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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칵테일·홈텐딩

여름용 칵테일 준 벅(June Bug), 그리고 그 재료들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2. 6. 17.

5월 말쯤인가 갑자기 떠오른 칵테일, 준 벅(June Bug). 대학생 때 칵테일 바에 가면 종종 즐기던 칵테일이다. 달달한 과일맛이 마음에 들었던 데다 알코올 도수도 낮아 알쓰인 나도 쉽게 마실 수 있었으니까.

 

  "Junebug skipping like a stone~♬"

인생 최애 곡 중 하나인 Smashing Pumpkins의 '1979' 초반 가사에도 준 벅이 등장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준 벅은 칵테일이 아니라 진짜 벌레일 가능성이 높지만^^;;

 

구글 검색을 하니 나름 귀여운 풍뎅이들이 나온다. 컬러의 느낌이 주재료인 미도리랑 상당히 비슷하다. 하긴, 미도리(みどり, 緑)라는 이름부터 녹색이란 뜻이니까. 

 

하지만 준 벅은 미도리를 포함해 사용하는 재료가 많다.

 

일단 핵심 재료인 미도리(Midori). 멜론 리큐르(Melon Liqueur)의 대표주자다. 일본을 대표하는 리큐르 중 하나이기도 하고. 산토리에서 1978년 출시했는데, 현재는 미국 켄터키에서 만들고 있는 게 흥미롭다. 빔 산토리 소유라서 그런가 ㅋ

 

백 레이블에도 '원산지: USA'가 명확히 적혀있다. 주소도 Georgetown Road Frankfort KY(Kentucky). 알코올 20%. 원재료는 정제수, 설탕, 주정 멜론주스농축액, 합성향료(멜론향), 포도 브랜디, 착색료. 다른 멜론 리큐르보다 풍미가 진하고 질감 또한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마도 멜론 주스 농축액의 함량과 포도 브랜디 사용 덕이 아닐까. 디카이퍼 멜론을 보면 멜론 증류액만 0.7% 사용하고 포도 브랜디는 사용하지 않는다.

구하기 어려운 리큐르는 아닌데, 웬일인지 최근 모든 거래처에서 품절 사태가 났었다. 5월에 'ㅈㄹ학개론'이라는 인기 유튜브 채널에서 미도리를 다룬 적이 있길래 그것 때문인가 했는데, 그전부터 이미 쇼트였던 듯. 칵테일 업장에서 동네 리커 샵을 수소문해서 미도리를 사 갔을 정도라니 알 만 하다. 게다가 수입물량도 7월이나 돼야 도착한다니... 절망적인 상황. 준 벅 마시려고 미도리 사는 건데 7월에 들어온 걸 사서 만들면 줄라이 벅인가;;;  볼드나 디카이퍼 같은 데서 만드는 멜론 리큐르를 사 볼까 했지만 그마저 품절인 경우가 많았다. 솔직히는 이왕이면 미도리를 사고 싶어서 보이는 걸 거르기도 했고.

그런데 미도리를 찾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마트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재고 보유 지점이 있는지 문의했는데, 자양점에 재고가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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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마트로 달려가 구석탱이에 찌그러져 있던 미도리를 발견했을 때의 그 감격이란...ㅋㅋㅋ 이로써 준벅 만들 준비가 끝났다.

 

미도리는 준 벅 외에 미도리 사워(Midori Sour), 도쿄 아이스티(Tokyo Ice Tea), 재패니즈 슬리퍼(Japanese Slipper) 쓰레빠? 쪼리? 나막신? 등에 사용한다. 요기까지가 그나마 이름이 좀 알려진 칵테일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이외에 위 영상에서 소개하는 다른 칵테일들도 시도해 볼 만하다. 물론 미도리를 사용한 숏 칵테일은 악명(?!)이 높기 때문에 롱 드링크 중심으로 소비하는 게 좋을 듯. 그린 멕시칸(Green Mexican) 같은 것도 롱 드링크로 트위스트 해서 시도해 볼까.

 

다음은 코코넛 럼(Coconut Rum).

 

보통은 그냥 말리부(Malibu)를 사용하지만 왠지 좀 아쉽던 찰나에 와인앤모어 6월 프로모션에서 요걸 발견했다. 그런데 사고 나서 더 싸게 파는 곳을 발견한 건 함정... 킹받네!! 검색을 생활화해야겠다;;;

 

데드 맨스 핑거스 코코넛 럼(Dead Man's Fingers Coconut Rum) 리큐르.

 

2년 숙성한 럼을 사용해 풍미를 높였다고 한다. 파인애플 주스나 진저 에일, 콜라 등과 섞어 마시면 딱 좋다고.

 

원재료는 럼 원액, 정제수, 설탕, 코코넛 향 천연향료. 알코올 37.5%. 제조국은 흥미롭게도 영국이다 ㅎㅎ

 

Cornish Soul이라니... 코니시는 영국 남서부 콘월(Cornwall)의 형용사형이니까 양조장도 거기 있다는 얘기겠네.

 

DMF를 보니 IMF가 떠오르는 나는야 고인물....

 

요 코코넛 럼은 말리부 대용으로 활용하면 무리가 없을 듯. 알코올 도수가 더 높은 만큼 풍미의 밀도가 더 높겠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콜라, 오렌지 주스, 파인애플 주스, 우유 등과 각각 1:3 비율로 섞는 거다. 뭣보다 여름에 잘 어울리는 이미지니까 쌀쌀해지기 전에 열심히 활용해야지. 위 영상에 소개된 것 중에는 BMW랑 블루 하와이안(Blue Hawaiian)을 옐로 하와이안(?!)으로 바꿔서 시도해 볼 만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바나나 리큐르(Banana Liqueur). 홈텐더 입장에서는 세상 쓸모없는 리큐르 중 하나로 악명이 높다. 준 벅 말고는 거의 사용하는 레시피가 없어 애물단지 전락이 거의 확실시된다. 그래도 준 벅 한 잔 말아 보겠다는 일념으로 구입.

