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ta Duc(Famille Gras), Cotes du Rhone Les Vieilles Vignes 2017 / 산타 뒥(파미유 그라) 꼬뜨 뒤 론 레 비에이으 비뉴 2017

오랜만에 만나는 산타 뒥(Santa Duc). 예전엔 진짜 자주 마셨는데 최근엔 영 만나질 못했다. 산타 뒥과 멀어지면서 남부 론 전체와 좀 멀어졌던 듯. 아니, 론과 좀 멀어지면서 산타 뒥과 멀어진 건가... 어쨌든.

 

그런데 예전 레이블에는 없었던 파미으 그라(Famille Gras)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붙었다. 그대로 번역하면 살찐 가족(Fat Family)이 되는데, 사실은 산타 뒥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가문 이름이 바로 그라(Gras)다.

도멘 산타 뒥(Domaine Santa Duc)은 1874년 설립해 6대를 이어 오며 지공다스(Gigondas)의 대표적인 생산자로 성장했다. 로버트 파커는 산타 뒥을 '지공다스의 넘버 원 포도원'이라고 표현했을 정도. 5대인 이브 그라(Yves Gras)는 1985년 부친인 에드몽 그라(Edmond Gras)로부터 도멘을 물려받았다. 당시 30대 중반이었던 그는 지공다스의 야생적이고 순수한 테루아를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10ha의 포도밭을 즉시 유기농으로 전환했다. 위대한 테루아에 대한 존경으로 지공다스의 잊혀진 클로(Clos)를 복원했으며, 2009년에는 샤토네프 뒤 파프(Châteauneuf-du-Pape)의 포도밭을 구입했다. 

6대인 벤야민 그라(Benjamin Gras)는 디종의 부르고뉴 대학에서 양조학을 공부한 후 로마네 콩티(Domaine de la Romanée-Conti)와 베가 시실리아(Bodega Vega-Sicilia) 등 유수의 와이너리에서 경험을 쌓았다. 또한 OIV의 와인 매니지먼트 마스터 오브 사이언스 프로그램(MSc in Wine Management program)을 통해 전 세계 28개 와인 생산국을 방문하고 친분을 쌓았다. 벤야민 역시 아버지처럼 양조에는 더욱 적게 개입하고 테루아를 중요시한다. 때문에 테루아의 특징을 더욱 잘 드러내기 위해 2016년 가을부터 유기농에서 비오디나미 농법으로 전환했다. 

 

La Famille Gras, a family, an identity, a recognised know-how.

파미으 그라는 도멘 산타 뒥에서 운영하는 메종으로, 라스토(Rasteau), 꼬뜨 뒤 론(Côtes du Rhône) IGP 보클뤼즈(Vaucluse) 등의 와인을 만든다. 

 

코르크 상태를 보니 아주 살짝 끓었나 싶긴 하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 

 

Santa Duc(Famille Gras), Côtes du Rhône Les Vieilles Vignes 2017
산타 뒥(파미유 그라) 꼬뜨 뒤 론 레 비에이으 비뉴 2017

진한 검보랏빛 루비 레드 컬러. 진한 체리, 자두, 붉은 베리의 농익은 향기에 넛멕, 시나몬 같은 스위트 스파이스, 가벼운 허브 힌트와 구수한 뉘앙스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입에 넣으면 매끈한 질감에 부담스럽지 않은 신맛, 진한 검은 베리와 프룬 풍미가 감초, 담배 등의 힌트와 함께 피니시까지 이어진다. 미디엄 풀 바디에 '주질이 좋다'는 느낌이 확연하게 드는 가성비 최고의 꼬뜨 뒤 론. 예전부터 산타 뒥의 꼬뜨 뒤 론 비에이으 비뉴와 레 플랑(Vaucluse IGP Les Plans)은 정말 애정하는 와인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마셨는데 여전히 발군의 품질. 

그르나슈(Grenache), 시라(Syrah), 무르베드르(Mourvèdre), 생소(Cinsault), 쿠누아즈(Counoise), 카리냥(Carignan) 등을 테이스팅을 통해 완숙한 시점에 수확해 가지를 제거한 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한다. 침용 중에 부드럽게 펌핑 오버 및 펀칭 다운을 진행하며 젖산 발효 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로 래킹(racking) 해 숙성한다. 출시 후 2-3년 내 음용을 권장하고 있는데, 5년 차에 접어든 빈티지지만 아주 생생하고 맛있다. 

 

돼지갈비와 함께 마셨는데 전혀 밀리지 않고 잘 어울린다. 이보다 조금 더 가벼운 고기 요리나 콜드 컷츠, 모둠 치즈, 피자나 파스타 등과도 무난하게 어울릴 듯. 앞으로도 계속 친하게 지내야겠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