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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2022 보르도 그랑크뤼 전문인 시음회(UGCB Tasting 2019 vintage)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2. 12. 25.

보르도 그랑 크뤼 협회(Union des Grands Crus de Bordeaux)가 주최하는 보르도 그랑 크뤼 전문인 시음회. 올해는 2019년 빈티지이다. 2015년 이래 워낙 좋은 빈티지들이 이어져 2019년이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일 지경이지만, 사실 충분히 좋은 빈티지라고 한다.  

 

<와인 스펙테이터> 보르도 좌안 2019년 빈티지 평가
<와인 스펙테이터> 보르도 우안 2019년 빈티지 평가
<와인 스펙테이터> 보르도 소테른 2019년 빈티지 평가
<와인 앤수지애스트> 보르도 2019년 빈티지 평가

아직 <와인 애드버킷(Wine Advocate)>의 평가는 나오지 않았지만,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도 <와인 앤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의 평가도 결코 낮지 않다.

 

최근 몇 년 팬데믹과 바쁜 업무 때문에 방문하지 못했는데, 그 사이에 뭔가 분위기가 살짝 바뀐 것 같다. 

 

보르도 와인의 올드한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는지, 이렇게 디제잉 부스도 있고...

 

여전히 사람은 많다. 목욕탕에서 동창회 하는 기분.

 

가장 아쉬운 점은 부스 규모가 점점 축소되고 있는 것 같다는 것. 한국 시장에서 보르도 와인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인지, 이제 레벨이 올라간 생산자들은 굳이 한국에 올 필요가 없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과거에는 방문했던 최상급 생산자들 일부는 이제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여전히 테이스팅 해 볼 생산자는 차고 넘친다. 사실 UGCB의 이름을 달고 오는 만큼 다들 좋은 생산자들이니까. 오히려 진행 시간이 3시간 30분 정도로 짧은 게 더 문제다. 모든 생산자를 다 시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니까. 와인도 특정 와인은 빨리 떨어져 버려서 급하게 테이스팅 해도 목적한 와인을 다 맛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쩔 수 없이 고르고 골라서 시음할 수밖에 없는 상황.

 

테이스팅 노트 또한 집중해서 적기는 어렵기 때문에, 떠오르는 인상만 간단히 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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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하던 대로 그라브(Grave)와 페삭 레오냥(Pessac-Leognan) 먼저 시음하려고 했는데, 초반임에도 흔히 접하기 어려운 특정 와인이 떨어져 간다는 첩보를 접하고 그리로 먼저 향했다.

 

그곳은 바로 생테밀리옹(Saint-Emilion), 그리고 뽀므롤(Pomerol).

 

원래 발랑드로를 먼저 시음하려고 했으나, 두 번째 병(벌써!)을 오픈하고 있어서 Chateau Trotte Vieille 2019를 먼저 받았다. 풍부한 오키함과 밀도 높은 검붉은 베리 풍미. 부드러운 질감을 타고 입안을 채우는 우아한 느낌이 매력적인 와인이다. 역시.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 B에 오르며 보르도의 악동에서 귀족 반열에 오른 Chateau Valandraud 2019. 트로트 비에이유보다 좀 더 섬세하며, 검붉은 베리 외에 상쾌한 노란 과일 같은 풍미와 오크 힌트가 더해진다. 산미 또한 더 좋아 산뜻한 느낌. 쫀쫀한 타닌과 드라이한 입맛임에도 상당히 편안한 느낌이다. 앞으로 10년 이상 숙성해야겠지만, 바로 마셔도 부담스럽지는 않은 느낌이랄까. 요즘 스타일의 경향성이 여기에서도 느껴진다.

 

 

제도권에 진입한 악동의 와인, 샤토 발랑드로 - 와인21닷컴

2012년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등급 조정에서 샤토 발랑드로는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 B(Premiers Grand Cru Classe B)로 승격되었다. 저잣거리의 악동에서 구중궁궐 안으로 입성한 셈이다. 꾸준히 유

www.wine21.com

2013년에 그를 직접 만나 함께 버티컬 테이스팅을 진행하는 호사를 누렸었던 기억이 떠오르네.

 

온 김에 뽀므롤을 마저 시음. Chateau Clinet 2019. 검은 베리, 블랙커런트, 프룬, 신선한 민트, 감초, 시나몬 캔디, 정향. 명확한 타닌, 단단함 코어, 질감은 두툼하고 부드러운 느낌. 바닐라, 초콜릿의 여운. 전반적으로 검은 인상.

