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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위스키·브랜디·리큐르·기타증류주

테루아를 강조한 아일리시 싱글 몰트 위스키, 워터포드(Waterford) 시음회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2. 12. 4.

워터포드 디스틸러리(Waterford Distillery)의 대표 마크 레이니에(Mark Reynier) 씨가 한국을 방문한 기념으로 열린 워터포드(Waterford) 마스터클래스. 워터포드는 2014년 설립한 신생 증류소인 데다, 만드는 위스키 또한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아이리시 싱글 몰트 위스키(Irish Single Malt Whiskey) 카테고리다. 

완전히 새로운 증류소의 완전히 새로운 위스키랄까. 게다가 이 위스키에는 여러 가지 주목할 만한 포인트가 있다. 상당히 긴 이야기이므로, 지금부터 천천히 풀어갈 예정. 마크 레이니 씨는 2시간이 부족했을 정도로 쉴 새 없이 설명에 설명을 거듭했다. 정말 위스키계의 박찬호인 줄...

 

시음회 장소는 가로수길에 위치한 빌라레코드.

 

계단을 타고 내려가다 보면,

 

요렇게 귀여운 간판이 보인다.

 

지하이지만 입구까지도 자연광을 느끼며 내려갈 수 있어 아주 좋았다.

 

거의 정시에 도착해서 급하게 자리에 앉았는데, 예쁘게 시음주들이 세팅되어 있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과하지 않게 차려진 안주. 어떤 분인 위스키보다 이 안주가 더 인상적이었다고 ㅋㅋㅋㅋ 올리브 대존맛!

 

내부 분위기도 매우 훌륭했다. 특히 조명을 아주 잘 쓰신 듯. 아주 어둡지 않으면서도 바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셨다.

 

동선이 맞는 곳에 있다면 종종 들르고 싶은 분위기랄까.

 

바 가운데 전시돼 있었던 워터포드 위스키들. 그중 '헌터', '피티드'는 아직 국내 미출시 제품이다. 시음회 반응에 따라 출시 여부를 결정하려는 의도도 있으셨던 듯. 다들 피트는 '그나마' 괜찮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 걸 들어서 수입이 될지도 모르겠다.

  • 훅 헤드 1.1 (Hook Head 1.1)
  • 헤리티지 헌터 1.1 (Heritage Hunter 1.1)
  • 바이오다이내믹 루나 1.1 (Biodynamic Luna 1.1)
  • 더 퀴베 (The Cuvee)
  • 싱글 팜 피티드 발리바논 47ppm 1.1 (Single Farm Peated Ballybannon 47ppm 1.1)

시음기는 마스터클래스 내용 소개 이후 가장 아래쪽에.

 

왼쪽이 증류소 대표 마크 레이니예 씨. 오른쪽은 코리아 버번 클럽의 운영자라고 들었는데(이름 까먹음;;;) 통역으로 수고해 주셨다.

마크 레이니예 씨는 와인 업계에서 20년의 경력을 쌓은 후 2000년 재오픈한 브룩라디(Bruichraddich) 증류소의 대표가 되었다. 이후 14년 동안 브룩라디의 기틀을 다진 후 2014년 아일랜드로 넘어와 아일랜드 보리만을 사용해 떼루아를 강조하는 워터포드 증류소를 세웠다. 

 

마크 씨는 오랜 와인 업계 경력에서 영감을 받아 떼루아를 강조하는 위스키를 만들게 되었다. “one farm, one place, one spirit”이라는 모토로 하나의 농장에서 나온 보리는 하나의 스피릿으로 만들어 각 제품이 어떠한 떼루아를 가지고 있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리고 보리 수확 직후부터 모든 과정들을 워터포드 증류소가 직접 관리하며 위스키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그는 상당히 자신감에 찬 기인으로 보였다. 말이 워낙 많았던 데다 위스키계의 찬호박 통역하신 외국 분도 한국어에 완전 능통한 편은 아니어서, 거의 마크 씨의 말을 그대로 들으며 급하게 적었던 터라 정리하는 게 쉽지 않았다. 간단히(?) 정리한다고 한 내용이... 아래와 같다.

