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 키안티 클라시코(Chiant Classico), 배달 음식에도 잘 어울리네?!

키안티 클라시코 특집 기사의 일환으로 작성한 아티클. 마트에서도 쉽게 살 수 있는 키안티 클라시코와 배달 음식의 궁합을 맞춰 보는 기사. 개인적으로도 추측만 했었던 궁합들을 비교적 상세하게 맞춰 볼 수 있어서 좋았다.특히 닭강정/양념통닭과 키안티 클라시코의 궁합을 찾은 건 큰 수확.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키안티 클라시코(Chiant Classico), 배달 음식에도 잘 어울리네?!

생산지인 토스카나 지방에서 키안티 클라시코의 베스트 페어링은 피렌체식 티본 스테이크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Bistecca alla Fiorentina)'다. 같은 맥락에서 한식 중에서도 숯불이나 철판에 구운 한우와 키안티 클라시코는 좋은 궁합을 보인다. 영롱한 붉은 베리 풍미와 새콤한 신맛, 산뜻하면서도 촘촘한 타닌을 지닌 키안티 클라시코는 소고기의 맛을 잘 살려주는 동시에 입안을 깔끔하게 씻어 준다. 배가 꽉 차서 더 이상 먹고 마실 수 없을 때에야 끝나는 고기 한 입에 와인 한 모금의 무한 루프랄까. 하지만 키안티 클라시코 푸드 페어링을 단지 소고기 구이나 스테이크로 한정하는 것은 너무 아쉽다. 붉은 과일 풍미 외에도 은은한 허브와 토양 같은 미네랄,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바디감이 매력적인 키안티 클라시코는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들과 두루 잘 어울린다. 그러니 만사가 귀찮을 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음식을 배달시켜 키안티 클라시코 한 병 뽕 따서 마셔도 괜찮지 않을까? 그래서 한국의 대표적인 배달 음식들과 키안티 클라시코의 궁합을 확인해 보았다.

 

키안티 클라시코와 음식을 페어링 하려면 우선 숙성 기간에 따른 세 가지 카테고리를 가볍게 이해하고 넘어가는 게 좋다. 아무런 표시가 없는 키안티 클라시코가 가장 일반적인 키안티 클라시코다. 최소 12개월 이상 숙성하며, 섬세하면서도 균형 잡힌 구조감이 일품이다. 다른 카테고리와 구별하기 위해 아나타(Annata)라고 부르기도 한다.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Chianti Classico Riserva)는 최소 24개월 숙성하는데 오크 뉘앙스가 은은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와인은 최소 30개월 숙성하는 최고 등급의 와인이다. 우아함과 복합적인 풍미, 입안을 꽉 채우는 구조감을 두루 겸비하고 있다. 각 카테고리의 스타일이나 풍미의 경향이 다르기 때문에, 음식의 재료나 요리 방식, 풍미의 강도 등에 따라 아나타를 마실지, 리제르바 혹은 그란 셀레지오네를 마실지 판단하는 게 좋다.

 

[ 김밥과 초밥 ]

가장 쉽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김밥은 독특한 재료를 사용한 게 아니라면 세 가지 카테고리의 키안티 클라시코와 모두 무난히 어울린다. 특히 햄이나 소시지, 소고기 같은 육류를 주재료로 한 김밥이나 치즈를 듬뿍 사용한 김밥은 찰떡궁합에 가깝다. 그렇다면 김밥의 친척 뻘인 초밥은 어떨까? 초밥은 식초와 고추냉이로 맛을 낸 밥 위에 날 생선을 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레드 와인인 키안티 클라시코와는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 광어나 도미, 전갱이 같은 일반적인 생선 초밥에 굳이 키안티 클라시코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연어나 참치 같은 붉은 살 생선으로 만든 초밥은 키안티 클라시코 아나타와 부딪히지 않고 제법 잘 어울린다. 연어 초밥은 당기는데 레드 와인도 마시고 싶다면 키안티 클라시코를 선택해 보자. 토치로 그을린 소고기를 얹은 초밥은 키안티 클라시코 그랑 셀레지오네와 먹어도 꽤나 괜찮다. 역시, 소고기와 키안티 클라시코는 진리다. 

