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WS, Smoke Galore! (Cask No: 29.287)

감사한 분의 호의로 맛보게 된 귀한 보틀.

 

일종의 독립병입자라고 할 수 있는 SMWS의 보틀이다. SMWS는 the Scotch Malt Whisky Society의 이니셜이다. 1983년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를 여행한 애호가들이 시작했는데, 위스키를 오크통으로 사와 맛을 보고는 그 뛰어난 품질에 놀랐고, 증류소에서 직접 오크통을 구입한 후 병입하여 멤버십에 가입한 사람들끼리 즐기는 형태를 만들어냈다. 

 

The Scotch Malt Whisky Society | SMWS

스코틀랜드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150여 개 증류소에서 위스키를 구입하며, 스코틀랜드 외에 미국, 아일랜드, 일본 등 27개 국에 지부가 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멤버십에 가입해야만 보틀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 지부가 없는 게 아쉬울 뿐...ㅠㅠ 

그런데 대만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의 경우 SMWS 보틀을 시중 보틀샵에서 파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아마도 멤버들이 재판매를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어쨌거나 우리나라도 최근 위스키 붐이 불고 있으니 SMWS 지부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SMWS의 특별한 점은 레이블에 증류소를 표시하지 않는다는 것. 처음에는 편견 없이 맛보라는 배려(?)였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힌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증류소 별로 고유 번호를 매겨서 레이블에 적어두었기 때문. 캐스크 넘버의 소수점 앞자리 번호가 바로 증류소 고유 번호다.

 

예를 들어 위 보틀의 캐스크 넘버는 29.287인데, 소수점 앞자리인 29번은 바로 라프로익(Laphroaig).

Scotch Malt Whisky Society (SMWS) Bottle Codes

요렇게 친절하게 증류소 넘버를 정리해 둔 포스팅도 있으니 참고.

 

증류 년월일은 2010년 1월 29일. 당연히 아일라(Islay) 지역이고 세컨드 필 버번 배럴(2nd fill ex-Bourbo barrel)에서 11년 숙성했다. 알코올은 59.1%로 제법 세다. 

SMWS, Smoke Galore! (Cask No: 29.287)

반짝이는 골드 컬러에 약간의 앰버 뉘앙스가 감도는 듯. 솔잎을 태우는 듯 부드럽고 고혹적인 스모키함. 특유의 피트 스모크가 풍성한데도 불구하고 독하거나 찝찔하지 않아 상당히 편안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잘 익은 복숭아, 자두 사탕 등 달콤한 과일 향이 뒤를 받치니 더욱 부담이 줄어든다. 59.1%라는 높은 도수가 무색하게 술술 넘어간다. 복잡하지 않고 깔끔한 피니시는 덤. 이름이 '풍성한 연기'라서 내심 걱정했는데 핏찔이도 충분히 마실 만한 아일라다.

레이블에 짤막하게 적힌 공식 테이스팅 노트는 소나무로 훈제한 랍상소총 티, 훈제 사슴고기, 랍스터 살, 중동식 칠리소스인 하리싸 소스, 그리고 홍합. 홍합, 랍스터 살-_- 같은 건 솔까 못 느꼈지만서도... 저 고혹적이면서도 풍성한 스모키함을 랍상소총 티로 표현한 건 정말 배우고 싶다.

 

어쨌거나 중국산 해바라기 씨 까먹으며 홀짝이니 금세 한 잔이 비워지더라능. 맛있었다.

 

The Scotch Malt Whisky Society: 위스키라이브서울 theme 2.

갑자기 오래전에 테이스팅 했던 SMWS의 위스키들이 떠오른다. 언젠간 나도 SMWS 멤버로 가입할 수 있겠지? 그리고 빼앗긴 카페도 조만간 다시 찾을 수 있기를...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