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특사를 통해 영입한 보모어 15년 골든 & 엘레간트(Bowmore aged 15 years Golden & Elegant).
그런데 그냥 보모어 15년이라고 하면 안 된다.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15년과 달리, 면세점에서 파는 것은 '골든 & 엘레간트'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퍼스트 필 버번 캐스크(1st fill Bourbon casks)에서 매링을 했다는데, 그전에 어떤 오크를 썼는지는 명확히 명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반 15년이 버번 배럴에 숙성하다가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oloroso sherry casks)에서 3년 동안 피니싱을 하니, 요것도 아마 기본은 버번 배럴 숙성이 아닐까 추측할 뿐. 10년, 18년도 면세점 전용이 별도로 있는데, 각각 'Dark & Intence', 'Deep & Complex'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작년 3월쯤이었나, 제주 공항 면세점에 있는 지인이 셔틀을 해 주겠다며 연락이 와서 선택한 것이 바로 요 녀석이다. 가격이 9만 원쯤이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정말 혜자 가격이다. 환율도 본격 오르기 전이었겠지만, 가격 자체도 100달러가 안 됐다는 얘기니까. 게다가 살 때는 몰랐는데 받고 나니 1L... 레알 혜자느님이라 아니할 수 없다.
보모어(Bowmore)는 데이비드 심슨(David Simpson)이 1779년 로크인달(Lochindaal) 해안가에 설립한 증류소다. 아일라(Islay) 섬에서 가장 오래된 합법 증류소로, 합법 인가를 받기 100년 정도 전부터 위스키를 생산했다는 얘기도 있다. 기본적으로 아드벡(Ardbeg), 라프로익(Laphroaig), 라가불린(Lagavulin) 같은 아일라의 다른 증류소의 비해 피트 레벨이 절반도 되지 않는 덜 피티(peaty)한 위스키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피트 향은 싫어하지 않지만 전형적인 아일라 위스키는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된다고. 난가?
또한 1800년대 후반부터 몰트 위스키를 대중적으로 판매했을 정도로 일찍부터 몰트 위스키를 판매한 증류소 중 하나다.
박스 옆면 아래에는 'No.1 Vaults'라는 문구가 자랑스럽게 적혀 있다.
전면 상단에는 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조그마하게 적혀 있는데,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숙성 창고라는 것.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스카치 숙성 창고라는 표현은 참... 증류소를 설립한 1700년대부터 사용했다고 한다.
박스 뒷면의 설명에도 이 문구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 하긴, 230년 역사라면 자랑할 만한 것 같긴 하다.
테이스팅 노트도 가볍게 소개하고 있는데, 신선하고 직관적이며 행복감을 주는 풍미라고. 실키한 시트러스와 단짠 바닐라가 부드럽게 드러나며, 피트 스모크, 달콤한 아몬드와 레몬 피니시가 남는다고. 홈페이지 설명을 보면 아말피 레몬과 담뱃잎, 벌집 같은 것을 추가로 언급하고 있다.
보틀 하단에도 역시 No.1 Vaults가... 용량이 1리터다 보니 확실히 병이 커 보인다.
뒷면에도 간단한 테이스팅 노트가 적혀 있다. 그리고, 하단에 선명한 회사명, 빔 산토리(Beam Suntory UK Ltd). 보모어는 1989년 산토리에 지분의 일부를 매각했으며, 1994년 완전히 산토리의 소유가 되었다. 덕분에 최근엔 미즈나라 피니시 제품도 선보이고 있는 중.
참고로 라프로익 또한 빔 산토리 소유다. 아일라의 이름난 증류소 2개가 빔 산토리 소유인 셈.
용량이 크다 보니 오픈하면 언제 다 마실지 걱정이 된다. 손님이 오셨을 때 처음 오픈해서 함께 마시는 게 좋을 듯.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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