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아하지만 자주 마시지 못하는 지역과 품종이 만났다. 루아르(Loire), 그리고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이다.
도멘 필리아트로 소뮈르 샹피니 비에이의 비뉴(Domaine Filliatreau Saumur Champigny). 1967년 폴 필리아트로(Paul Filliatreau)가 24세의 젊은 나이로 시작한 도멘이다. 현재는 50ha의 포도밭을 소유한 제법 큰 도멘이 되었는데, 밭의 대부분은 소뮈르(Saumur) 혹은 소뮈르 상피니(Saumur Champigny) AOC이며 레드는 카베르네 프랑, 화이트는 슈냉 블랑(Chenin Blanc)을 재배한다.
대다수 포도밭에 오가닉과 비오디나미 농법을 적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모든 와인이 오가닉/바이오다이내믹 인증을 받지는 않았다. 지금 소개하는 이 와인 또한 공식적인 오가닉 인증을 받지는 않은 듯. 도멘 필리아트로는 모던한 와인메이킹으로 유명한데, 1970년대 일찌감치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를 도입하고 침용을 짧게 해서 과일의 산뜻한 맛을 살리는 모던한 와인메이킹을 추구했다. 덕분에 가격이 저렴한 편이며, 파리의 비스트로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루아르를 개괄한 아티클 참고. 소뮈르는 레드와 화이트를 모두 생산하지만, 소뮈르 상피니는 카베르네 프랑(최소 85%)을 중심으로 레드 와인만 생산할 수 있다.
2007년 파리에 갔을 때 중국인이 운영하는 스시집-_-;;; 에서 초밥과 쇠고기 덮밥을 먹으며 샤블리와 함께 소뮈르 샹피니를 주문한 적이 있는데, 10유로 남짓 하는 저렴한 가격에 맛과 품질이 상당히 좋아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레이블이 기억나지는 않는데, 혹시 도멘 필리아트로의 와인은 아니겠...지? ㅋㅋㅋㅋ
2015년 빈티지인데 코르크 상태는 아주 양호하다. 향도 그렇고 보관상태가 나쁜 와인은 아닌 듯.
Domaine Filliatreau, Saumur Champigny Vieilles Vignes 2015 / 도멘 필리아트로, 소뮈르 샹피니 비에이으 비뉴 2015
풋풋한 허브 향과 함께 매콤한 청 파프리카, 명확한 블랙커런트 풍미와 완숙 자두, 체리와 붉은 베리 풍미가 조화롭게 드러난다. 오크 뉘앙스는 거의 드러나지 않고 과일의 영롱함과 허브 스파이스의 알싸함만이 존재하며, 단맛은 없지만 감초 같이 달큼한 뉘앙스와 버섯과 담배, earthy 한 힌트가 살짝 묻어난다. 영롱한 붉은 과일 풍미에 어울리는 산미에 타닌은 강하진 않아도 제법 깔깔한 느낌. 권장 시음 시기가 2022년 이후였던 이유를 알 것 같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점토-석회질 토양에서 재배한 50-90년 수령의 카베르네 프랑을 손 수확해 줄기를 제거한 후 24-28°C의 150hl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20일 동안 침용해 과일의 풍미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런데 어떤 용기에서 얼마 동안 숙성하는지는 소개하고 있지 않다. 거참 희한한 노릇인데, 풍미로 보아서는 숙성에 오크통을 사용하지 않거나, 뉴트럴한 오크를 사용하는 듯하다.
소뮈르 상피니는 트러플을 비롯한 버섯이 잘 어울린다고...
...는 훼이크 ㅋㅋㅋㅋㅋ 1+ 한우 등심과,
역시 1+ 등급의 한우 살치살을 대령해 두었다.
살치살은 정말 한우 기름의 고소하면서도 향긋한 향이 넘나 매력적으로 드러난 듯.
함께 구운 표고버섯과 파는 정말 고기보다 더 맛있었다능.
등심은 살치살보다 기름 향은 덜한 대신 육향과 씹는 맛이 월등했다. 특히 와사비를 곁들여 먹으니... 크아~~~ 모두 소뮈르 상피니와 찰떡궁합. 매일 이렇게 먹고 마시고 싶다. 와인 또한 마음에 드는 스타일인데, 솔직히 말하면 오크향이 살짝만 곁들여졌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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