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드 브노쥬의 CEO 질 드 라 바스티에르 씨를 인터뷰한 내용을 기반으로 쓴 기사. 인터뷰 후에는 스페셜 에디션 샴페인 런칭 행사가 이어졌는데, 최고급 샴페인에 어울리는 흥겨운 행사였다. 프리미엄급 샴페인들이야 말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꼬르동 블루 로제 브뤼의 매력을 발견한 것 또한 중요한 수확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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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클래식 샴페인 하우스, 샴페인 드 브노쥬(Champagne de Venoge)
샴페인 드 브노쥬의 CEO 질 드 라 바스티에르(Gilles De La Basstière) 씨가 한국을 찾았다. 루이 15세 대관 30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샴페인 루이 15세 브뤼 1996(Champagne de Venoge Louis XV 300th Anniversary of the Coronation Edition 1996) 출시를 알리기 위해서다. 루이 14세는 알아도 루이 15세는 도대체 누구냐는 생각이 들 지도 모르겠지만, 샴페인 역사에 있어서만큼은 루이 15세가 훨씬 중요한 왕이다. 왜냐하면 1728년 샴페인을 배럴이 아닌 유리병에 담아 유통시킬 수 있다는 칙령을 발표한 왕이 바로 루이 15세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샴페인은 특유의 버블을 보존할 수 있게 되었고, 원산지를 보장하고 품질까지 지킬 수 있는 프리미엄 와인으로 발돋움했다. 그래서 샴페인 드 브노쥬는 2022년 루이 15세 대관 300주년을 기념해 품질이 뛰어난 1996년 빈티지로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한 것이다.
샴페인 지역의 1996년 빈티지는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가 97점,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가 96점을 주었을 정도로 빼어나다. 단맛, 신맛, 알코올의 밸런스가 뛰어나 지금 바로 마셔도 매우 좋으며 추가 숙성 여력 또한 충분하다. 이번에 출시한 샴페인 드 브노쥬 루이 15세 브뤼 1996년 빈티지는 병 숙성 후 효모 잔여물을 제거하는 작업인 데고르주멍(dégorgement)을 올해 6월에 진행했으니 무려 26년이나 숙성한 셈이다. 덕분에 눈부시게 빛나는 황금색을 띠며, 섬세한 버블을 타고 고혹적인 풍미가 우아하게 드러나는 환상적인 샴페인이 탄생했다. 병목에는 루이 15세가 사용한 문장(紋章)을 황금색으로 새겨 넣었다. 케이스, 병 모양과 레이블, 내용물에 이르기까지 고급스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국에는 딱 500병만 수입되었다니 쉽게 만날 수 없는 귀한 샴페인이다.
2006년 '루이 15세 브뤼'를 처음 출시한 사람이 바로 질 씨다. 1996년 입사한 후 세일즈 디렉터와 수출 디렉터를 거쳐 2005년 CEO가 되었다. 항상 고객을 생각하며 변화를 꿈꾸는 그는 샴페인 드 브노쥬와 아주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1837년 스위스 귀족 가문 출신이 설립한 샴페인 드 브노쥬의 역사는 사실 혁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설립 직후인 1838년엔 샴페인 최초로 컬러풀한 일러스트를 삽입한 레이블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고, 1851년에는 브노쥬 강을 모티브로 한 꼬르동 블루(Cordon Bleu) 레이블을 출시했다. 그 시절 샴페인 드 브노쥬는 특히 네덜란드 왕가의 사랑을 받았는데, 1858년 네덜란드 왕자들에게 헌정하는 의미를 담아 퀴베 프린스(Cuvée Princes)를 출시했다. 참고로 현재 퀴베 프린스 샴페인들을 담고 있는 독특한 모양의 병은 당시 네덜란드 왕가에서 사용하던 디캔터의 모양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샴페인 드 브노쥬의 혁신은 레이블과 병 모양 등 외관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다. 샴페인의 품질과 명성을 드높이기 위한 노력 또한 꾸준히 지속해 왔다. 1882년 주요 샴페인 하우스 연합인 그랑드 마르끄(Syndicat des Grandes Marques)의 창단 멤버로 참여해 샴페인의 기준을 세우고 샴페인이 고급 주류라는 인식을 만드는 데 공헌했다. 1988년엔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s)를 레이블에 명시한 샴페인을 최초로 출시해 샴페인의 새로운 스타일을 정립했다. 샴페인 평론으로 유명한 전문가 리차드 줄린(Richard Juhlin)은 '브노쥬의 블랑 드 누아와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의 품질이 매우 우수하다'라고 특별히 언급했을 정도다. 또한 1993년에는 철저한 품질 관리를 위해 품질 차트를 도입했다. 아무도 사용된 품종을 표시하지 않을 때 백 레이블에 사용 품종들과 비율을 표기했고, 데고르주멍 일자와 도자주(dosage) 정보를 표시해 고객들이 정확한 스타일과 품질을 가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렇게 겉과 속 모두 혁신을 지속했으니, 샴페인 드 브노쥬는 거듭된 혁신을 전통으로 승화한 샴페인 하우스라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모던 클래식 샴페인 하우스'다.