 

Chateau Le Bon Pasteur 2019. 끌리네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인상. 딸기 등 붉은 과일과 자두, 허브 힌트. 타닌은 촘촘하지만 코어가 약간 약한 느낌.

 

페삭 레오냥(Pessac-Leognan)으로 왔다. Chateau Malartic Lagraviere (blanc) 2019. 풋풋한 허브, 풀향, 리찌 같은 흰 열대 과일, 노란 핵과, 뉴 오크 힌트. 드라이 여운. 예전만큼 큰 인상은 못 받았지만 여전히 맛있다.

 

Chateau Olivier (blanc) 2019. 좀 더 허브가 정제되어 있어 점잖은 인상. 삼나무, 흰 꽃, 옅은 열대 과일. 그런데 입에서는 종합 
사탕 같은 풍미와 깔끔한 산미가 어우러진다. 괜찮네. 확실히 난 보르도 화이트를 선호하는 듯.

 

Chateau Smith Haut Lafitte (blanc) 2019. 향긋한 흰 꽃, 깔끔한 백도 같은 흰 과일 풍미가 은은한 듯하면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신선한 허브, 미네랄과 함께 라임 같은 산미가 제법 강하게 드러난다. 전체적인 풍미가 정제되어 있고 밸런스가 좋으며 깔끔하다. 이날의 베스트. 3번 정도 반복적으로 시음했는데, 워낙 조금씩 주셨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워낙 풍미가 좋고 계속 변화하는 느낌이라 더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Domaine de Chevalier (blanc) 2019. 생수 같은 미네랄이 잔잔하게 드러나며 명확한 산미가 뒤를 받친다. 흰 자두 같은 풍미가 드라이하게 드러나며, 구조감이 단단한 느낌이다. 역시나 화이트는 만족스럽다.

 

Chateau Bouscaut (blanc) 2019. 구수한 견과, 삼나무, 완숙 노란 과일, 약간은 올드한 인상. 입에서는 흰 과일 사탕 같은 풍미에 둥근 미감, 좋은 산미가 피니시를 깔끔하게 만들어준다. 나쁘지 않네... 하지만 장기 숙성 스타일은 아닌 것 같은데. 셀러에 있는 2010 빈티지를 언제까지 가지고 있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레드도 마셔보려고 사진을 찍어 놓고는 깜빡했다... 아쉽.

 

Chateau Carbonnieux 2019. 달콤한 노란 과일 풍미가 드러나는데 산미가 낮아서인지 코어가 살짝 약하고 피니시도 짧은 느낌이다.

 

Chateau Smith Haut Lafitte (rouge) 2019. 명확한 블랙커런트, 삼나무 아로마가 마치 아로마 키트처럼 명확하다. 흑연, 화한 민트 허브, 붉은 과일 등의 풍미가 정제돼 있으면서도 밀도 높게 드러난다. 드라이한 미감에 촘촘하면서도 부드러운 타닌, 탄탄한 구조, 완벽한 밸런스.. 붉은 베리와 다크 초콜릿 피니시까지. 전체적으로 완벽한 와인. 화이트와 함께 레드 1픽도 역시 스미스 오 라피트다. 보르도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샤토.

 

Domaine de Chevalier (rouge) 2019. 달싹한 캐러멜 같은 오크 뉘앙스, 매콤한 허브 스파이스, 검붉은 베리, 간장 같은 산미(?)... 코어가 애매해 살짝 아쉽다. 도멘 드 슈발리에는 역시 블랑이 진리.

 

Chateau Les Carmes Haut-Brion 2019. 약간의 환원취가 걷히고 나자 허브, 유산향, 자두, 붉은 베리, 체리가 영롱한 인상을 남긴다. 드라이한 미감에 산미가 좋은 클래식 보르도. 익숙하지 않은 와인이지만 추천을 받아 마셔봤는데 제법 괜찮았다.

 

이번에는 마고(Margaux). Chateau Rozan-Segla 2019. 우유 같은 유산향이 크리미하게, 매콤한 허브, 블랙커런트, 정향, 시나몬 캔디, 초콜릿. 입에 넣으면 타닌이 부드럽고 포근하게 느껴지며 따뜻한 인상을 남긴다. 복합적인 풍미에 온화하고 넉넉한 와인. 좋다.

