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에서 파스타에 와인 한 잔.
파스타는 일반 스파게티보다 살짝 가는 스파게티니 면 끓여서 위크위크의 트러플 명란 페스토를 섞어 간단히 완성했다. 이 정도면 거의 라면 수준.
물론 베제카 올리브유로 베이스를 깔고 각종 후추와 허브도 살짝 섞어줬지만 ㅋㅋㅋㅋ
어쨌거나 다른 재료를 준비할 필요가 없어서 간편한데 맛도 상당히 좋아서 종종 애용할 듯싶다. 문제는 비린 걸 싫어하는 둘째;;;;
곁들인 와인은 루아르(Loire) 화이트. 사실 장맛비로 눅눅하고 으슬으슬해서 레드 와인이 당겼는데 명란 페스토에 레드를 곁들일 패기는 아직 없었다.
가데 페레 에 피스, 페닌술라 비에이으 비뉴 뮈스카데 세브르 에 멘느 쉬르 리(Gadais Pere & Fils, Peninsula Vieilles Vignes Muscadet Sevre et Maine Sur Lie). 이름 참 길다. 그래서 와이너리에서도 '페닌술라'라는 이름을 붙여 놓은 것이겠지만, 붙어있는 정보를 신경 쓰지 않을 한국인이 아니니까 ㅎㅎㅎ
하나하나 풀이해 보면 뮈스까데(Muscadet)는 품종 이름...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그냥 와인의 이름이라고 보는 게 맞다. 혹은 이 와인이 생산되는 AOP이름이거나. 심지어 모스카토(Moscato)랑 같은 품종인 뮈스카(Muscat)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전혀 관계없다. 품종 이름은 믈롱 드 부르고뉴(Melon de Bourgogne). 쉽게 알 수 있듯이 부르고뉴에서 유래한 품종이지만 현재 부르고뉴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오히려 루아르 강 하류의 진흙에 잘 적응해 대표 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서늘한 기후에 대한 적응력도 좋았을 뿐만 아니라 서리도 잘 견디기 때문에 이 지역과 잘 맞았던 것. 곰팡이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싱그러운 신맛과 시트러스 계열의 풍미가 매력적인 품종이다. 생산지를 봐도 풍미를 봐도 해산물과 곁들이기 딱 좋은 와인일 수밖에 없다.
'뮈스카데'를 생산하는 AOP는 총 4개인데,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요 와인을 생산하는 뮈스카데 세브르 에 멘느(Muscadet-Sèvre et Maine)다. 생산량의 80% 정도를 점유할 정도로 대세다. 나머지는 뮈스카데 코토 드 라 루아르(Muscadet-Coteaux de la Loire), 뮈스카데 코드 드 그랑디유(Muscadet-Côtes de Grandlieu)이고, 그냥 뮈스까데는 위 3개 AOP 생산지역을 포함한 전체를 포괄하는 AOP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쉬르 리(Sur Lie)는 무엇인가? 뮈스카데는 가볍고 싱그러운 와인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풍미가 약하고 중성적이며 구조감이 약한 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숙성 시 효모 잔여물과 함께 숙성함으로써 구조감과 함께 구수하고 복합적인 풍미를 더해주는데 이것이 바로 '쉬르 리'다. 질감 또한 상당히 좋아져 고급스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 루아르 와인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는 위 아티클 참고.
도멘 가데(Domaine Gadais)는 1952년 루이 가데(Louis Gadeis)가 설립해 5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 오고 있는 와이너리다. 뒤에 붙어 있는 'Père et Fils'가 바로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뜻. 뮈스카데와 상세르(Sancerre)를 생산하는데, 뮈스카데의 경우 수령 40~90년의 올드 바인을 중심으로 가성비 좋은 와인들을 생산한다.
페닌술라(Peninsula) 퀴베는 50년 이상 수령의 고목에서 수확한 믈롱으로 양조해 효모 잔여물과 함께 14개월 숙성해 출시한다. 아마도 포도밭이 강가의 반도 같은 지형에 있는 듯. 출시 후 5-10년이 생산자의 추천 음용 기간. 2018이니까 조금 빨리 연 셈인가 ㅎㅎㅎ
Domaine Gadais Pere & Fils, Peninsula Vieilles Vignes Muscadet Sevre et Maine Sur Lie 2018
도멘 가데 페레 에 피스, 페닌술라 비에이으 비뉴 뮈스카데 세브르 에 멘느 쉬르 리 2018
은은한 연둣빛이 감도는 페일 옐로 컬러. 상큼한 시트러스와 청사과 향이 향긋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정말 '짜다' 싶을 정도의 세이버리 한 미네랄에 아삭한 자두 같은 핵과 풍미, 크리미 한 이스트 뉘앙스와 은은한 허브 힌트가 곁들여진다. 미디엄 정도의 바디에 깔끔하지만 뮈스카데 치고는 심심하지 않은 풍미가 인상적이다. 12%의 알코올 또한 부담 없고.
명란이랑은 처음엔 살짝 부딪치나 싶었는데 이내 잘 어우러지는 느낌. 바질 페스토를 얹은 부라타 치즈 샐러드와도 아주 잘 어울렸다. 반 병만 마시려 했는데 마시다 보니 2/3병 이상 마신 듯.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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