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의 음주가 예정된 내일 일정에 대비하여 금주를 할까 했으나, 한 잔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이왕 마실 거 제대로 말아서 한 잔만 마시자는 생각에 선택한 칵테일,
바스티유(Batille). 락 스타일로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복합적이고 달콤한 칵테일을 마시고 싶었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맨날 마시던 거 말고 새로운 거.
아뿔싸, 그런데 덩어리 얼음을 얼려 두지 않았다. 겨울이라고 얼음 얼리기를 게을리하다니... 홈텐더의 자세가 안 되어 있다ㅠㅠ 그래서 그냥 정수기 얼음을 쓸까 하다가 그냥 미니 스틱 얼음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놓으니 장작 쌓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칵테일로 빠져드는 부나방인가...
레시피는 디포즈가이드(diffordsguide.com)을 참고했다. 각 얼음을 넣은 올드 패션드 글라스에 아르마냑 45ml, 릴레 블랑과 베네딕틴 돔을 각 22.5ml씩 넣고 블랙 월넛 비터를 2대시. 그리고 가니시로 호두를 얹는다. 그런데 우리집에는 월넛 비터가 없다. 게다가 평상시엔 굴러다니는 호두도 웬일인지 없어서... 가니시는 생략하고 비터는 그냥 앙고스투라 아로마틱 비터로 눙쳤다.
완성. 일단 컬러가 마음에 든다.
대략 예상했던 풍미다. 초반에는 베네딕틴 돔의 풍미가 주도하는데 오묘하게 우디함이 강조된다. 여기에 터프하게 톡 쏘는 아르마냑의 풍미도 확실하게 개성을 드러내는 것 같다. 시간이 10분 정도 지나면 얼음이 녹으면서 밸런스가 약간 뭉그러진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전에 빠르게 마시는 게 본래의 맛을 즐기는 덴 좋을 것 같다. 덩어리 얼음을 쓰지 못해서 더욱 그럴 지도.
하지만 일정 시간이 더 지나면 그때부터는 릴레 블랑의 시간. 향긋한 시트러스 향이 약간의 산화 뉘앙스와 (이건 오래되어서 그럴 지도) 함께 은은히 드러나 상당히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나같이 한 잔을 비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알쓰라면 그냥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천천히 마셔도 큰 무리는 없을 듯.
요것도 종종 마시게 될 것 같다. 문제는 집에서 술을 마실 기회가 별로 없다는 데 있지만.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일상의 음주 > 칵테일·홈텐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럼 & 그라빠 올드 패션드(Rum & Grappa Old Fashioned) (1) | 2022.12.31 |
---|---|
톡 쏘는 맛이 매력적인 칵테일, 그라빠 토닉(Grappa Tonic) (0) | 2022.12.25 |
청량음료처럼 가볍게 한 잔, 롱 슬로 네그로니(Long Sloe Negroni) (0) | 2022.11.14 |
네그로니도 마시고 기부도 하고... 네그로니 위크(Negroni Week) (1) | 2022.09.19 |
오렌지 주스와 기주의 밸런스가 좋은 칵테일, 앨라배마 슬래머(Alabama Slammer) (1) | 2022.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