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깔끔한 화이트, 페우디 디 산 그레고리오 라크리마 크리스티 비안코(Feudi di San Gregorio Lacryma Christi Bianco).
페우디 디 산 그레고리오 특유의 비잔틴 타일 문양 레이블은 완벽한 취향 저격. 구매 이유의 8할은 이 레이블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품질도 좋고 맛도 있다. 하지만 뭔가 모르게 임팩트가 딸리는 것도 사실. 마실 땐 그럭저럭 맛있는데 마시고 난 후엔 생각이 잘 안 난달까. 뭔가 개성이 좀 부족하다고 해야 할지... 혹은 풍미의 밀도와 구조감이 좀 부족한 것인지.
과연 라크리마 크리스티는 어떨까.
풀 네임은 라크리마 크리스티 델 베수비오(Lacryma Christi del Vesuvio)로 베수비오 DOC에 포함된다. 베수비오는 나폴리 부근의 유명한 화산으로 그 영향을 받은 화산토 덕분에 포도 재배에 아주 적합하다. 그래서 베수비오 DOC는 화이트, 레드, 로제, 스파클링이 모두 생산한다. 화이트 생산 규정은 카프레토네(Caprettone) and/or 코다 디 볼페(Coda di Volpe) 최소 45%, 팔랑기나(Falanghina) and/or 그레코(Greco)를 최대 35% 블렌딩 할 수 있다. 이외에 허용된 화이트 품종을 최대 20%까지 섞을 수 있다. 그러니까 앞에 두 품종은 단독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얘긴데, 외려 보조 품종인 팔랑기나 혹은 그레코보다 훨씬 낯설다. 원래 카프레토네는 코다 디 볼페의 클론으로 여겨졌는데 20세기 DNA 분석을 통해 별도 품종임이 밝혀졌다고. 둘 다 캄파니아의 토착 품종으로 주로 블렌딩용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품종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DOC 이름이다. 번역하면 '베수비오 화산에 떨어진 예수님의 눈물(tears of Chirist on Vesuvio)이다. 예수님의 눈물이라니, 당연히 뭔가 스토리가 있을 것 같다. 손진호 교수님이 기고한 아티클에 따르면, 루시퍼가 천국에서 쫓겨날 때 천국의 일부를 떼어 훔쳐서 땅으로 내던졌는데 그것이 지금의 나폴리 만이 되었다고 한다. 땅으로 쫓겨 난 루시퍼는 베수비오 산 자락에 내려와 폼페이 사람들을 타락시켰는데, 그들의 타락을 보다 못한 하느님이 불덩이를 내려 그곳의 모든 것을 쓸어 버렸다. 벌을 내리면서도 하느님은 인간과 도시들이 죽고 불타는 것을 보고 슬피 여겨 눈물을 흘렸는데, 이 눈물이 떨어진 베수비오 산기슭에서 포도나무가 자랐다는 것. 그야말로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기인데, 어쨌거나 기독교 사회에 '예수님'이 붙은 와인이니 제법 괜찮은 와인이지 않을까.
Feudi di San Gregorio, Lacryma Christi del Vesuvio Bianco 2018
페우디 디 산 그레고리오, 라크리마 크리스티 델 베수비오 비안코 2018
락희옥 서초교대점에서 마셨는데 역시나 사진은 찍지 않았다-_-;;; 은근한 옐로 컬러에 예상보다 화사하게 드러나는 노란 꽃과 핵과, 시트러스 필 아로마. 약간의 미네랄리티를 동반한 산미와 부드러운 질감 또한 좋다. 술술 넘어가는 미디엄 바디의 와인. 생각대로 락희옥의 성게알과 문어 숙회와 아주 잘 어울렸다.
코다 디 볼페와 팔랑기나만 사용해 양조했으며,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5개월동안 짧게 숙성해 과일 풍미를 온전히 살렸다. 시원하고 가벼운 음식에 곁들인 여름용 와인으로 딱이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