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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268. 완벽한 고귀함과 온화한 너그러움, 아리스토스(Aristos)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3. 1. 7.

아리스토스의 오너 와인메이커 프랑수아 마쏙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성한 기사. 딱딱한 인터뷰 형태로 내기보다는 조금 더 소프트하게 쓰고 싶어서 이런 포맷을 잡았다. 그는 위대한 와인메이커이지만, 그 이전에 사랑꾼이자 와인 러버였다. 만남 내내 남다른 금슬을 자랑했고, 와인을 만드는 데는 디테일을 중시했지만 즐기는 데 있어서는 개인의 취향을 존중했다. 그리고 화이트 와인인 두케사를 시음하며 내가 은근한 타닌과 산화 뉘앙스를 언급하자, 그는 눈을 빛내며 그게 바로 장기 숙성 잠재력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자기 와인에 대한 사랑과 확신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다는.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완벽한 고귀함과 온화한 너그러움, 아리스토스(Aristos)

정말 궁금했다. 마셔 본 사람마다 호평 일색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백그라운드도 어마어마하다. 부르고뉴의 최상급 생산자 중 하나인 도멘 뒤 꼼뜨 리제-벨에어(Domaine du Comte Liger-Belair)의 루이-미셀 리제-벨에어(Louis-Michel Liger-Belair), 본(Beaune) 대학에서 양조학을 공부하며 루이-미셀과 인연을 맺은 칠레의 스타 와인메이커 프랑수아 마쏙(François Massoc), 그리고 테루아 헌터(Terroir Hunter)라고 불리는 토양 전문가 페드로 파라(Pedro Parra)가 의기투합해 2003년 설립한 와이너리가 바로 아리스토스(Aristos)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이름들이 뭉쳐 최고를 지향하는 와이너리를 설립했으니 그 품격은 말할 필요도 없다.

 

[ 아리스토스의 오너 와인메이커 프랑수아 마쏙 부부 ]

그런데 처음에는 나란히 적혀 있던 세 사람의 이름이 최근 출시된 와인 레이블에서는 사라지고, 프랑수아 마쏙의 이름만 남았다. 그 이유에 대해 이런저런 추측이 난무했고, 분쟁이 일어난 게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다. 한국을 찾은 프랑수아 마쏙 씨를 만나 처음 던진 질문은 이와 관련된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 민감한 문제일 수 있어 조심스럽게 질문했는데, 의외로 쿨한 답변이 돌아왔다.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부르고뉴에 있던 루이-미셀이 몇 년 동안이나 아리스토스에 올 수 없었던 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아리스토스의 생산에 참여할 수 없게 되자 루이-미셀은 마쏙 씨에게 자신의 지분을 인계할 의향을 밝혔고, 원만한 합의를 통해 그의 지분을 마쏙 씨가 인수하게 된 것이다. 페드로 파라의 경우 초기에 최적의 테루아를 선별하는 데 힘을 보탰고 지분 참여도 일부 했지만, 재배 및 양조에는 원래 관여하지 않았었다고 한다. 페드로 파라 또한 현재는 지분을 모두 마쏙 씨에게 넘겨 아리스토스는 온전히 마쏙 씨의 소유가 되었다. 마쏙 씨는 '와이너리는 자신의 것이지만, 자신은 아내의 것이므로 와이너리는 공동 소유'라는 위트 있는 농담을 덧붙였다.

 

[ 아리스토스 와이너리가 있는 알토 카차포발 밸리의 테루아 ]