마크 씨는 '경력의 반 정도는 부르고뉴(Bourgogne)의 테루아와 친하게 지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테루아를 살릴 수 있는 오가닉, 바이오다이내믹 농법과 발효기술을 익혔다고 한다. 또한 이는 농지가 화학약품으로 찌들기 전 옛날의 유기농 원칙을 살리는 것이라는, 와인 쪽에서는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했다.

실제 테루아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한 1980~90년대는 영국에서 싱글 몰트 위스키가 각광받기 시작한 시절과 유사하다고 한다. 처음에는 독립 병입자들이 배럴을 사서 병입하기 시작한 것이 대중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다 보니 업계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본인도 (1960년대?) 독립 병입 회사를 인수해서 판매하기도 했었는데, 인기가 많아 상당히 빨리 솔드 아웃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위스키 업계로 본격 뛰어들어 10년 이상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가 2000년에 드디어 매물로 나온 브룩라디를 구입하게 된 것이라고. 낡은 증류소를 오랜 기간 리노베이션을 하고 자신의 철학을 담아 본격적으로 위스키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아일라 섬에서 직접 재배한 보리를 사용하는 등 스코틀랜드 산 보리를 적극 사용했다. 증류하는 곳의 보리로 만들어야 진정한 위스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원래 싱글 몰트 위스키의 기원은 농부가 직접 재배한 보리를 농한기인 겨울에 술로 만들어 직접 증류한 것이라며... 갑자기 밀주, 증류 허가 등 스카치 위스키의 역사 이야기로 빠져들어갔다. 삼천포에서 빠져나오는 데도 몇 분은 걸린 것 같지만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도 많았다.

 

출처: waterfordwhisky.com

아일라(Islay) 섬의 경우 당시 좋은 보리를 재배하던 농장주들이 (돈이 되는) 증류소를 많이 설립했다고 한다. 원래 당시엔 보리 외에도 이런저런 다른 작물들을 함께 재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다른 농사를 포기하고 보리 재배와 위스키 생산에 올인한 것. 마구간이던 건물을 그대로 증류소로 사용하고 그랬다는 얘기다. 보모어(Bowmore), 아드벡(Ardbeg), 라프로익(Laphroaic) 등 우리가 잘 아는 아일라 증류소들이 바로 그런 생산자들이라고. 라프로익에 방문하면 작은 농장이 거대한 증류소로 변화해가는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마크 씨는 본인이 생각하는 테루아 개념에 대해 3가지 차원으로 설명했다. 미세기후(microclimate), 토질(Soil), 지형(topography)이 바로 그것. 이런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식물 재배해 영향을 주어 식물의 열매의 맛과 향,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테루아라는 것. 쉬운 예시 중 하나로 든 것이 북향 슬로프와 남향 슬로프에서 재배한 작물의 차이. 만약 테루아의 개념이 의미가 없다면 모든 차이는 양조 및 증류 등 생산과정의 차이에 의해서만 정의될 것이라며, 테루아라는 것이 무의미한 개념이 아님을 역설했다. 

그러며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2003년에 그는 2003년 13명의 보리 재배 농부들을 불러 모아 본인들이 재배한 보리로 만든 위스키 샘플을 나누어주며 함께 시음했는데, 처음에는 쭈뼛쭈뼛하던 농부들이 자신의 위스키를 맛보고는 자부심을 가지고 누구 것이 더 좋은지 싸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서로 왜 차이가 나는지에 대한 이유를 얘기하기 시작했는데, 일조량, 지형 등 테루아의 컨셉과 저절로 연결이 되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훗날 브룩라디가 레미 마틴(Remy Martin)에 인수된 후, 무엇을 할까 고민 중일 때 오랜 기간 함께 일했던 동료가 아일랜드에서 최고의 맥아가 나온다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고 한다. 그래서 브룩라디에서 직선거리로 200km 거리의 아일랜드 남부 해변에 위치한 워터포드에 증류소를 세우게 되었다고. 실제 스카치 위스키들도 품질이 좋은 아일랜드 맥아를 사용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출처: waterfordwhisky.com

