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동북부 지역인 베네치아 줄리아(Venezia Giulia)에서 만드는 내추럴 와인, 지다리치(Zidarich). 이산화황을 조금 첨가하긴 하지만 내추럴 스타일을 지향하는 와인이라고 보면 되겠다.
지다리치는 트리에스테(Trieste)의 프레포토(Prepotto) 마을에 자리 잡은 와이너리다. 동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슬로베니아가 나오는, 문화적으로는 거의 그쪽에 가까운 지역. 와이너리와 포도밭은 석회암 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세월에 풍화된 석회석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때문에 미네랄리티가 충만한 와인을 생산한다고. 내추럴 와이너리이므로 당연한 얘기지만 떼루아에서 최상의 품질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데, 테루아를 잘 드러내기 위해 토착 품종 재배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또한 와이너리에서의 인간의 노력과 자연이 어우러져야 최고의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기에, 그리고 지역의 전통을 존중하며 와인을 만든다.
그런데 아쉽게도 한국 수입이 중단된다고. 지다리치 와인을 넘나 사랑하는 지인이 이 와인이 다시 수입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이 두 와인을 내놓았다. 덕분에 호강...
Zidarich, Vitovska 2017 Venezia-Giulia
반짝이는 앰버 골드 컬러. 오렌지 와인인데 전혀 탁하지 않다. 코를 대기도 전에 인동덩굴 같은 향긋한 꽃향기와 모과 같은 고혹적인 과일 풍미, 상큼한 오렌지 껍질 등 다양한 향기가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드라이한 미감, 산미는 초반엔 강한 것 같지만 나중엔 부담스럽지 않고 산뜻하게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 온도가 좀 오르니 영롱한 미네랄리티와 함께 잘 익은 살구 풍미가 아름답게 살아난다. 아주 가벼운 유질감에 미디엄(풀) 정도의 바디감 또한 딱 마음에 든다.
바로 마셔도 나쁘지 않지만 숙성 잠재력도 어느 정도 있어 보이는, 매력적인 오렌지 와인.
사용한 품종은 비토브스카(Vitovska). 지역의 토착 품종인데 옆동네 슬로베니아에서는 Vitovska Grganja 혹은 Garganja라고 부른다. 이거 어떻게 읽어야 할지... 신선하고 깔끔한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품종이라고.
Zidarich, Teran(Terrano) 2018 Venezia-Giulia
바닥이 비치기 직전의 밀도 낮은 선홍색에 보랏빛이 살짝 감돈다. 향만 맡았는데도 산미가 느껴지는 듯한 기분. 붉은 자두 풍미와 함께 블루베리, 블랙베리, 검은 체리(리큐르) 같은 뉘앙스가 살짝 감도는데 왠지 '체리 주빌레'가 떠올랐다. 포도 본연의 풍미 같은 싱그러움을 유지하고 있으며, 타닌은 가볍고 깔끔한 신맛과 가벼운 쌉쌀함이 피니시까지 이어진다. 쉽게 술술 마실 수 있는 스타일의 레드 와인.
전면 레이블의 테란(Teran), 후면 레이블의 테라노(Terrano)는 같은 품종인데 레포스코(Refosco) 품종의 지역 방언이다. 베네치아 부근의 토착 품종으로 진한 검보랏빛 컬러에 타닌이 많아 살짝 쌉쌀한 여운을 남긴다. 바이올렛 향과 자두, 커런트, 각종 베리 풍미가 풍부한 품종으로 샤퀴테리 등 가벼운 육류와 잘 어울린다고. 어쩐지 마실 때부터 '세스크 멘슬' 같은 샤퀴테리 음식점이 떠오르더라니.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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