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합정 사이의 퓨전 비스트로 보헴. 이곳의 장점은 딱 두 개다. 인당 1병 콜키지 프리, 가격 저렴. 홀은 넓은데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좋다. 어찌 보면 해외의 관광지 식당 같은 느낌도... 하이네켄 & 호가든 병맥주도 행사 중이라 싸다. 병당 3,500원이었던 듯. 홍대 부근에서 별생각 없이 캐주얼하게 와인, 맥주 한 잔 하고 싶다면 가볼 만하다. 와인 리스트는 별로이므로 콜키지 적극 활용 추천.
합정 역 6번 출구에서 5분,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7분 정도 거리다. 거의 중간 위치니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편한 곳을 선택하면 될 듯.
먹을 만한 음식을 딱 하나 꼽으면 라자냐인데, 이것도 재료가 좋은 것도 아니고 아주 공들여 만든 것도 아니다. 하지만 밸런스가 아주 절묘해서 제법 맛있달까. 이를테면 인스턴트 재료로 만든 가정식 요리. 마지막에 안주가 모자라 한 번 더 먹었는데도 맛있었으니 내 입맛엔 잘 맞는다.
식전빵조차 나이롱스럽다. 소스도 시판 제품 같았는데 오묘하게 맛있다 ㅋㅋㅋㅋ 본격적으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일단 내가 가져온 화이트 와인부터.
Pedralonga, Terra de Godos 2019 Rias Baixas
가벼운 노란 꽃 향기와 노란 핵과 풍미에 곁들여지는 은은한 미네랄이 제법 두텁고 복합적인 인상을 남긴다. 처음 시음했을 때는 훨씬 섬세한 풍미에 영롱한 미네랄이 밀도 높게 드러났던 걸로 기억하는데. 처음 마신 온도가 좀 높은 감이 있어서 좀 더 칠링한 후에 마셨더니, 처음 마셨을 때의 강철 같은 미네랄리티가 살아나는 듯싶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차게 마시는 쪽을 선호하는데, 함께 마신 후배들은 온도가 좀 높았을 때의 복합미도 좋았다고.
레이블의 투구는 오래전 이 지역에서 살았던 고쓰(Goth) 족이 사용했던 투구로, 와인의 정체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20년 수령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를 효모 첨가 없이 양조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6개월 간 리와 함께 숙성한 후 6개월 추가 숙성해 완성했다.
우미부도와 케이퍼, 딜을 곁들인 시메 사바. 아부리가 조금 셌고 고등어 살이 살짝 퍽퍽했지만 그래도 두 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디시. 케이퍼와 우미부도를 곁들여 한 입에 먹으면 상당히 맛있었다.
마르게리타 피자. 토핑은 제법 괜찮았는데 도우가 기성품... 조금만 더 노력을 해 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두 번째 와인은 Il Palagio, Message in a Bottle 2020 Toscana IGT. 탑 뮤지션 스팅(Sting)이 이탈리아 토스카나(Toscana)에서 그의 와이프 트루디 스타일러(Trudie Styler)와 함께 만드는 와인 중 하나다.
<디캔터(Decanter)> 2021년 7월호에 실렸던 일 팔라조에 대한 기사.
처음 맛을 볼 때는 풍미의 밀도나 임팩트가 앞의 화이트에 좀 밀렸다. 나쁘진 않은데 그저 무난하게 만든 대중 와인의 느낌이 물씬 들었달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향, 감초, 시나몬 힌트에 잘 익은 블랙체리, 라즈베리 풍미가 어우러지며 제법 매력적인 인상을 남긴다. 매끈한 질감에 깔끔한 산미, 미디엄 바디의 웰 메이드 와인. 입에서보다는 코에서 조금 더 즐거웠던 것 같다. 스팅 팬이라면 한 번쯤 마셔 볼 만할 듯.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산지오베제(Sangiovese) 70%에 시라(Syrah), 메를로(Merlot)를 각각 15% 블렌딩 하여 섭씨 20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7-8일 정도 침용 및 발효하여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12개월 숙성했다.
와인 이름은 폴리스 시절의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 백 레이블의 이탈리아어 설명을 구글 번역으로 돌려 보면 메시지 인 어 보틀은 인간관계에 대한 노래라고 한다. 그리고 좋은 와인 한 병을 친구와 나누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또 있겠냐고. 이 와인은 다양한 음식들과 잘 어울리지만, 좋은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길 때 가장 맛있을 거란다.
When Sting wrote his song "Message in a Bottle, he sang about the human need to relate: and what's the best way to do it than to share a bottle of fine wine with friends?" A versatile IGT Toscana 2020 that goes well with many dishes, but tastes even better with friends and loved ones, during banquets and pleasant conversations. Send an SOS for someone to come and share it with you. |
그럼 폴리스(Police) 노래 한 곡 듣고 가야지...
볼로네제 스파게티. 오늘의 메뉴였는데... 아쉽.
세 번째 와인은 Nervi, Gattinara 2015. 요건 별도로 포스팅했다.
부채살 스테이크. 수비드 한 스테이크를 구워서 내주는데 식감이... 가니시는 맛있었다.
마지막 와인은 Raymond, Napa Valley Merlot Reserve Selection 2014. 후배가 미국 출장 중 면세점에서 사서 보관 중이었던 와인이다.
삼나무와 흑연 같은 연필 뉘앙스가 강하게 드러나며 감초나 인삼 같은 약재, 블랙베리, 블루베리, 말린 프룬 등 농익은 검은 과일 풍미와 함께 오묘하게도 라즈베리, 딸기 같이 붉은 과일 풍미도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풍미 추출을 좀 과하게 한 느낌은 있지만 산미도 좋고, 타닌은 상당히 많지만 제법 부드러워 마시기 편하다. 피니시에 가볍게 남는 원두와 다크 초콜릿 뉘앙스도 굿.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메를로 88%에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7%,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3%, 말벡(Malbec) 2%를 블렌딩했다. 손 수확해 선별한 포도를 18개월 동안 프렌치 오크(20% new)에 숙성하기 전에 평균 39일-_-;; 이나 침용했다고. 역시... 추출이 과했다는 생각이 맞는 것 같다. 좀 더 섬세하게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레이먼즈 빈야드(Raymond Vineyards)는 1933년 나파에 정착한 레이먼즈 패밀리가 1970년 설립한 와이너리로, 나파 밸리 와인의 선구자 중 하나다. 러더퍼드(Rutherford)에 36ha의 포도밭으로 시작한 그들은 현재 러더퍼드를 포함해 세인트 헬레나(St. Helena), 제임슨 캐년(Jameson Canyon) 등에 120ha에 이르는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의 러더퍼드와 세인트 헬레나 포도밭은 유기농 & 바이오다이내믹 인증을 획득했으며, 와이너리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모두 태양광 발전에서 온다고.
9시를 엄수하며 좋은 사람들과 좋은 와인들을 맛있게 마셨다. 마지막에 마신 맥주 한 병이 다음날의 숙취를 유발하긴 했지만.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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