 

[ 모둠 소곱창 구이와 양념 소곱창 ]

그렇다면 같은 소고기의 일종인 소곱창과 키안티 클라시코는 어떨까? 양념 없이 다른 내장들과 함께 구워 낸 모둠 소곱창 구이는 세 가지 키안티 클라시코와 모두 잘 어울린다. 리제르바, 그랑 셀레지오네와는 진한 곱의 맛과 밀도 높은 와인 풍미가 밀당을 하는 느낌이고, 아나타의 경우는 기름진 입안을 말끔히 씻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매콤하게 양념을 한 소곱창은 조금 다르다. 매운 양념이 타닌과 충돌해 더욱 맵게 느껴지고, 목 넘김 후 씁쓸한 맛이 남아 아쉽다. 그나마 아나타와는 그럭저럭 마실만 하지만, 강추할 수준은 아니다.

 

[ 매콤함과 달콤함이 균형을 이루는 닭강정 ]

매운 소곱창 구이와 마찬가지로 닭갈비는 씁쓸한 맛이 남는 편이다. 기본적으로 이런 류의 매운 양념을 쓴 음식과 키안티 클라시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방증. 하지만 의외로 닭강정은 상당히 잘 어울린다. 닭강정을 코팅하는 달콤한 맛이 매운맛을 어느 정도 잡아주어 씁쓸한 맛이 거의 나지 않기 때문이다. 닭강정과 유사한 양념 통닭과도 아주 잘 어울릴 것 같다. 아나타, 리제르바, 그란 셀레지오네 모두 곁들일 수 있는데 소스가 가벼우면 아나타, 진하면 그란 셀레지오네를 선택하는 게 좋다.

 

[ 탕수육 소스는 빼고 고기튀김으로 ]

배달 요리 하면 역시 중국 요리를 빼놓을 수 없다. 짜장, 짬뽕과 함께 중식 배달 요리를 대표하는 탕수육은 키안티 클라시코와 어떤 궁합을 보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소스는 빼고 고기 튀김으로 먹는 게 좋다. 부먹으로 하든 찍먹으로 하든 새콤달콤한 탕수육 소스를 곁들이는 순간 키안티 클라시코의 신맛이 너무나 강조돼 버리기 때문이다. 고기 튀김으로 아나타, 혹은 리제르바와 곁들인다면 편하고 맛있는 한 끼로 강추다. 서비스로 오는 군만두 또한 특유의 기름짐이 키안티 클라시코와 의외로 잘 어울린다. 오히려 탕수육보다 군만두의 궁합이 더 좋을 정도. 참고로 만두 전문점에서 파는 소가 많고 두툼한 군만두는 리제르바나 그랑 셀레지오네보다는 아나타와 함께 마시는 것이 서로의 가볍고 담백한 맛을 잘 살리며 조화를 이룰 수 있다.

 

[ 순대와 모둠 수육 ]

순대는 레드 와인과 곁들이기 좋은 음식이다. 키안티 클라시코와도 물론 잘 어울린다. 심플한 당면 순대는 아나타, 찹쌀과 갖은양념과 선지를 듬뿍 사용한 순대는 리제르바나 그란 셀레지오네를 추천한다. 그렇다면 순대와 자주 함께 먹는 내장이나 잡고기, 편육 등은 어떨까? 오소리감투, 간, 허파 등 삶은 돼지 내장은 특유의 고기 비린내가 있어 와인의 섬세한 맛을 가리는 경우가 많아 정말 말끔하게 조리한 것이 아니라면 곁들이기 쉽지 않다. 반면 담백하고 고소한 편육은 아나타와 제법 잘 어울린다. 샤퀴테리 보드의 차가운 햄과 와인을 곁들여 먹는 것과 유사한 느낌이랄까. 리제르바나 그랑 셀레지오네 같은 묵직한 와인과도 나쁘진 않지만, 아나타처럼 가볍고 산뜻한 와인과 곁들여 먹는 쪽을 더 추천한다.

 

[ 육즙 가득 햄버거 ]

마지막으로 햄버거와 피자. 햄버거는 버거킹 와퍼나 셰이크 쉑 햄버거 같이 육즙이 진한 패티를 사용한 햄버거를 고르는 게 좋은데, 다양한 키안티 클라시코와 두루 어울린다. 피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일반화할 수 있다. 도우가 얇고 주재료의 풍미가 명확한 이탈리아식 피자에는 아나타급 키안티 클라시코를, 진한 소스에 토핑이 두툼하게 올라간 미국식 피자에는 리제르바급 이상의 키안티 클라시코를 추천한다. 

일과 후 쉽고 간편한 저녁을 위해, 노곤한 주말 문득 떠오른 별미를 위해 키안티 클라시코 한 병 사 두는 게 어떨까? 다재다능한 키안티 클라시코는 배달 음식에도 잘 어울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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