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테킬라를 사용하는 칵테일, 프렌치 인터벤션(French Intervention). 프렌치 인터벤션은 19세기 멕시코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권을 세우기 위해 프랑스가 개입한 역사적인 사건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멕시코 술 테킬라에 프랑스 술인 릴레 블랑(Lillet Blanc)을 섞는다는 단순한 발상에서 지어진 이름인 것 같다.
처음 이 레시피를 알게 된 건 <술 취한 식물학자>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검색해 보니 시나(Cynar), 생 제르맹(St. Germain) 등 다른 리큐르를 사용하는 레시피도 존재한다. 시나와 생 제르맹 역시 프랑스 리큐르이므로 이름의 의미는 역시 퇴색되지 않는다. 여기에 앙고스투라 비터스(Angostura Bitters)가 추가된다.
<술 취한 식물학자>의 레시피는 테킬라 레포사도(Tequila Reposado) 45ml, 릴레 블랑 22.5ml, 그린 샤르트뢰즈(Chartreuse Verte)를 얼음과 함께 스터 해서 칵테일 잔에 따른 후 자몽 껍질을 트위스트 해서 장식한다. 그런데 문제는 집에 그린 샤르트뢰즈가 없다는 것.
그래서 어찌할까 하다가, 집에 있는 허브 향 리큐르들을 모두 모아봤다. 압생트(Absinthe), 드람뷔(Drambuie), 페르넷-브란카(Fernet-Branca) 등을 한 방울씩 넣어보기로 한 것. 이렇게 되면 프렌치 인터벤션이 아니라 유러피언 인터벤션인가. 열강의 침략... ㄷㄷㄷㄷ
트위스트 하는 김에 앙고스투라 오렌지 비터스도 1대시 추가하기로 했다. 스타일도 스터에서 락 스타일의 빌드로 바꾸고.
커다란 얼음 하나 넣고 재료들 추가해서 휘휘 저어줬다. 그리고 맛을 보니... 허브 향이 약간 부담스럽다. 많이 넣지도 않았는데, 전체의 풍미를 허브 리큐르들이 주도하는 듯.
천천히 마시다 보니 얼음이 녹으며 밸런스가 깨지는 게 아니라 맛이 부드러워지며 테킬라의 스파이시함에 릴레 블랑의 상큼함, 허브 리큐르들의 향이 가볍게 섞여 들어가는 것 같다. 최소한 나에게는 록 스타일이 숏 칵테일보다는 더 나을 듯.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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