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와인 3종을 만났다.
- 아소르스 불카니코 브란코 2019(Azores Vulcanico Branco 2019)
- 아소르스 불카니코 로제 2019(Azores Vulcanico Rose 2019)
- 아소르스 불카니코 틴토 2019(Azores Vulcanico Tinto 2019)
아소르스 불카니코는 대서양 한가운데에 있는 화산섬으로 구성된 포르투갈령 아소르스(Azores) 제도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이다. 한마디로 '섬 와인'. 그런데 말만으로는 어디쯤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그래서 구글링을 해 보니 대략 요 쯤에 있다. 포르투갈 본토에서 서쪽으로 약 1,600km 거리다.
좌측 상단의 섬들이 아소르스 제도. 9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포르투갈 탐험가에 의해 15세기에 발견되었다고. 아마도 유럽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가는 배들의 중간 기착지로 활용되었을 것 같다. 참고로 아래쪽에 가운데에서 살짝 오른쪽에 있는 '푼샬'이라고 쓰여 있는 섬이 바로 마데이라다. (푼샬은 마데이라 자치구의 수도)
홈페이지의 사진을 보면 뭔가 제주도 같은 느낌이...
그런데 이런 대서양 한가운데에서 와인이 나온다고?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이는 아소르스 섬의 토착 품종 테란테스 도 피쿠(Terrantes do Pico)를 되살리기 위해 2010년 시작된 프로젝트에서 기원한다. 당시 테란테스 도 피쿠는 100그루도 채 남아있지 않았다. 이 품종은 곰팡이에도 상당히 취약하고 생산량도 많지 않으며, 다른 품종에 비해 잠재 알코올(=당분)도 높지 않아서 지역 재배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었다고. 하지만 이 품종은 짭짤한 힌트와 함께 알바리뇨(Alvarinho)나 리슬링(Riesling) 품종과 같은 신선함과 영롱한 미네랄 뉘앙스를 드러내는 매력적인 품종이다. 복원 프로젝트 결과 현재 테란테스 도 피쿠는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4천 그루 이상 재배되고 있다고.
테란테스 도 피쿠 외에도 아소르스 제도의 토착 품종에는 베르데호(Verdelho)와 아린토(Arinto)가 있다.
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와인메이커 안토니오 마사니타(António Maçanita)는 아소르스 제도가 가진 특별한 테루아에 주목해 2014년 필리프 로카(Filipe Rocha), 파울로 마차도(Paulo Machado)와 함께 아소르스 와인 컴퍼니(Azores Wine Company)를 설립했다. 안토니오 마사니타는 포르투갈의 유명 와인메이커로 2018년에는 '올해의 와인메이커'에 선정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이번에 국내에 수입된 아소르스 와인 컴퍼니의 와인들은 아소르스 제도에서 두 번째로 큰 피쿠(Pico) 섬의 포도로 만든 ‘화산섬 시리즈’(Vulcânico Series) 화이트-로제-레드 3종. 모두 섬 특유의 테루아가 반영된 독특하고 희소한 와인들이라 다른 와인들과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 그 진귀함을 생각하면 가격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보는 게 맞을 듯.
피쿠 섬의 면적은 445㎢로 제주도의 1/4도 되지 않는다. 대서양 한가운데 위치한 피쿠 섬의 야생적 환경 때문에 포도는 아주 독특한 방법으로 재배된다. 거친 바람과 흩뿌리는 염분의 입자, 갑자기 퍼붓는 비, 서리 등 혹독한 기후로부터 포도를 보호하기 위해 마치 미로와 같은 수천 개의 작은 담장(currais) 안에서 포도를 재배한다. 이 담장은 위 사진에 보이는 것과 같은 현무암을 낮게 쌓아 만든 울타리인데, 사각형이나 원형에 가까운 모양 등 다양한 형태를 이룬다. 15세기에 지어져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돌담에 둘러싸인 포도와 덩굴은 그 안에서 안전하게 자랄 수 있다.
Azores Wine Company, Branco Vulcanico 2019 Azores
아소르스 와인 컴퍼니 브란코 불카니코 2019 아소르스
형광 연둣빛 감도는 옐로 골드 컬러. 마른 허브와 (스모키?) 미네랄 힌트, 짭조름한 여운이 완숙 핵과와 후지 사과 아로마, 레몬 껍질 같은 세이버리함과 함께 묘한 조화를 이룬다. 입에서 또한 짭조름한 미네랄과 함께 시간이 지날수록 이국적인 플로럴 허브 뉘앙스가 기존에 느낄 수 없었던 기묘한 인상을 남긴다. 와, 이게 섬의 테루아인가... 싶은 느낌.
불편하진 않지만 뭔가 새로운, 독특한 느낌의 와인이다. 근데 왠지 모르게 친근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아이러니.
Azores Wine Company, Rose Vulcanico 2019 Azores
아소르스 와인 컴퍼니 브란코 불카니코 2019 아소르스
형광 + 샐먼 핑크 컬러. 짭조름한 미네랄과 함께 오렌지, 붉은 베리 풍미에서 신맛만 뺀 것 같은 인상이라 뭔가 알쏭달쏭한 느낌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감칠맛이 입안에 착착 감기는 느낌이다. Aㅏ... 이런 식의 테이스팅 노트를 남기면 안 되는데, 낯설어서 그런지 뭐라 쉽게 표현하기가 어렵다. 어쨌거나 뭔가 독특하다.
Azores Wine Company, Tinto Vulcanico 2019 Azores
아소르스 와인 컴퍼니 브란코 불카니코 2019 아소르스
연보랏빛 감도는 옅은 다홍색. 향긋하고 화사한 꽃향기와 체리 등 붉은 베리나 딸기 셔벗 같은 풍미, 츤데레같이 섬세하지만 까칠한 느낌이 잘 만든 보졸레나 내추럴 피노 누아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그런데 이국적 스파이스와 비누나 향수 같은 퍼퓨미, 석고 같은 미네랄이 느껴져 그들과는 확실히 선을 긋는다. 뭔가 살짝 거칠지만 매력 있는 스타일.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눈에 보이면 구매할 것 같다.
세 와인 모두 백 레이블은 대서양 한가운데의 화산섬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효모 첨가 없이 양조했고, 숙성 시 오크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 또한 테루아를 명확히 드러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요 기사를 쓸 때 아소르스 불카니코 와인들이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ㅋㅋㅋ
어쨌거나 화산 토양과 바다의 영향을 받은 섬 고유의 아름다운 테루아의 영향을 극명하게 느낄 수 있는 와인, 아소르스 불카니코. 앞으로 이곳저곳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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