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로 몬테네그로는 1885년 볼로냐에서 스타니슬라오 코비안키(Stanislao Cobianchi)가 만든 아마로다. 캄파리가 밀라노를 대표하는 아마로라면 아마로 몬테네그로는 볼로냐를 대표하는 아마로인 셈.
아마로(amaro)는 보통 각종 약재와 허브 등 보태니컬들(botanicals)로 달콤 쌉싸름한 맛을 내는 리큐르의 일종이다. 유럽 쪽은 아마로와 리큐르를 구별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한국에서는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엄격하게 구분하지는 않는 것 같다.
아마로 몬테네그로의 발매 당시 이름은 '엘리시르 룽가비타(Elisir Lungavita, 장생을 위한 영약)'였는데, 11년 뒤 몬테네그로의 공주 엘레나(Princess Elena of Montenegro)가 나중에 비토리오 에마뉴엘레 3세(Vittorio Emanuele III)가 되는 왕자와 결혼한 것을 계기로 이름을 아마로 몬테네그로로 바꾼다.
출시 초기부터 큰 인기를 얻었고, 그때의 레시피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아마 일부 조정은 이루어졌겠지만. 레시피에 대해서는 홈페이지와 위 영상에서 제법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레시피에는 전 세계에서 수집한 40여 가지의 보태니컬을 사용한다. 물론 영업비밀인 40여 가지 보태니컬을 모두 알려주지는 않는데, 그래도 6개 카테고리 별 대표 재료들을 소개하고 있다.
- 스위트(sweet) : 시나몬(Cinnamon), 정향(Cloves), 육두구(nutmeg)
- 시트러시(citrusy) : 스위트 & 비터 오렌지(sweet & bitter oranges), 쁘띠 드라이드 오렌지(petit dried oranges)
- 비터 & 허베이셔스(bitter & herbaceous) : 향쑥 블렌드(Artemisia blend), 마조람(marjoram), 오레가노(oregano), 고수 씨앗(coriander ceed)
위 재료들을 끓이고(boiling), 침용하고(maceration), 증류(distillation)하는 등 세 가지 추출 과정을 거쳐 12가지 에센스를 얻는다. 이 에센스를 블렌딩해 다시 여섯 가지 향기를 만든 후, 프레미오(Premio)라고 하는 궁극의 비밀 레시피로 만든 에센스를 추가해 아마로 몬테네그로의 복합적인 풍미를 만든다.
프레미오는 5가지 보태니컬의 섬세한 증류로 만들어지는데, 몬테네그로에 정통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특별한 개성을 완성한다고. 15,000리터 당 딱 1리터의 소량만 사용하는데도 몬테네그로의 풍미를 좌우한다니 정말 향의 정수인 듯.
이렇듯 6개 노트를 블렌딩해 물, 알코올, 설탕을 섞을 후 마지막에 프리모를 더해 몬테네그로를 완성한다. 여섯 개 노트는 비터 & 허베이셔스, 스파이시 & 플로럴, 스위트 & 로스티드, 프레시 & 발사믹, 프루티 & 스위트, 웜 & 트로피컬. 그런데 결국 12가지 노트 아닌가??
이렇게 만들어진 아마로 몬테네그로는 독특한 병에 담긴다. 이 병은 아마로를 처음 개발한 스타니슬라오 코비안키가 직접 디자인한 것이라고.
그는 이렇게 훌륭한 리큐르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품질에 걸맞은 독특한 병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병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실제로 다른 아마로나 리큐르 병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느낌이다. 특히 캄파리랑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도 보틀 셰입과 레이블 등이 제품의 성격을 반영할 수 있도록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데, 아직은 여건이 충분치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커스터마이즈 된 보틀을 생산하거나 저렴하게 수입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 할 텐데.
이제 뚜껑을 열어 맛을 볼 차례.
리큐르 테이스팅용으로는 요 고전적인 크리스털 글라스가 제격이다.
Amaro Montenegro / 아마로 몬테네그로
은은한 브라운 앰버 컬러에 약간 붉은 기운이 감도는 듯하다. 따를 때부터 벌써 향수처럼 향긋하고 화사한 향이 퍼지기 시작한다. 장미, 사프란, 살구씨, 아몬드, 터키시 딜라이트... 어떻게 생각하면 닥터 페퍼나 콜라 같은 청량음료 향과 비슷한 스펙트럼 같기도 한데, 느낌이 훨씬 고급스럽다. 입에 넣으면 부담스럽지 않게 산뜻한 단맛이 우아한 질감을 타고 편안하게 퍼져나가는데, 피니시에 와서야 가볍지만 명확히 드러나는 쌉쌀함이 아마로로써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대단히 향긋하고 엄청나게 복합적인 아마로. 넘나 마음에 든다.
알코올 23%, 용량은 750ml. 넘나 빠르게 한 병을 비울 것 같다.
칵테일 용으로 구매한 거지만 샷이나 온 더 록 스타일로 즐기기도 하고, 간단히 토닉 워터나 탄산수, 진저 에일을 섞어서 마셔도 좋은 술이니까.
디포즈가이드(diffordsguide)에서 소개하는 아마로 몬테네그로 칵테일들.
몬테네그로니(Monte-negroni), 몬테 맨해튼(Monte Manhattan) 같은 트위스트 칵테일은 한 번쯤 만들어 보겠지만 일단은 세컨드 서브(Second Serve)라는 칵테일을 만들어 보고 싶다. 얼마 전 안국동 칵테일 바 '공간'에 방문했을 때 두 번째 잔으로 마셨는데, 입맛을 깔끔하게 씻어주면서도 다층적으로 드러나는 고혹적인 풍미가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남아 있어서.
어쨌거나 또 좋은 술을 발견해서 기분이 좋다. 자주 사용해야지.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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