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된 위스키 구매.
일단 위스키 가격이 전반적으로 15~30% 정도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높거나 희소한 위스키들은 출시되자마자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라 면세점 구매 기회는 정말 놓칠 수 없는 찬스.
고오급 위스키답게 포장이 아주 꼼꼼하다.
이번에 구입한 위스키는 로열 브라클라 21년(Royal Brackla Aged 21 Years).
로열 브라클라는 올트모어(Autmore), 크라이겔라키(Craigellachie), 에버펠디(Aberfeldy) 등과 함께 제주 공항에는 없고 중문 면세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싱글 몰트 위스키 중 하나다.
로열 브라클라(Royal Brackla)는 1812년 캡틴 윌리엄 프레이저(Captain William Fraser)가 설립한 증류소다. 설립한 장소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으로 꼽히는 <맥베스>의 배경이 된 스코틀랜드 코더 성(Cawdor Castle)이라고. 1833년 로열 브라클라에 매혹된 국왕 윌리엄 4세가 왕실 조달 허가(Royal Warrant)를 내어주면서 '최초의 로열 스카치 위스키'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이후 1838년 빅토리아 여왕 재임기에 다시 로열 워런트가 갱신된 걸 보면 왕실의 입맛에 딱 맞았던 모양.
이외에 '로열' 이 붙은 스카치 위스키는 로열 로크나가(Royal Lochnagar), 그리고 1985년 최종 폐쇄된 글렌누리 로열(Glenury Royal)이 있다.
설립 당시에는 불법 증류소에 대한 규제가 극심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설립자인 윌리엄 프레이저는 '규제 때문에 못해먹겠다'는 불평을 입에 달고 살았다는데, 그 때문인지 설립 직후인 1813-14년이 첫 번째 임시 폐쇄 기간이다. 이후에도 1940-1945년, 1964-1966년, 그리고 1985-1990년에도 증류소 문을 잠깐 닫았었는데, 현대화 및 시설 확충을 위한 것이었다.
1997년부터 12.5톤 풀 라우터 매시턴과 6개의 나무 워시백, 2개의 스테인리스 워시백을 갖추었고 대형 증류기는 4개가 있다. 72시간 정도의 비교적 긴 발효 과정을 거치며, 이렇게 생산한 투명한 워트를 라인 암이 위로 뻗은 기다란 증류기로 증류한다. 때문에 환류가 많이 일어나 깔끔한 원액을 생산한다. 숙성은 주로 익스 버번 캐스크를 이용한다는데, 다양한 타입의 셰리 캐스크를 피니시용으로 이용하는 듯.
1998년 독과점 규제에 걸린 디아지오가 봄베이 진 및 다른 3개 싱글 몰트 증류소와 함께 로열 브라클라를 매물로 내놓았고, 11억 5천만 파운드라는 엄청난 거액을 써낸 바카디(Bacardi)에서 인수했다. 하지만 매물에 위스키 재고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에, 인수 초기 시중에 나오는 로열 브라클라의 정규 라인업은 기존과 같이 10년 숙성 제품뿐이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라인업을 새롭게 구축하면서 현재는 12년, 18년, 21년을 정규 라인업으로 판매하고 있다. 25년과 35년도 한정판으로 출시했다는데, 작년에 중문 면세점에서 25년 숙성을 봤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금은 판매가 종료된 상태고 언제 들어올지도 기약이 없다고 한다.
2022년 3월 26일 현재 중문 현황. 로열 브라클라 12년, 18년은 품절 상태다.
딱 로열 브라클라 21년만 남아있는 상태. 하지만 내 목표는 처음부터 21년이었으니까...^^;;
중문 면세점 입구 쪽에 요런 포토존을 만들어 놓았다.
실제로 사진들 많이 찍으시더라는. 선호하는 파란색이라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든다.
아무래도 21년은 쉽게 오픈하기 어려울 테니 다음에 오면 18년이나 12년을 한 병 구매해야겠다.
이제 박스를 오픈해 볼 시간.
박스 옆면에 적힌 문구들. 역시 로열 워런트에 대한 자부심이 표현된 내용들이 많다.
박스 뒷면. 로열 브라클라의 몰트 마스터 스테파니 맥클레오드(Stephanie Macleord)가 양질의 셰리 캐스크만 엄선해 사용했다고 한다. 모든 로열 브라클라의 위스키는 46%의 알코올로 칠 필터링을 하지 않으며, 내추럴 컬러로 숙성 연도를 표시해 병입한다.
QR코드를 찍으면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도 올트모어, 크라이겔라키처럼 공사 중이다. 바카디 그룹이 소속 증류소의 홈페이지를 다 갈아엎고 있는 듯. 어쨌거나 정규 라인업 3종 중 21년의 케이스가 역시나 가장 간지 좔좔이다. 피니시에 사용한 셰리 오크가 각각 다른데 12년은 올로로소(Oloroso), 18년은 팔로 코르타도(Palo Cortado)를 사용한다. 21년은 그 둘에다가 페드로 히메네즈(Pedro Ximenez)까지 함께 사용.
셰리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위 아티클 참고. 간단히 설명하면 올로로소는 처음부터 산화 숙성을 시켜 향기롭고 화려한 셰리다. 팔로 코르타도는 피노(Fino)로 분류했던 와인에 특유의 효모 막이 생성되지 않으면서 만들어지는 와인으로, 섬세하고 날카로운 아몬티야도(Amontillado)의 풍미와 올로로소의 부드럽고 농밀한 풍미를 겸비한 셰리다. 페드로 히메네즈는 같은 이름의 포도 품종으로 만드는 매우 달콤하고 풍만한 디저트용 셰리다.
박스 개봉 방식이 서랍 같은 슬라이드 형식이다.
슬라이딩 도어(?)에 적혀 있는 Non Chill-Filtered / Natural Colour.
와, 딱 요렇게 열어놓고 진열하고 싶다. 있어빌리티 끝판왕 포스.
보틀에 실크 스크린으로 인쇄돼 있는 로고도 클래식한 느낌이 딱 내 스타일.
심지어 캡실조차... 왤케 귀여운지♥
셰리 숙성 포스를 뿜뿜 뿜어내는 진한 컬러도 마음에 든다.
백 레이블에도 유사한 정보가 수두룩 빽빽. 바카디 계열의 포장은 기본적으로 설명충 기질이 다분한 듯.
아래는 공식 테이스팅 노트.
ROYAL BRACKLA, 21 YEAR OLD HIGHLAND SINGLE MALT SCOTCH WHISKY
Regal and assured. Syrupy toffee notes, with richly fragrant summer berries warmed by the sun and dusted in cinnamon and muscovado sugar.
내가 왕은 아니지만 왕의 위스키를 함께 나눠마시는 기분... 정도는 낼 수 있을 듯. 물론 장기간의 굴비 역할을 수행한 후가 되겠지만^^;;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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