 안정적으로 보증하기 위해 베네토 지역 최초로 와인을 병입하여 판매했다. 와인의 맛을 향상하고 품질을 지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고 적용해 나갔던 것이다. 베르타니의 역사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르타니의 혁신적인 행보는 1950년대 초 발폴리첼라 클라시코(Valpolicella Classico) 지역으로 진출하며 더욱 가속화되었다. 그들이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끊임없이 추구한 탁월함은 결국 발폴리첼라의 전통에 대한 흔들림 없는 존경과 맞물려 있다. 그들은 발폴리첼라 클라시코의 탁월한 포도밭들과 함께 아마로네(Amarone)가 탄생한 테누타 노바레(Tenuta Novare)를 인수했다. 그리고 이 역사적인 장소에서 자신들이 고도화한 드라이 와인 양조 기술을 적용해 당시 레치오토 세코(Recioto Secco) 혹은 레치오토 아마로(Recioto Amaro)라는 이름으로 어정쩡하게 불리던 아마로네 와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현재 아마로네가 바롤로(Barolo), 바르바레스코(Barbaresco)와 함께 이탈리아 3대 와인으로 불리며 세계적인 명성을 확립한 데는 베르타니의 공이 작지 않다.
지난 한 세기 반 동안 베르타니는 새로운 포도 재배법을 도입하고 최신 기술을 활용해 지역에 맞는 양조법을 발전시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통과 새로운 트렌드가 섬세하게 균형을 이루는 베르타니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베르타니가 아마로네와 리파소 와인을 대표하는 생산자로 인정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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