당시 워터포드에는 디아지오가 2004년에 4천만 유로를 투자해 설립한 맥주 양조장이 있었는데, 10년 동안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설비는 완전히 정상이었기 때문에 설비비용을 상당히 많이 줄일 수 있어서 디아지오에게 매우 고맙다고 한다ㅋㅋㅋ 사실 이곳에 디아지오가 공장을 지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좋은 보리가 많이 나오는 지역이었기 때문. 주위를 지나는 난류의 영향으로 기후가 온화하고 평지엔 양분이 많은 빙하 퇴적토가 풍부해 보리 재배에 최적 환경이다. 때문에 이미 1792년에도 양조장이 있었던 기록이 있다고. 워터포드 증류소는 주변 35개 농장에서 보리를 구매하는데, 각 농장의 보리를 모두 구분해서 관리하며, 양조 및 증류도 개별적으로 하기 때문에 각 보틀에 사용된 보리의 진정한 보리향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보통 아이리시 위스키는 3차례 증류를 하지만, 그는 스카치 위스키처럼 2번만 증류한다. 아일랜드에서는 좋은 보리, 스코틀랜드에서는 풍미를 살리기 위한 증류법을 취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위스키 표기도 whiskey가 아닌 whisky다.

그는 '증류가 마법이네 어쩌네 하는데, 사실 증류는 고등학교 나왔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것' 이라며
진짜 어려운 것은 발효라고 강조했다. 발효가 위스키 풍미에 끼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것. 그래서 이후에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설명하는 내용도 거의 발효에 관한 것이 주를 이룬다. 또한 이제까지 위스키 업계에서 테루아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는 대규모 회사들의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이 (오리건대학교?, 위스키협회? 등과 함께) 3년 동안 연구한 바에 따르면, 위스키에서 드러나는 보리의 맛 성분은 2천여 개에 이르는데, 그중 60%는 테루아의 영향이라고 한다. 보리 품종의 영향은 '하나도 없다(never, never!)'고. 1970년대 대량 생산을 위해 보리 품종을 단일화하다시피 하며 바꾼 것은 경제적인 이유일 뿐, 위스키 풍미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덕분에 50년 이상 보리에서 유래하는 맛 프로파일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성삼위일체(The Holy Trinity)라고 표현한 매싱의 3단계, Hydromill-Mash tun-mash filter. 그만큼 독특한 분쇄 및 매싱 프로세스라는 얘기다.

 

크롬 하이드로밀(Chrome Hydromill)은 맥아를 물 안에서 공기 노출 없이 분쇄하기 때문에 산화되지 않은 순수한 맥아의 풍미를 뽑을 수 있다고 한다.

 

매시 턴(Mash Tun)에서는 분쇄된 맥아 가루를 뜨거운 물과 함께 당화하는데, 효소(enzyme)의 활동을 최대화해 개별 농장의 특징을 남김없이 뽑아낸다고 한다. 

 

매시 필터는 54개의 공기 압축 프레스(pneumatic press)로 구성되어 테루아의 모든 풍미를 맥아즙(wort)으로 완벽히 전달한다. 

 

이렇게 만든 맥아즙은 온도 조절 탱크에서 다른 증류소보다 최대는 7배 긴 시간 동안 발효한다. 효모는 일반적으로 70시간 정도면 완전히 사멸하는데, 워터포드 증류소는 130시간 이상 젖산 발효까지 진행하여 풍미의 깊이와 긴 여운까지 만들어낸다는 것.

 

증류는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다만 낮은 압력(감압 증류??)에서 천천히 증류해 시간당 400리터만 생산한다. 때문에 기름처럼 상당히 리치한 원액이 생산된다고.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당연히 가격은 비싸질 수밖에 없...


