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진(Sloe Gin)으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찾다가 찾아낸 앨라배마 슬래머(Alabama Slammer). 1970년대 앨라배마 대학에서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는데, 정확한 기원은 불분명한 것 같다. 게다가 슬래머는 보통 샷잔에 따라 털어 넣는 음료나 칵테일에 붙는데, 롱 드링크 칵테일에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20세기 말 미국 대학가에서 제법 인기를 끌었던 듯. 최근 인기는 사그라들었지만 나름 그 세대의 추억이 깃든 음료라 그런지 아직 즐기는 사람이 없지 않은 칵테일인 듯.
다양한 레시피가 존재하지만 보통 리커닷컴(liquor.com)처럼 소코(SoCo)라고 줄여 부르는 위스키 베이스의 리큐르 서던 컴포트(Southern Comfort)와 아마레토(Amaretto), 슬로 진을 각 1온스씩 사용하고, 여기에 오렌지 주스를 2온스 정도 더해 셰이킹 한다. 하지만 난 소코도 없고, 저 레시피대로 만들면 단맛이 너무 도드라진다는 의견이 많아서 아래 레시피를 참고했다.
소코 대신 버번을 쓰고, 오렌지 주스를 1온스 더 얹어서 3온스를 사용하는 레시피인데, 나는 버번도 다시 콘 위스키로 바꿨다.
그래서 최종 레시피는 콘 위스키, 슬로 진, 아마레토(디사론노) 각 30ml에 오렌지 주스 90ml를 셰이킹. 얼음을 가득 채운 하이볼 글라스에 따른 후 체리로 장식. 원래 가니시는 오렌지 웨지를 사용하거나 오렌지 웨지 & 체리를 쓰는데, 난 룩사르도 체리만 가지고 있으니까...^^;;;
셰이커 준비. 재료의 양이 많아서 재료를 다 넣으면 절반 이상 찬다.
셰이킹 한 내용물을 따르니 잔이 가득 찬다. 330ml가 아닌 470ml 잔을 사용하길 잘한 듯.
체리는 가니시 픽 없이 그냥 위에 빠뜨렸다. 주스도 듬뿍 묻은 걸 닦지 않고 그대로 넣었는데, 마지막에 체리 주스 풍미가 살짝 드러나는 게 더 마음에 들었다.
컬러는 탁한 것이 그닥 마음에 안든다. 첫 모금 또한 뭔가 명료하지 않는 것이 살짝 애매하다. 하지만 마시다 보니 아마레토의 스파이스와 슬로 진의 과일 풍미가 오렌지 주스와 절묘한 밸런스를 이루는 것 같다. 오렌지 주스를 쓰는 칵테일은 오렌지 주스 풍미가 튀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그렇지 않다. 알코올 또한 뒤에 숨어서 음료수 같은데 그렇다고 심심하지는 않으며, 단맛 또한 강하지 않다. 서던 컴포트를 콘 위스키(혹은 버번)로 바꾼 건 신의 한수인 듯.
오렌지 주스가 생겼을 때 만들어 볼 만한 칵테일이다. 꼭 여름이 아니어도 괜찮을 듯.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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