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역에서 내려 덕성여고 쪽으로 올라와 왼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이런 고즈넉한 길이 나온다. 걷는 것 만으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 드는, 특별한 것 없지만 기분 좋은 길.
위 지도에서 파란색 화살표로 표시된 길이다. 그 길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틀어 조금 더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바 공간이 위치한 작은 골목이 있다. 북촌칼국수가 있는 골목으로 들어와 10m 정도 걸으면 오른쪽에 있는데,
벽에 이렇게 문구가 쓰여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선배들에게 받은 문화를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켜 후배들에게 물려준다... 그리고 선한 영향력을 올바른 곳에 사용하고 싶다... 이 문구만으로 뭔가 일반적인 바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오픈 시간이 2시로 알고 있는데, 도착해 보니 이미 바는 커플 두 팀이 점유하고 있었다. 테이블에는 단체 손님도 한 팀 있었고. 나는 혼자다 보니 바 좌석의 가장 바깥쪽에 앉았다.
백 바 등에는 유명 브랜드의 위스키와 럼, 테킬라 등의 스피릿, 각종 리큐르들이 들어차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밝은 컬러로 장식한 인테리어와 함께 자연광을 살려 밝은 분위기로 바를 연출했다는 것이다.
바 가운데는 이렇게 자연광이 들어오는 미니 정원도 있다. 이 정원은 바의 분위기를 밝고 캐주얼하게 만들어줌과 동시에, 바의 가운데를 반으로 갈라 바의 형태로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아무래도 마주 보고 앉는 일반적인 테이블보다는 나란히 앉을 수 있는 바의 형태가 칵테일 바에는 더욱 잘 어울릴 테니까.
물론 정문 쪽에는 테이블도 있어서 4~6인 정도의 단체도 함께 앉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메뉴판에는 조선시대 복식의 한국인과 서구의 신사/바텐더가 함께 있는 위트 있는 일러스트와 함께 바 공간에서 창조한 시그니처 칵테일들이 다수 소개되어 있었다. 그중에는 풍정사계 등 한국 술을 사용해 만든 칵테일도 있어서 주문해 보고 싶었는데, 오늘은 다른 목적이 있었으므로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하는 걸로....
그리고 식사... 까지는 아니지만 제법 배를 채울 수 있는 다양한 안주(?)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다. 상당히 평이 좋은 것 같은데, 아쉽게도 아직 준비 전이라 주문하지 못했다.
푸드 메뉴와 클래식 칵테일 메뉴. 칵테일은 물론 메뉴에 없는 걸 주문해도 최대한 만들어 주신다.
내가 주문한 칵테일은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 Southwest). 캄파리(Campari)를 사용한 좀 독특한 칵테일을 부탁드렸더니 요 칵테일을 추천하시며 드셔 본 적 있느냐고 물어보셨다. 예전에 집에서 만들어 본 적이 있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시며 집에 오렌지 블라썸 리큐르가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당근 없어서 다른 재료로 대체했다고 수줍게 대답해 드렸다;;;
그리고 제대로 만든 건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역시 수줍게 웃으시며,
완성작을 주셨다. 와... 확실히 다르다. 물론 나는 온 더 락 스타일로 트위스트 해서 밀도의 차이가 생기긴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확실히 꽉 짜인 구조감에 피트 향 사이로 곱게 드러나는 꽃과 레몬 필 향기가... 아우... 천천히 마시려고 했는데도 금세 한 잔을 비워버렸다.
짭짤 고소한 라이스페이퍼가 있어서... 술이 더 잘 들어갔다고 변명해 본다. 비겁한 변명입니다~~~
다음 약속이 있어서 자제해야 했지만, 시간도 어중간하게 남았고 해서 한 잔 더 주문했다.
리프레시를 위한 가벼운 롱 드링크 스타일로 추천을 부탁드렸더니 만들어 주신 한 잔, 세컨드 서브(Second Serve). 티오 페페 피노 셰리(Fino Sherry)에 설탕(심플 시럽?)과 레몬즙을 추가한 다음 탄산수를 필업해 만드셨다고.
레시피를 찾아보니 다소 차이는 있지만 피노 셰리, 몬테네그로 아마로(Montenegro Amaro), 심플 시럽, 레몬주스(혹은 라임주스), 탄산수를 사용하며, 가니시도 레몬, 라임, 오렌지 등 다양한 시트러스를 사용한다.
상큼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으며, 가벼운 산화 향이 레이스처럼 덥혀 고혹적인 여운을 남기는 매력적인 깔끔함이다. 산뜻하면서도 들뜨지 않는 칵테일이랄까. 이것도 물 마시듯 순식간에 마셔버리고 말았다. 결국, 약속에 늦지 않음...ㅋㅋㅋㅋ
맛이 넘나 마음에 들어서 피노 셰리는 없지만, 다른 셰리(아몬티야도)를 사용해서 만들어보고 싶다. 아마로와 시트러스 주스를 적당히 사용한다면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쨌거나 #캄파리로드 패스포트 덕분에 좋은 바들을 연속으로 경험할 수 있어서 정말 고맙다. 처음 방문했던 한남동 푸시풋 살룬도 예상외의 환대에 정말 행복했었는데. 공간은 자주 지나는 동선 상에 위치하고 있으니 종종 들러봐야겠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일상의 음주 > 칵테일·홈텐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 잔으로 마셔도 좋은 칵테일, 세컨드 서브(Second Serve) (0) | 2022.02.06 |
---|---|
캄파리 & 화이트 와인으로 만드는 손쉬운 와인 칵테일, 비시클레타(Bicycletta) (0) | 2022.02.04 |
테킬라, 릴레 블랑, 그리고... 프렌치 인터벤션(French Intervention) 칵테일 (0) | 2022.01.15 |
B&B 트위스트 칵테일, B&G (0) | 2022.01.13 |
메리골드 자몽을 사용한 헤밍웨이 다이키리(Hemingway Daiquiri) (0) | 2022.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