 

Chateau Malescot-St.Exupery 2019. 향긋한 허브, 침엽수, 토양 뉘앙스, 커피. 입에서는 깔깔한 타닌과 함께 감초나 칡 같은 나무뿌리 뉘앙스가 느껴진다. 상당히 드라이한 미감이 특징적으로 다가온, 전통적인 느낌의 보르도. 

 

보르도 최애 지역 중 하나인 생-줄리앙(Sait-Julien). Chateau Branaire-Ducru 2019.  붉은 꽃, 블랙커런트, 매콤 스파이스, 민트 허브. 입에 넣으니 실키하고 둥근 질감을 타고 작은 붉은 베리, 체리 풍미가 신선하게 드러난다. 촘촘한 타닌, 시원하고 깔끔한 미네랄과 산미가 밸런스를 이룬다. 짙은 적색이 떠오르는 매력적인 와인. 개인적으로 참 애정하는 와인인데 올해도 역시다.

 

Chateau Gruaud Larose 2019. 그뤼오 라로즈는 커피 향이 특징적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다. 커피, 감초, 토양, 크리미한 질감과 검보랏빛 베리 풍미. 전반적으로 과일 풍미보다는 2차 향이 앞에 드러나고, 개별적인 요소가 드러나기보다는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는 느낌이다.  

 

Chateau Leoville Poyferre 2019. 진한 붉은 꽃, 블랙커런트, 코디얼 뒤에 깔려 있는 오크, 정향, 시나몬, 민트... 신선한 레드 베리, 붉은 자두 풍미와 어우러지는 강한 산미, 초콜릿  피니시. 매년 실망시키지 않는 와인이다. 심지어 세기의 망빈이라는 2013년도 좋았으니까.

 

Chateau Saint-Pierre 2019. 감초, 나무뿌리, 향신료, 작은 붉은 베리의 산미. 얇지만 명확한 풍미에 편안한 미감. 역시 좋은 와인이다. 매년 맛볼 수밖에 없는.

 

Chateau Leoville Barton 2019. 항상 뭔가 아쉬워서 스킵하는 와인인데, 올해는 맛을 보았다. 신선한 붉은 꽃과 베리, 상큼한 산미, 맑은 느낌. 나쁘진 않지만 뭔가 코어가 약한 느낌에 임팩트가 부족하다. 역시... 물론 요것만 따로 마신다면 아마 상당히 맛있게 마시겠지.

 

Chateau Gloria 2019. 진한 검은 과일, 복합적인 스위트 스파이스, 버섯, 토양. 부드러운 질감에 균형 잡힌 산과 타닌이 편안하다. 예상외의 품격을 보여준 와인. 아래 Domaines MARTIN이라는 문구를 보니 샤토 생 피에르와 같은 그룹인 듯.

 

올해는 매년 전시하던 리델이 아닌 다른 글라스를 전시하고 있었다. KVETNA라는 브랜드였는데, 일반 라인업보다는 요렇게 스템에 컬러가 들어간 게 예쁜 듯. 가격도 나름 합리적인 편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소테른(Sauternes). 남은 게 별로 없어서 3종만 시음했다. Clos Haut-Peyrguey 2019. 상큼한 시트러스와 감귤, 파인애플, 달콤한 아카시아 꿀. 조청 같은 농밀함에 밀랍 같은 가벼운 씁쓸함이 느껴지며 산미는 높지 않은 편이다. 

 

Chateau Rayne Vigneau 2019. 파라핀, 밀랍, 레몬 껍질... 전반적으로 뭔가 톡 쏘는 인상인데, 입에서는 농밀한 꿀 같은 느낌에 오렌지 마말레이드 같은 달콤 쌉싸름함이 살짝 곁들여진다. 신선한 산미가 뒤를 받쳐 주어 바로 마셔도 맛있다. 

 

Chateau Suduiraut 2019. 레몬, 시트러스 필, 서양배, 레몬 제스트, 파라핀 힌트. 아카시아 꿀물 같은 느낌에 꽃향기가 감돌며, 적절한 산미와 함께 목 넘김 후 남는 크리미한 달콤함이 일품이다. 오묘하게 세이버리하면서 짭조름한 피니시 또한 인상적. 마지막 한 잔으로 적절했다.

 

2019년 빈티지는 기대해도 좋을 빈티지인 것 같다. 10년 이상의 숙성 잠재력도 충분하고, 심지어 바로 마셔기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기회가 된다면 한 두 병이라도 사 두어야 할 듯. 

 

20221124@보르도 그랑 크뤼 전문인 시음회(JW메리어트동대문)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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