아리스토스는 테루아 와인이다. '자연이 자신의 일을 하도록 두라'는 것이 그들의 기본 철학이다. 칠레의 아름답고 위대한 테루아 중 몇 년간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아리스토스가 선택한 곳은 칠레 중부 안데스 산맥 아래에 위치한 카차포알 밸리(Cachapoal Valley)였다. 그중에서도 '높다'는 의미의 'Alto'가 수식어로 붙어 '알토 카차포알 밸리'라고 불리는 이곳은 해발 1,500m가 넘는 두 개의 산맥 사이로 카차포알 강이 흐른다. 해발 900m 부근의 테라스에 조성한 포도밭은 풍화된 화강암과 강이 운반한 퇴적토(alluvium), 산사태로 인한 붕적토(colluvium)가 섞여 포도 재배에 최적의 토양을 제공한다. 높은 고도로 인한 큰 일교차는 풍미의 밀도를 높이는 동시에 자연스러운 산미를 준다. 산과 강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미세 기후는 아리스토스 와인만의 개성을 부여하는 요소다. 마쏙 씨는 최상의 테루아를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모든 포도밭에 유기농법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단, 유기농 인증은 받지 않았다. 그는 '인증이 꼭 엄격한 유기농을 적용한다는 의미는 아닐 수 있다'라며, 자신은 최고의 포도를 얻는 동시에 포도밭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 포도즙으로 검게 물든 마쏙 씨의 손가락 ]

그는 완벽주의자다. 테루아를 강조한다고 해서 손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테루아를 고스란히 드러내기 위해서 훨씬 더 세밀한 노력을 기울인다. 최상의 포도만을 엄격히 선별해 사용하는 것은 물론 오크통과 코르크까지 직접 제작한다. 웬만한 일류 와이너리들도 오크통은 전문 생산자에게 주문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자신의 와인만을 위한 오크통을 나무 재질부터 토스팅 레벨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직접 선택해 제작한다. 코르크 또한 재질부터 길이, 레이저로 한 땀 한 땀 새긴 문양에 이르기까지 그의 생각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수확 및 양조 시기에는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하루 20시간씩 일한다. 그러니 손에 물든 포도즙이 며칠이 지나도 빠지지 않는 것이다. 아리스토스는 재배부터 수확, 양조와 숙성, 병입 등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수제로 만드는 진정한 '오뜨 꾸뛰르(Haute Couture)' 와인이다.

 

[ 아리스토스 바로네사 & 바론 ]

아리스토스에서 만드는 와인은 총 4종이다. 공작과 공작부인을 뜻하는 두케(Duque)와 두케사(Duquesa), 남작과 남작부인을 뜻하는 바론(Baron)과 바로네사(Baronesa)다. 와인 이름도 '귀족적'이라는 뜻의 아리스토스에 걸맞다. 이번에 신규 출시되는 바로네사 2018 빈티지와 바론 2015 빈티지를 마쏙 씨와 함께 시음했다. 바로네사는 향긋한 노란 꽃 아로마에 완숙한 과일 풍미, 깔끔한 시트러스 산미와 미네랄리티, 은은한 산화 뉘앙스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기품 있는 화이트 와인이다. 가벼운 산화 뉘앙스에 대해 묻자, '와인에 자연스러운 느낌을 부여하는 동시에 풍미의 안정성을 준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실제로 조화로운 밸런스와 탄탄한 구조감이 인상적인 와인이다. 칠레 북부 해안가의 리마리 밸리(Limari Valley)에서 수확한 샤르도네(Chardonnay) 100%로 양조하며, 프렌치 오크에서 24개월 숙성해 완성한다.

바론 2015 빈티지는 검붉은 베리 풍미에 스모키한 미네랄과 향긋한 허브 힌트가 온화하게 감도는 편안한 레드 와인이다. 자신을 과시하지 않는데도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고수 같은 느낌이랄까. 완숙 과일의 발사믹한 뉘앙스와 입안을 코팅하는 실키한 타닌,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지는 매끄러운 질감과 산미는 와인의 품격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카차포알 밸리의 고지대에서 수확한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을 중심으로 양조하는데, 2015년 빈티지는 카베르네 소비뇽 65%에 메를로(Merlot) 35%를 블렌딩했다. 프렌치 오크에서 24개월 숙성한 후 오랜 병입 숙성을 거쳐 출시한다. 신규 출시하는 와인 치고는 빈티지가 제법 오래된 이유가 바로 충분한 숙성을 거쳐 마실 때가 되었다고 판단할 때 출시하기 때문이다. 물론 출시 후에도 10년 이상 숙성하며 변화를 즐길 수 있다. 