 

드카이퍼(DeKuyper)의 바나나 리큐르. 사실 거의 눈에 보이는 걸 샀다.

 

원재료는 정제수, 설탕, 주정, 바나나향 천연향료 0.4%, 바나나 증류액 0.3%. 알코올 15%. 

 

그래서인지 백 레이블에 이런저런 레시피들이 나온다. 바나나 다이키리(Banana Daiquiri)는 블렌더를 사용해야 하니 생략. 물론 클래식 다이키리에 바나나 리큐르를 넣는 식으로 트위스트 해 볼 수도 있겠지만 왠지 맛이 없을 것 같다. 그 외에 럼 러너(Rum Runner)는 블랙베리 리커랑 그레나딘 시럽이 필요해서 어려울 것 같고, 옐로 서브마린(Yellow Submarine)은 재료가 다 있으니 시도해 볼 만은 하다.

하지만 검색하다가 가장 땡겼던 것은 우유에 넣으면 어른을 위한 바나나 우유가 된다는 것. 그나마 그게 젤 잼난 소비 방법이 아닐까. 그리고 코코넛 럼이나 일반 럼을 이용한 칵테일에 적당히 섞어 마셔도 괜찮을 듯.

 

이외에 주요 재료 중 하나인 스위트 & 사워 믹스(Sweet & Sour Mix). 보통 분말이나 액상으로 된 것을 사서 쓰지만 굳이 살 필요는 없다. 홈텐더라면 대체로 가지고 있는 재료로 만들어 쓸 수 있으니까. 말 그대로 신맛과 단맛의 조합이기 때문에 새콤한 시트러스 주스와 당분을 섞으면 된다. 일반적으로는 레몬, 라임, 설탕(혹은 시럽)을 같은 양으로 섞어 쓴다.

 

그리고 파인애플 주스. 환원 과즙으로 100%이긴 한데 파인애플 말고 망고 과즙도 들어있다 ㅋ

 

레시피는 오랜만에 조주기능사 시험용을 참고했다. 셰이커에 미도리 30ml, 코코넛 럼 15ml, 바나나 리큐르 15ml, 파인애플 주스 60ml, 스위트 & 사워 믹스 60ml를 넣고 셰이킹 한 후 얼음을 채운 콜린스 글라스에 따르면 완성. 나는 스위트 & 사워 믹스 대신 레몬 주스, 라임 주스, 슈가 케인 시럽을 각 20ml씩 넣어 줬다.

원래 이 레시피는 TGIF에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도 한국 지점(부산)에서 만들었다는 설이 있는데, 확실치는 않다.

 

 

June Bug Cocktail Recipe

to make a june bug use melon liqueur, crème de banane liqueur, coconut rum liqueur (35-40% alc./vol.), pineapple juice (fresh pressed), lime juice (freshly squeezed)

www.diffordsguide.com

해외 사이트의 레시피들도 거의 유사한데, 스위트 & 사워 믹스 대신 간단히 레몬이나 라임 주스만 넣는 경우가 많다. 위 디포즈가이드(diffordsguide.com)처럼 미도리의 비율을 절반으로 낮춘 것이 특이하다.

 

오랜만에 셰이커 등장.

 

새 보틀들도 오픈. 저 이미지는 술 마시고 꽐라된 내 모습인가;;; 코코넛 럼은 확실히 여는 순간 고소하고 향긋한 코코넛 과육의 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미도리는 멜론 향과 함께 뭔가 수박이나 참외 같은 풍미도 드러나는 듯. 메로나 같다는 얘기도 있는데 비슷한 듯하면서도 좀 다르다. 바나나 리큐르는 직접적인 바나나향보다는 뭔가 화장품 같은 뉘앙스가 더 강하게 드러난다. 그래도 바나나 같은 느낌은 확실히 있다. 

 

셰이커에 재료들을 넣으니 높이로 1/4 가까이 차는 것 같다. 상당히 많은 양. 조주기능사 실기 때는 얼음을 먼저 채우는 게 기본이지만, 바텐딩 동영상을 보면 얼음을 나중에 채우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재료를 넣는 과정에서 얼음이 녹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것 아닐까 싶다.

 

열심히 셰이킹을 한 후 냉동실에 얼려 놓은 노닉 파인트를 꺼내 얼음을 담았다. 집에 콜린스 글라스가 없어서 그나마 큼직한 글라스를 고른 게 바로 요거.

 

글라스가 제법 큰데도 거의 상단까지 가득 찬다. 재료가 정말 많긴 많다.

 

반짝이는 연둣빛에 화사하게 피어나는 열대과일 향이 싱그러운 첫인상을 선사한다. 원래는 체리 가니시를 할까 했는데 컬러감이 넘나 좋아서 그냥 생략.

 

마셔 보니, 아니 마시기도 전에 여름 향기 풀풀이다. 멜론, 파인애플, 망고 등 열대 과일 풍미에 가벼운 코코넛 힌트, 그리고 새콤하게 입맛을 돋우는 시트러스 산미와 달콤하면서도 깔끔하게 떨어지는 피니시까지. 그냥 음료수처럼 꿀꺽꿀꺽 넘어간다. 와... 이건 정말 여름 내내 달고 살 듯. 20여 년 전의 추억 소환은 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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