오크 숙성은 생산 예산의 30% 이상이 투입될 정도로 매우 중요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이유로 중요하다. 개별 농장들의 보리로 증류한 원액들은 모두 똑같은 프로파일의 나무통에서 숙성해 나무가 아닌 원료의 테루아를 드러낸다. 똑같은 오크에서 숙성했는데도 각각의 위스키마다 풍미가 다를 텐데, 특히 '퀴베'에서는 나무 뉘앙스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거라며 원료의 차이에 따른 풍미의 차이를 강조했다. 사용하는 오크 중 버진 아메리칸/프렌치 오크는 컬러, 퍼스트 필 프렌치 오크는 스파이스, 퍼스트 필 아메리칸 오크는 바닐라, 프랑스의 대표적 주정 강화 와인 뱅 두 나튀렐(Vin doux Naturel, VDN) 캐스크 등은 스위트한 풍미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또한 워터포드 증류소는 출시 직전 다른 오크통에 숙성해 풍미를 추가하는 피니싱(finishing)을 하지 않는다. 시중에 출시된 'OO피니시' 중에는 안 좋은 통에서 숙성하다가 피니시를 위한 통에 옮겨 단기간 동안 높은 압력과 온도를 통해 맛을 내는 경우도 있다며 워터포드는 절대 피니싱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크 씨는 '스카치 위스키의 경우 2개 회사가 60%, 5개 회사가 80%의 생산량을 점유하고 있으며, 아일랜드의 경우 더 정도가 심해 1개 회사가 80%를 점유하고 있다'며 그래서 테루아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증류주인 위스키에는 테루아가 의미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것이 바로 업계의 대형 회사들이 주장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밝히고 싶지 않기 때문에 검증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자신은 테루아를 연구했고, 테루아에서 온 풍미 요소들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워터포드 증류소는 테루아와 보리로 돌아가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화면의 그래프는 각각의 테루아 별로 매해 풍미 성분이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현재 럼도 만들고 있는데, 이 역시 테루아를 드러내는 방향이라고 한다.

 

<Whisky Magagine>으로부터 2021, 2022년 연속으로 Icons of Whisky Ireland 부문 'Distiller of the Year'에 선정됐고, 며칠 전에는 2023년도에도 수상하는 것으로 발표가 났다고 한다.

 

마개는 화이트 와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비노락(Vinolok)을 사용한다. 

 

바로 요렇게 생긴 것. 병의 모양과 컬러도 아주 독특해 다 마시고 난 다음에는 디캔터로 사용해도 될 것 같다. 

 

백 레이블의 코드나 QR코드를 통해 재료와 보리를 생산한 농부 이름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Peated - Single Farm Origin - Ballybannon 1.1 - Waterford Whi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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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위와 같은 식으로 보리 수확일부터 양조, 증류, 병입에 이르는 모든 타임라인, 테루아, 사용한 오크에 대한 설명까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방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아래는 시음한 5가지 위스키에 대한 간단한 시음기, 정말 떠오르는 인상만 재빨리 메모했다. 시음 시간이 별도로 주어졌다기보다는 설명을 들으며 시음을 병행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위스키 자체에 온전히 집중하기는 어려웠던 것은 살짝 아쉬운 점. 위스키를 맛보며 주변인과 감상을 공유하는 것도 낯선 위스키를 받아들이는 덴 상당히 좋은 방법 중 하나인데.

참고로 마크 씨는 시음할 때 물을 꼭 한 방울 넣는 것을 권장한다고 한다. 그래야 풍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 물을 넣는다고 풍미가 훼손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단지 알코올만 희석된다는 거다. 많은 위스키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위스키가 높은 알코올로 출시되는 것은 보존을 위해서이지 그 도수로 즐기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심지어 본인은 1:1로 물을 넣어 마실 때도 많다고;;;

개별 보틀 사진을 찍지 못했기 때문에 사진은 홈페이지의 것을 사용했다. 그리고 오피셜 코멘트를 참고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의 설명을 링크해 두었다.