마쏙씨에게 바론과 바로네사는 독특함을 추구하는 실험의 대상이라고 한다. 마쏙 씨는 조만간 100년 이상 올드 바인에서 수확한 말벡을 바론에 블렌딩 할 예정이라고 살짝 귀띔했다.

 

 

바론과 바로네사가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 와인이라면, 두케와 두케사는 언제나 최고를 추구하는 클래식한 와인이다. 마쏙 씨와 함께 두케사 2016 빈티지를 시음했다.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은 빈티지로 내년쯤 출시 예정이라고 한다. 공식적으로 처음 맛보게 된 두케사 2016은 정말 인상적인 와인이었다. 특히 은은한 미네랄, 완숙 핵과 풍미, 고혹적인 산화 뉘앙스와 함께 드러나는 미묘한 타닌은 압도적인 구조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화이트 와인인데도 타닌감이 전혀 이질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마쏙 씨는 이 타닌이 두케사의 장기 숙성을 가능하게 해 주는 중요한 요소라며, 적당한 타닌을 얻기 위해 포도즙을 압착하기 전 5-6시간 연속으로 침용 중인 포도즙을 테이스팅 하며 적절한 타이밍을 잡는다고 한다. 카차포알 밸리의 남향 경사지에서 재배한 샤르도네 100%를 사용하며, 프렌치 오크에서 24개월 숙성한다. 병입한 후에도 충분한 숙성을 거쳐 3-4천 병 정도 소량 생산한다. 

마쏙 씨는 칠레의 유명 화이트 와인 산지인 산 안토니오 밸리(San Antonio Valley)나 카사블랑카 밸리(Casablanca Valley) 같은 지역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대기업 와이너리들처럼 대량 생산하는 그 지역의 포도를 사용해 봐야 그들과 비슷한 와인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랜 수소문 끝에 알토 카차포알 밸리의 포도밭을 선택한 것이다. 마쏙 씨는 '대기업이 기관총을 사방에 난사하는 사수라면, 자신은 성능 좋은 한 자루의 라이플을 사용하는 저격수'라며 장인적인 철학과 생산 방식을 강조했다. 

테이스팅 하진 못했지만, 두케는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드는 프리미엄 와인이다. 해발 1,000m의 테라스에 깊이 뿌리를 박은 카베르네 소비뇽이 드러내는 진한 과일 풍미와 영롱한 미네랄 뉘앙스가 매력적이라고 한다. 2013년 빈티지는 9%의 메를로를 블렌딩했으나, 2014년과 2015년 빈티지는 카베르네 소비뇽 100%로 양조했다. 프렌치 오크에서 24개월 숙성해 병입한 다음 충분한 숙성을 거쳐 3-4천 병 정도 소량 출시하는 것은 두케사와 같다.

 

마쏙 씨는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에는 완벽을 추구하지만, 와인을 즐기는 데 있어서는 각자의 생각과 취향을 존중하는 열린 마음을 지니고 있다. 한국 애호가들이 어떻게 아리스토스의 와인을 즐기는 게 좋겠냐는 우문에 '자유롭게 원하는 대로 즐기라'는 현답이 돌아왔다. 예컨대 화이트 와인에는 해산물이나 닭고기 돼지고기 같은 흰 살 육류, 레드 와인에는 소고기 같은 붉은 살 육류를 곁들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레드 와인에 해산물이면 또 어떻냐는 것이다. 본인이 맛있게, 즐겁게 마실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의미다. 그는 사용하는 와인 글라스 또한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며, 가장 선호하는 글라는 잘토라고 한다. 하지만 가장 좋은 글라스는 역시, 아리스토스가 들어있는 글라스라고. 그의 말에 100% 동의하며, 한국의 많은 애호가들이 자신의 와인 글라스를 최고의 글라스로 만들 기회를 갖길 바란다. 치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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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궁금했다. 마셔 본 사람마다 호평 일색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부르고뉴의 최상급 생산자 중 하나인 도멘 뒤 꼼뜨 리제-벨에어(Domaine du Comte Liger-Belair)의 루이-미셀 리제-벨에어(Louis-Mich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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