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3월 와인앤모어 할인 행사에서 사 온 와인&맥주. 지난달엔 맘에 드는 게 없어서 걸렀는데, 이번에는 사고 싶은 게 제법 많아서 고르느라 힘들었다. 뽀글이 3병에 부르고뉴 1병, 그리고 초콜릿 & 체리 벨지언 에일 1병.
그중 가장 궁금했던 건 폴리 바이 가삭(Folie by Gassac)이다. 벌크 와인 생산지로 취급받던 랑그독 지역에서 일치감치 그랑 크뤼 급 와인을 만들었던 마스 드 도마스 가삭(Mas de Daumas Gassac)이 만드는 펫낫(Pet-Nat)이라니. 몬도비노(Mondovino)라는 유명 와인 다큐멘터리에서 당시 남프랑스에 진출하려던 몬다비 등 글로벌 와인 회사들을 강하게 비판하던 에메 기베르(Aime Guibert) 할아버지도 떠오른다.
위 포스팅에서 도마스 가삭에 대해 간단히 소개했다. 물랭 드 가삭(Moulin de Gassac)은 도마스 가삭이 만드는 에브리데이 와인 브랜드라고 보면 된다.
Moulin de Gassac, Foliiiie by Gassac / 물랭 드 가삭 폴리 바이 가삭
궁금해서 사자마자 다음날 바로 마셨는데, 신나게 마시다 보니 사진을 찍지 못했다. 그런데 기존에 마셔 보지 못한 스타일의 펫낫이었다. 일단 밝은 옐로 그린 컬러에 탁한 느낌이 전혀 없이 맑고 깨끗했다. 버블은 여느 펫낫처럼 조금 거칠지만 상당히 힘차게 올라오며, 버블을 타고 향긋한 흰 꽃향기와 달콤한 사과, 서양배 향이 매력적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여느 펫낫처럼 '자연스럽고' 살짝 꼬릿한 복합미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 듯. 입에 넣으면 새콤한 신맛과 상큼하면서도 약간 쌉쌀한 자몽 같은 풍미가 가볍게 드러난다. 음... 이거 진짜 펫낫 맞나?
https://www.daumas-gassac.com/wine/moulin-de-gassac/grands-terroirs-wines/foliebygassac/
그래서 검색해 봤더니 공식 홈페이지에 양조 방법을 정확하게 소개하고 있다.
점토와 석회질 토양에서 재배한 샤르도네(Chardonnay)만 100% 사용해 양조하며, 온도 조절되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한 후 효모 잔여물(lees) 위에서 가볍게 숙성한다. 이후 18-20°C에서 거품을 형성해 2.5 기압으로 병입한다. 알코올 함량은 12%.
양조방식으로 보았을 때 이건 펫낫이라고 보긴 어렵다. 펫낫은 Pétillant Naturel의 줄임말로 최근엔 일반적으로도 많이 통용되는 와인인데, 한마디로 내추럴 방식으로 만드는 약발포성 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와인은 온도 조절 탱크에서 발효 및 2차 발효를 했고, 효모 잔여물도 걸러낸 후 병입한 것으로 보이니까. 그냥 펫낫스러운 외모를 가진 캐주얼한 약발포성 와인일 뿐.맛 자체가 나쁘진 않았지만 일반적인 펫낫 스타일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상당히 실망할 것 같다. 게다가 품질 대비 가격 또한 저렴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도마스 가삭이라는 이름에 비해 품질이 아쉽고, 판매자의 잘못된 명칭 사용 때문에 더욱 아쉽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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