샴페인 드 브노쥬가 추구하는 스타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질 씨는 '모던한 스타일'이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브노쥬의 샴페인은 계속해서 변화해 왔다. 예컨대 영국, 미국, 아르헨티나 등 시대별 주요 고객들의 입맛을 연구하고, 그에 맞게 스타일의 변화를 주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신선하면서도 우아하고 복합미가 넘쳐 한 잔을 마시면 절로 다음 잔을 마시고 싶은 샴페인을 추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스타일이 특히 '블랑 드 누아'라면서 한국 애호가들에게도 강력 추천했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에는 샴페인 전체 매출이 60%나 감소하는 큰 타격을 입었다. 샴페인 드 브노쥬는 그 정도로 심각하진 않았지만, 20% 정도 매출이 감소하며 나름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2021년부터는 오히려 고급 주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매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제 팬데믹이 끝나가는 요즘, 샴페인 드 브노쥬는 한국 애호가들과 더욱 자주 만나길 원한다. 질 씨는 '요즘 샴페인 생산자들은 만나기만 하면 한국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며 한국 시장에 대한 샴페인 하우스들의 관심을 전했다. 한국애 대한 애정을 표현하며 치맥을 참 좋아한다고 말하는 질 씨에게 '치킨과 샴페인도 잘 어울린다'고 귀띔해 주자, 환하게 웃는 얼굴로 '브노쥬 샴페인과 치킨을 함께 즐기는 '치샴' 이벤트도 꼭 진행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질 씨와 함께 진행한 루이 15세 브뤼 1996 출시 기념 파티는 샴페인의 존재 이유를 알려주는 행사 같았다. 패스포트와 비행기 티켓처럼 디자인한 와인 설명서는 프랑스 샹파뉴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때마침 울려 퍼진 현악 4중주는 파티의 열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처음 공개된 루이 15세 브뤼 1996년 브뤼를 비롯해 제공된 샴페인들은 모두 저마다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냈다. 행사장에서 소개된 샴페인들을 간단히 소개한다.
샴페인 드 브노쥬, 꼬르동 블루 브뤼 Champagne de Venoge, Cordon Bleu Brut
밝은 골드 컬러. 생기 넘치는 버블을 타고 싱그러운 사과와 시트러스 아로마가 약간의 이스티한 풍미, 캐러멜 같은 달콤한 뉘앙스와 함께 밀도 높게 드러난다. 첫 번째 압착한 주스에 리저브 와인 20%를 블렌딩해 3년 동한 숙성해 출시한다. 피노 누아(Pinot Noir) 34%, 피노 뫼니에(Pinot Meunier) 33%, 샤르도네 33% 블렌딩. 도자주는 리터 당 6g 정도.
샴페인 드 브노쥬, 꼬르동 블루 브뤼 로제 Champagne de Venoge, Cordon Bleu Brut Rosé
반짝이는 로즈 골드 컬러에 섬세한 버블. 상큼한 붉은 베리와 체리, 딸기 같은 붉은 과일 풍미가 상큼하게 드러난다. 입에서는 깔끔한 신맛과 가벼운 타닌감이 탄탄한 구조감을 전달한다. 컬러뿐만 아니라 맛도 좋은 로제 샴페인. 일반 브뤼와 마찬가지로 첫 번째 압착한 주스에 리저브 와인을 20% 블렌딩해 3년 동안 숙성해 출시한다. 피노 누아 60%, 피노 뫼니에 20%, 샤르도네 20% 블렌딩. 도자주는 리터 당 6.5g 정도.
샴페인 드 브노쥬, 프린스 블랑 드 블랑 Champagne de Venoge, Princes Blanc de Blancs
반짝이는 골드 컬러와 섬세하면서도 힘찬 버블. 향긋한 흰 꽃 아로마와 핵과, 완숙 사과 풍미가 크리미한 뉘앙스, 이스티 힌트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생생한 시트러스 산미가 깔끔한 여운을 줌과 동시에 장기 숙성 잠재력을 느끼게 한다. 그랑 크뤼 메닐 쉬르 오제(Mesnil sur Oger)와 프르미에 크뤼 트레파이(Trépail)에서 재배한 샤르도네를 각각 80%, 20% 사용해 양조했으며, 4년 이상 숙성해 출시한다. 도자주는 리터 당 6g.
샴페인 드 브노쥬, 프린스 블랑 드 누아 Champagne de Venoge, Princes Blanc de Noirs
밝고 선명한 골드 컬러에 섬세한 버블. 백도 등 깔끔한 핵과 풍미에 붉은 베리 힌트가 가볍게 더해진다. 매끈한 질감에 상쾌함이 느껴지는 밸런스 좋은 모던한 스타일의 블랑 드 누아. 몽타뉴 드 랭스(Montagne de Reims) 지역의 그랑크뤼 베르즈네(Verzenay)의 포도 80%와 오브(Aube) 지역의 프르미에 크뤼 레 리세 (Les Riceys)의 포도 20%를 블렌딩했으며, 4년 이상 숙성해 출시한다. 도자주는 리터 당 6g.
샴페인 드 브노쥬, 루이 15세 브뤼 1996 Champagne de Venoge, Louis XV Brut 1996
300주년 기념 에디션으로 500병만 한정 수입된 루이 15세 브뤼 1996. 크리미, 버터리, 이스티한 뉘앙스와 함께 드러나는 매력적인 산화 뉘앙스. 그러면서도 싱그러운 시트러스 신맛과 영롱한 미네랄이 아름답게 드러난다. 풍미의 집중도가 높고 싱그러운 과일의 여운이 복합적인 풍미와 함께 피니시까지 드러나는 고급스러운 샴페인. 브노쥬의 프리미엄 샴페인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잔에 서빙되어 고혹적인 풍미를 더욱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생생한 산미 덕분에 앞으로도 긴 시간 숙성이 가능하다. 오직 그랑 크뤼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를 절반씩 사용해 양조했으며, 올해 1월 데고르주멍을 실시해 총 숙성 기간이 26년에 달한다. 도자주는 리터 당 6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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