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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위스키·브랜디·리큐르·기타증류주

섬세하고 우아한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 글렌 그란트(Glen Grant) 시음회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2. 12. 15.

회사 증류주 동호회에서 진행한 글렌 그란트(Glen Grant) 시음회. 

 

회장님이 력자라서 동호회 설립 6개월도 안 됐는데 벌써 두 번째 수입사와 함께하는 공식 시음회다. 

 

 

텍사스에서 온 스몰 배치 미국 위스키, 옐로우 로즈(Yellow Rose) 4종 시음회

사내 위스키 동호회의 첫 번째 시음회에서 만난 위스키, 옐로우 로즈(Yellow Rose). 옐로우 로즈는 같은 이름의 증류소 옐로우 로즈 디스틸링(Yellow Rose Distilling)에서 만드는 스몰 배치 위스키(Small Bat

wineys.tistory.com

첫 번째 시음회는 미국 텍사스의 크래프트 증류소인 옐로우 로즈(Yellow Rose).

 

시음한 위스키는 엔트리 급인 아보랄리스(Arboralis)부터 10년, 12년, 15년, 18년까지 총 5종. 

 

21년도 진열돼 있었는데 이후 진행된 동호회 뒤풀이에서 마신 것 같다. 가격은 15년까지는 완만하게 오르다가 18년에서 두 배, 21년에서 다시 두 배 정도 뛰기 때문에 21년을 사려면 큰맘 먹어야 한다. 특별 할인가 기준 18년은 20만 원대 초반, 21년은 40만 원대.

 

이번에 신규 출시된 15년. 풍미의 밸런스, 알코올 볼륨, 가격 모두 매우 적당하다. 원래 한 병 사서 가지고 있었는데 모임에 들고 갔다가 맛도 못 보고 잃어버렸...다ㅠㅠ 그래도 시음회를 통해 맛볼 수 있어서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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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는 위스키를 담은 글렌 캐런 잔이 뚜껑까지 덮여서 아주 예쁘게 세팅되어 있었다.

 

하지만 일단 공부(?)부터. 글렌 그란트의 슬로건은 'Elegant by Nature'. 설립할 때부터 스코틀랜드의 자연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제품에 반영해 왔다고 한다. 

 

증류소 소개는 글렌 그란트의 브랜드 앰버서더님이 수고해 주셨다. 성함을 잊었네;;

 

위스키 기본 상식은 자체적으로 스킵해 주시고,

 

글렌 그란트 관련 설명부터.

설립자는 제임스 & 존 그란트(James & John Grant) 형제. 형인 제임스가 브레인이었고 동생 존은 밀수-_-를 담당했다고. 그러다가 위스키를 직접 만드는 게 훨씬 이득임을 깨닫고 1840년 스페이사이드(Speyside) 지역 로시스(Rothes) 마을에 증류소를 설립했다고 한다. 스카치 위스키는 수출 상품으로도 인기가 높았기 때문에 제임스는 철도 회사도 함께 운영하며 직접 철로를 건설해 가면서 수출길을 열었다고 한다.  

제임스의 아들 제임스 '메이저' 그란트(James 'The Major' Grant)는 증류소의 본격적인 발전을 이끌었다. 육군 복무 중에 빠르게 대령에 진급했기 때문에 '대령' 그란트라는 별명이 붙은 것이라고. 그는 사업 수완이 좋았고 기술자적인 능력도 있었으며 유행에도 민감했다. 그래서 스페이사이드 최초로 자가용(롤스로이스)을 소유하기도 했다고. 교통사고도 가장 먼저 났다;; 1850년대에는 가볍고 섬세한 위스키를 만들기 위한 증류기를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스터 디스틸러 데니스 말콤(Dennis Malcolm). 61년 간 글렌 그란트에서 근무한 그는 글렌 그란트의 스타일을 정립했다.

 

주목해야 할 5가지 포인트. 빅토리아 정원, 높은 평가와 수상 경력으로 검증된 품질, 발아부터 병입까지, 독특한 공정법, 독창적인 블렌딩. 자세한 내용은 차례로 천천히 설명해 주셨다.