 

Waterford, Hook Head Edition 1.1

향긋한 꽃내음, 명확한 보리 힌트. 입에 넣으면 약간 오일리 하지만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고 맑은 느낌. 어린 위스키스러운 쨍한 느낌이 있으면서도 플레이버가 길게 이어지고, 순수한 인상이 산뜻한 여운을 남긴다. '(얼마나 어린지 전혀 몰랐지만) 어린것 치고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었는데, 나중에 가격을 보고 입을 다물게 되었다.

 

Waterford, Heritige Hunter 1.1

쨍한 스파이스와 살짝 세이버리 한 인상이 먼저 스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달콤한 노란 과일 풍미가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살짝 짭조름한 느낌이 코의 세이버리 한 인상과 수미쌍관을 이루며, 역시나 시간이 지날수록 은근히 균형감을 찾아간다. 하지만 뭔가 모르게 낯선 느낌이 편안함을 방해하는 느낌. 마지막까지 썩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Waterford, Biodynamic Luna 1.1

향긋한 꽃과 완숙 과일, 오렌지, 톡 쏘는 스파이스 풍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입에 넣으면 비교적 둥글고 편안한 인상. 은은한 레몬 제스트 같은 여운이 편안한 피니시를 선사한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보틀. 가격이 10만 원 언저리만 했어도 한 병 샀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공홈 가격이 95유로(약 13만 원)인 게 함정.



Waterford, The Cuvee 1.1 

뭔가 복잡하고 강한 임팩트가 느껴지는데 벗겨내기가 쉽지 않다. 뭔가 꽉 뭉쳐져 있는 느낌이라 짧은 시간 동안 느끼기엔 좀 한계가 있었달까. 덕분에 뭔가 답답한 인상을 많이 받은 듯 싶다. 레이블은 참 예쁜데...

25개 농장의 보리를 섞어 양조하고 숙성에 다양한 오크를 모두 사용해 복잡한 풍미의 위스키라고 한다. 시간을 들여 변화하는 모습을 즐길 만한 위스키라는데... 그렇다면 이런 방식의 시음회에서는 제모습을 보기 힘든 위스키라는 얘기가 된다. 매해 오크 뉘앙스를 없애기 위해 블렌딩 비율 바꾼다고. 다음 버전은 30% 정도 더 숙성해 나올 예정이라는데, 숙성하면 좀 나아지려나?

 

Waterford, BallyBannon 1.1

스모키 베이컨, 토스티 피트 플레버에 정향 뉘앙스가 우아하게 더해진다. 시간이 지나며 은은한 노란 과일 풍미가 부드럽게 드러나는 제법 매력적인 피트. 아일라의 피트와는 그 결이 상당히 다른 위스키로, 핏찔이인 나 같은 사람도 제법 즐길 만한 피트 위스키 되시겠다. 내 주변에 앉은 분들의 1픽은 일치단결해 요 녀석을 가리키고 있었음.

마크 씨는 발리바논을 아일랜드 보리에 아일랜드 피트를 사용한 최초의 피티드 아일리시 싱글 몰트 위스키라고 소개했다. 아일라, 하이랜드 피트와는 성분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풍미의 스타일 또한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상당히 흥미로운 마스터클래스였다. 이런 류의 시음회는 언제나 배울 점이 많은 듯. 위스키 계의 박찬호 마크 씨의 신념과 열정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고. 다만 시음을 하고 위스키를 즐길 시간이 넘나 부족했던 것은 확실히 아쉽다. 다음번 시음회는 부디 충분한 시간을 주셨으면... 시간을 3시간으로 늘려도 좋고, 행사 스타일을 바꿔도 좋고.

 

어쨌거나 고생해 주신 ABDV 관계자 분께 심심한 감사를. 

 

20221126 @ 빌라레코드(가로수길)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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