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맞아 여수에 간 김에 들른 순천 양조장. 직접 양조한 크래프트 비어를 판매하는 곳이다.
순천역에서 멀지 않아 여행객들이 많이 들를 듯. 풍미통닭과 곁들여 먹을 맥주를 사려다가 근처에 있는 걸 발견하고 구입하게 되었다.
매장 입구에 들어서니 맥주 메뉴판보다 수제 버거 메뉴판이 먼저 눈에 띈다. 그래, 크래프트 비어 안주로 버거를 많이 팔긴 하지...
그리고 그 앞에 맥주와 기타 음식 메뉴가 붙어 있다. 리스트가 자주 바뀌는 것 같진 않던데, 맥주 메뉴판도 좀 더 눈에 띄게 바꿔 보는 게 어떨까... 라고 당시엔 생각했었지만 맥주를 마시고 나서는 어째도 상관없겠다 싶었다;;;
카운터 왼쪽에는 맥주캔 자판기가 있다.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를 직접 캔입해 놓은 것. 테이크 아웃을 원하는 고객은 굳이 카운터에서 계산할 필요 없이 여기서 직접 구매하면 된다.
맥주 이름은 순천 지역 명소나 명물 이름을 따서 지었다. 맥주 가격은 현장에서 마시는 것과 캔의 가격이 동일하다. 솔드 아웃된 맥주 1종을 제외하고 6종의 맥주를 구매.
매장 전경. 2~3층에도 자리가 있는 것 같았다.
풍미통닭에서 미리 주문해 둔 시골통닭과 후라이드를 픽업해서 집으로 와서 한 종류씩 맛을 봤다. 떼샷을 찍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나중엔 안 아쉬웠다(?!).
낙안읍성. 아마도 밀맥주로 보인다. 사진을 안 찍었는데 가벼운 바디감에 크리미 한 질감, 향긋한 바나나 풍미에 스위트 스파이스 뉘앙스가 더해져 제법 맛있게 마셨다. 6개 맥주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맛있게 마신...
와온. 레드 에일인데 컬러가 탁한 고동색이다. 뭔가 찐득하고 텁텁한 것이 어떤 스타일을 지향한 건지 잘 모르겠다. 묵직하면서 부드럽고 진한 것도 아니고, 깔끔하고 개운한 것도 아니다. 그저 발효과 덜 되어 탁하고 뭉툭한 느낌.
흑두루미 스타우트. 이건 사진도 못 찍었네. 스모키함이 지나쳐 탄 누룽지 같은 맛이다. 이걸 에스프레소와 다크 초콜릿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도 별로였지만, 함께 먹은 사람들의 평가도 대동소이했다. 치킨을 다 먹을 동안 맥주가 잘 넘어가질 않아서 세 캔밖에 비우지 못했다. 솔직히 지역의 마이크로 브루어리를 이렇게 혹평하고 싶진 않지만, 그만큼 실망감이 컸달까.
다음 날 남은 맥주를 다시 트라이.
마와 배, 당근, 애호박, 양배추, 버섯, 숙주 등을 버무린 야채무침과,
반건조 민어조기를 곁들여 한 잔.
하지만 평가는 역시나. Hazy IPA인 순천특별시는 뉴잉IPA스러운 탁하고 옅은 컬러와 향긋한 열대과일 같은 홉향과 쌉쌀함은 그럭저럭 살려냈지만 미드 팰럿이 텅 빈 느낌. 피니시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하, 정말...
순천만은 짙고 탁한 앰버 컬러인데, 과연 이걸 Session IPA라고 해도 되는 건지. 둔탁하고 텁텁하고... IPA다운 풍미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역시 이날도 여기까지.
마지막 남은 대마. 이건 집에 돌아와서 마셨다.
대마씨라고 하는 햄프씨드 오일을 사용했다. 뒤에 포레스트 그린 천연색소를 사기 전에 봤어야 했는데... 구매할 때 직원분에게 어떤 스타일이냐고 물어봤는데 직원도 모른다고...-_-;;; 그때 포기했어야 했는데 궁금해서 샀던 게 패착.
우즈벡 스타일 빵과 함께 먹었는데...
일단 컬러부터 슈렉 목욕탕 물이다. 식욕이 싸악 가시는 색. 그래도 향과 맛이 좋으면 충분히 감내할 만하겠지만... 이 양조장의 일관적인 특징은 지향하는 바가 뭔지 하나같이 모르겠다는 점인 것 같다. 낙안읍성, 최대한 양해해서 순천특별시를 제외하면 나머진 정말... 말잇못. '개취가 아니다'라고 치부하기엔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이는 품질이다. 이런 맥주들은 누가 마셔도 맛있기 힘들지 않을까.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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