 

2만 7천 평 넓이의 빅토리아 가든은 빅토리아 시대의 번영을 보여줌과 동시에 글랜 그란트 생산의 기반이 되는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을 보여준다.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에 위스키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관광 코스로 들르는 경우가 많다고.

 

글렌 그란트 위스키의 패키지 컬러 또한 빅토리아 정원의 자연 요소들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부터는 시음을 하며 추가적인 설명을 들었다.

 

The Glen Grant, Arboralis / 더 글렌 그란트, 아보랄리스

향긋한 노란 꽃, 상큼한 레몬, 캐러멜과 시나몬 캔디. 입에서는 가벼운 바디감에 시트러스 풍미 뒤로 은은한 스파이스와 스모키함이 살짝 스친다. 시간이 지날수록 들큼한 잉어 사탕 같은 뉘앙스가 드러나는 게 살짝 아쉽다. 

2020년 신규 론칭한 글렌 그란트의 엔트리 급 위스키. 아보랄리스는 게일어로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빛'이라는 낭만적인 의미라고 한다. 엔트리급 치고는 상당히 높은 품질이며, 특히 첫인상이 상당히 좋은 위스키. 


글렌 그란트는 매년 <위스키 바이블(Whisky Bible)>을 출간하는 위스키 전문가 짐 머레이(Jim Murray)가 특히 좋아하는 위스키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글렌 그란트 10년은 <위스키 바이블> 7년 연속 최고의 10년 위스키로 선정했을 정도라고. 브랜드 앰버서더님도 '10년은 글렌 그란트의 근간'이라고 설명했다.

 

The Glen Grant, aged 10 years / 더 글렌 그란트, 10년

향긋한 꽃과 샤인 머스캣, 청사과, 파인애플, 종합 사탕 같은 달콤한 향기. 그리고 더해지는 가벼운 곡물향. 입에 넣으면 아몬드의 지방질 같은 가벼운 유질감과 구수한 토스티 힌트가 더해져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목 넘김 후의 꿀 뉘앙스 또한 발군. 10년 숙성답게 가볍지만 절대로 심심하지 않은 위스키다. 친구들과 편하게 즐기는 용도로는 요 위스키가 좋을 듯.

 

글렌 그란트는 스코틀랜드산 보리만 사용한다고 한다. 또한 생산의 모든 공정을 증류소 안에서 진행한다고.

 

위스키 제조 공정도 자체 스킵^^;;

 

The Glen Grant, aged 12 years / 더 글렌 그란트, 12년

12년은 스파이시한 오크 뉘앙스가 좀 더 명확히 드러나는 느낌이다. 곡물, 단단한 핵과, 시나몬 (캔디), 청사과, 서양배 등 싱글 몰트에서 기대하는 다양한 향들이 균형 있게 녹아 있다. 앞의 위스키들에 비해 살짝 맵고 강렬한 인상이며, 목 넘김 후엔 우디함이 슬쩍 올라온다.

브랜드 앰버서더님은 프루티, 스파이시, 너티, 바닐라 풍미가 조화롭게 공존한다고 설명하면서 '애플파이 같다'는 표현을 썼는데 상당히 공감이 간다.

 

아보랄리스, 10년, 12년 등 엔트리 레벨 위스키들은 셰리 오크에 숙성한 원주와 버번 배럴에 숙성한 원주를 블렌딩한다. 사용하는 버번 배럴은 주로 잭 다니엘스에서 받아오는데(잭 다니엘스는 버번이 아니라 테네시잖아;;;), 최근에는 와일드 터키의 비중이 늘고 있다고 한다. 왜냐 하면 글렌 그란트를 보유한 캄파리 그룹이 와일드 터키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

참석자 중 한 분이 글렌 그란트 위스키에서 느껴지는 스모키함의 원천에 대해 물었는데, 아마도 버번 배럴의 차링(Charring)에서 오는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내가 실제 피트는 얼마나 사용하는지 물었는데,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글렌 그란트도 피트에 오염되지 않은 위스키인갘ㅋㅋㅋㅋ

 

글렌 그란트는 암이 좁은 증류기를 사용한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화사하고 가벼운 원액을 얻는다고.

 

The Glen Grant, aged 18 years / 더 글렌 그란트, 18년

고혹적인 흰 꽃과 플로럴 허브, 바닐라, 은은한 흰 과일과 삼나무 등 복합적인 향기가 섬세하고 우아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잘 익은 청사과와 백도 풍미가 무겁지 않은 바디를 타고 드러나며, 달콤한 꿀 뉘앙스와 균형을 이루는 가볍게 쌉싸름한 힌트가 아련한 여운을 남긴다. 시간이 지나면서 광물적인 미네랄과 화한 민트 허브 또한 오묘하게 드러나는 듯.

숙성 시 버번 배럴만을 사용한 글렌 그란트의 마스터피스. 

 

글렌 그란트는 상급 라인업에는 버번 배럴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마스터 디스틸러 데니스 말콤의 철학과 연결돼 있다. 그가 생각하기에 셰리 캐스크는 너무나 직관적인, 스펙트럼이 넓지 않은 풍미가 드러나는데 반해 버번 배럴은 좀 더 미묘하고 복합적인 풍미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 개인적으로 셰리 오크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런 설명을 들으니 은근 납득되는 면이 있다.

 

데니스 말콤은 글렌 그란트의 살아있는 역사다. 그의 아버지도, 그리고 할아버지도 글렌 그란트에서 근무했었다고. 그에게 헌정하는 의미를 담은 글렌 그란트 60년 숙성이 딱 360병 출시됐는데, 한국에는 24병인가 들어왔다고 한다. 출시 시점의 가격은 3,600만 원. 아마 지금은 가격이 더 올랐을 듯.

 

The Glen Grant, aged 15 years Batch Strength 1st Edition / 더 글렌 그란트, 15년 배치 스트렝쓰 퍼스트 에디션

사과 과수원을 지나는 듯한 인상. 허니듀 멜론, 물 많은 복숭아 풍미와 함께 웜 스파이스, 바닐라, 삼나무, 스파이시 & 스모키 힌트가 가볍게 드러난다. 입에서는 사과 꼭지, 핵과 같은 과일 풍미와 함께 짭조름하고 가벼운 쌉쌀함, 꿀 같은 달콤함이 적절히 어우러진다. 상당히 밸런스가 좋은 몰트 위스키. 가지고 있던 보틀을 모임에서 잃어버렸는데, 상당히 아쉽다ㅠㅠ

작년에 출시한 첫 번째 에디션으로 알코올 볼륨이 50%로 높은 편이다. 아마도 고도수를 선호하는 아시아 고객들의 취향에 맞춘 듯. 숙성 연도에 비해 가격이 상당히 저렴한 편인 것도 메리트. 역시나 버번 배럴만 사용했다.

 

마지막으로 다섯 가지 요소를 다시 한번 리마인드.

 

위스키를 모두 시음했으니 이제 식사할 시간. 귀여운 스티커가 붙은 박스에 마련된,

 

요렇게 식사 겸 안주가 담겨 있었다.

 

맛도 맛이지만 먹다가 남겼을 정도로 양도 아주 푸짐했다. 준비해 주신 동호회 관계자와 수입사에 감사를.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위스키는 18년 숙성. 그저 고숙성이라서가 아니라, 저숙성에서 느꼈던 섬세하고 향긋한 향이 잘 살아있으면서도 우아하고 부드러운 인상과 복합적인 풍미를 두루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글렌 그란트 다운 스타일을 품격 있게 표현했달까.

가격까지 감안해 가성비 원픽을 고르자면 10년 숙성을 꼽고 싶다. 나 외에도 상당히 많은 분들이 10년 숙성을 원픽으로 꼽으셨던 듯. 

 

엔트리부터 프리미엄 급까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위스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legant by Nature라는 슬로건이 아주 잘 어울리는 위스키, 바로 글렌 그란트(Glen Grant)다.

 

20221212 with 독주+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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